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와 회원 조합이 함께 참여한 형태의 한국농협김치(이하 농협김치)가 농협의 다른 사업으로 확산되는 기폭제가 될지 주목받고 있다.
농협김치는 지난 1월 8개 지역 농협과 농협경제지주 간 합의각서를 체결하고 2월 법인명을 한국농협김치조합공동사업법인(이하 농협김치조공법인)으로, 브랜드명을 한국농협김치로 확정한 후 4월 25일 공식 출범했다. 출범은 4월말에 했지만 본격적인 업무는 4월 1일부터 시작돼 농협김치 출범은 현재 시점으로 두 달이 조금 넘었지만 통합 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출범식에서 “전국 8개 김치공장을 하나로 통합한 한국농협김치가 역사적인 새 출발과 함께 대한민국 대표 김치를 생산하는 법인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농협김치 출범 배경은
농협은 과거 12개의 김치공장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김치 원재료의 원가가 높다는 점, 김치공장 간의 마케팅 경합, 자체 마케팅 역량 부족 등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대형유통업체 김치 입점을 위해 3곳의 지역 농협이 참여하면서 경쟁을 벌이는 등 거래처가 겹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에 농협은 농협김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역 농협을 대상으로 2021년부터 통합 추진을 위한 의견수렴에 나섰다. 이처럼 통합에 공을 들인 결과 올해 초 합의각서를 체결하는 데 성공하게 됐다. 통합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부 농협에선 김치공장을 매각하려는 상황이 있었지만 통합으로 한시름 덜기도 했고, 인력 조정에도 다소 이견이 있었지만 지역 농협 간의 조정으로 원만한 협의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그 결과 농협김치는 농협중앙회와 회원 조합이 함께 하는 사업의 첫 사례가 됐다. 또한 지역 김치공장을 하나로 묶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농협김치 출범 후 달라진 점은
농협김치 출범 후 달라진 것은 무엇보다 각 지역 농협 김치공장의 역할이 명확해 졌다는 점이다. 과거 개별 김치공장 간의 경쟁으로 거래처가 겹치거나 사업이 중복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농협김치로 통합된 후에는 김치공장이 같은 법인이기 때문에 과거처럼 동시에 입찰을 할 수 없게 되면서 거래처가 분리됐다. 예를 들어 OEM(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으로 공급하던 개별 김치공장 물량을 가장 큰 김치공장으로 일원화했고, 학교급식 역시 동일 권역에 위치한 김치공장이 다수 참여했던 방식에서 법인 통합으로 한 곳만 입찰하는 식이다.
이와 함께 묵은지 등 특수김치 생산 김치공장, 절임배추 전문 김치공장, 수출 전문 김치공장 등으로 김치공장의 기능을 나누거나 지역별 특색을 살린 김치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김치공장의 특화 및 전문화도 가능하게 됐다. 여기에 개별 김치공장에서 실시하던 마케팅도 농협김치로 일원화되면서 홍보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점도 통합 후 장점으로 꼽힌다.
황성택 농협경제지주 식품사업부 가공지원팀장은 “(통합 과정에서 김치공장) 서로가 거래처를 양보하면서 가격경쟁도 줄었다”며 “지역별 김치공장의 역할에 맞게 거래처를 분리하고, 신규 거래처를 발굴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보완할 점은
농협김치조공법인의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7억원이 증가하면서 19.8%의 성장률을 보였다. 특히 학교급식에서 농협김치를 선택하는 학교가 증가함에 따라 전년 동기 대비 판매액이 42%나 늘었다. 농협은 1~4월이 통상 김치 판매 비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결과가 농협김치 통합 후 나름의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농협김치가 향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보완해야 할 점도 존재한다. 현재 농협김치 원재료 구매는 통합법인인 농협김치조공법인에서 결정하지만 참여 농협의 관내 조합원이 생산한 원재료를 우선 구매하고 있다. 이에 앞으로는 표준 매뉴얼을 작성해 김치공장별 물량과 가격을 파악하고 농협김치조공법인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계획이다. 또 자동화 시설이 부족한 김치공장은 지속적으로 시설을 보완해 김치 품질을 상향 표준화 시킨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황성택 팀장은 “단가가 맞지 않아 납품이 주춤한 군 급식시장도 (문을) 두드려 볼 계획이다. 해외 수출 역시 그동안 준비한 부분들이 있어 김치공장별 맞춤형 수출도 진행하려고 한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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