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임금교섭 합의안 뒤집어
농산물 배송 차질 농가 큰 피해
지난해 악몽 되풀이될라 우려
농민신문 양석훈 기자 2022. 6. 17
지난해 6월 전국택배노동조합 전면 파업으로 직거래 통로가 막히면서 농산물 산지에선 비명이 터졌다. 그로부터 딱 1년이 지난 시점에 택배노조 우체국본부(이하 노조)가 다시 파업을 예고했다. 지난해 악몽 재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조는 임금교섭이 최종 결렬됨에 따라 18일 하루 경고파업에 나선다고 최근 밝혔다. 9∼1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파업이 가결된 데 따른 조치다. 노조는 20일엔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거점 농성에 돌입하는 등 투쟁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우정사업본부가 임금교섭을 통해 마련한 잠정 합의안을 뒤집고 최근 ‘노예계약서’ 수준의 계약서를 제시했다는 게 노조 측이 주장하는 파업 배경이다. 이에 우정사업본부는 노조 주장을 반박하며 “불법행위 발생 땐 엄정 조치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와 노조의 힘겨루기에 농산물 산지는 벌벌 떨고 있다. 지난해에도 같은 시기에 택배노조가 총파업을 벌여 신선농산물 위주로 택배 수집과 배송이 위축된 적이 있어서다.
지난해 파업으로 출하기 직거래에 큰 어려움을 겪은 전남 광양에 있는 한 매실농가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상인에게 넘기는 가격이 안 좋아 개인 택배가 아니라면 차라리 안 파는 게 낫다는 인식이 농가에 퍼져 있는데 우체국택배부터 시작해 파업이 전반적으로 확대되면 농가가 큰 피해를 볼 것”이라면서 “당장 홍매로 불리는 <남고>가 20일부터 출하하는데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파업 참여 인원은 지난해와 같이 2000여명에 근접할 것으로 점쳐진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우체국택배 소포 위탁배달원 3800여명 가운데 택배노조 조합원은 2700여명이며 최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진 인원은 1500명가량이다. 1500명이 파업에 참여하면 하루 28만5000개(1인당 190개 기준)가량 택배 배송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전체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우체국택배에 대한 농가의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피해가 우려된다.
설상가상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도 현재 일부 지역에서 부분파업을 하고 있다.
방울토마토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한 농가는 “최근 한진택배 파업으로 매일 배송 가능 지역을 확인해 공지하고 있다”면서 “현재도 경기 광주 등 일부 지역에 배송이 불가능한데 파업이 확대되면 이맘때 가장 많이 나오는 방울토마토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매번 파업으로 애먼 농가의 피해가 되풀이되면서 근본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진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상황과 비교해 농가 등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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