이달 30일 대전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 지정이 만료되는 가운데 대전시의 무리한 재지정 요건으로 더 이상 노은도매시장의 미래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전시는 노은도매시장의 청과부류 도매법인인 대전중앙청과가 설립된 2001년부터 이어온 지정조건을 폐기하고 지난 3월 새로운 재지정 조건을 내세웠다.
2017년 재지정 당시 5개였던 지정조건은 9개의 일반지정조건과 7개의 항목별 지정조건, 항목별 지정조건상 이행점검지표에 18개의 세부 점검기준을 포함하며 사실상 34개로 대폭 확대됐다.
34개의 지정조건 가운데에는 상위법인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과 상충될 소지의 내용도 포함됐다.
뿐만 아니라 과도한 항목별 이행 지정조건에는 대전중앙청과 한 도매법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 중 하역업무와 관련해서는 농안법상 도매시장 개설자가 하역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하역체계의 개선·하역의 기계화를 촉진해야 하고, 하역비 절감으로 출하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관련 책임은 도매법인에게 떠넘기고 있다.
대전중앙청과 관계자는 “하역비를 절감해 출하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은 농안법에 따라 개설자에게 부여된 의무로 도매법인에게 하역비 부담을 강제하는 것은 도매시장 개설자의 책임을 도매법인에게 부당하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도매법인의 표준하역비 등 부담실적을 매년 30% 이상 확대하도록 하는 내용은 완전규격출하품만 반입돼 재경매 없이 경매돼야 가능한데 생산자와 출하자 단체가 불가능하다고 과거부터 지금까지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공영도매시장 표준하역비 운영현황과 대전시 업무규정 어디에도 도매법인의 전년도 하역비 부담실적의 30% 이상을 확대하라는 내용이 없을뿐더러 전국 83개 도매시장 법인(공판장) 어디에도 이같은 지정조건은 없다는 게 대전중앙청과의 설명이다.
도매법인 지정조건과 관련해서는 지난 3월 7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엽합회,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를 비롯한 농업인·출하단체와 중도매인 조합들이 탄원서를 대전시와 농림축산식품부에 제출했음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
이에 대해 공영도매시장 업계 관계자는 “노은도매시장이 설립된 가장 큰 이유는 농업인들의 안정적인 출하와 수취가격 지지로 농업인·출하단체가 왜 탄원서를 제출하고 반발하고 있는지 개설자와 농식품부가 잘 판단해야 한다”며 “관리만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도매시장의 근간을 흔든다면 출하자와 소비자 모두 노은도매시장을 찾지 않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전시는 체계적인 관리와 최소한의 기준을 통해 도매시장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오정도매시장도 이같은 지정요건으로 재지정을 받았으며 노은도매시장의 침체와 관련된 지적이 많아 활성화를 위한 기준 때문에 이 같은 요건을 만들었다”며 “법과 상충될 가능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농식품부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권승구 동국대 식품자원관리학과 교수는 “공영도매시장을 위한 조례, 지정조건 등은 농식품의 정책 방향 안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대전시의 경우 예전부터 지금까지 조례가 전부인 것처럼 처리하는 문제가 있다”며 “농식품부가 농업인단체의 의견과 노은도매시장 유통인들의 입장 등을 바탕으로 노은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한 길을 대전시와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권 교수는 “영세한 농업인들이 직접 소비지에 농산물을 팔 수 없어 도매법인에게 대행 역할을 맡긴 것인데 재지정 때마다 무리한 단서들이 붙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업인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유통환경이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도 공영도매시장의 역할과 존재 이유가 달라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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