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봄 가뭄에 농민들이 애태우는 가운데 지난달 24일 강원 홍천군 서석면 수하리에서 한 농민이 관수 작업을 해 놓은 고추밭에 물이 제대로 공급되는지 확인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기상청, 올해 5월 강수량 ‘1973년 이후 역대 최저치’
작물 파종·정식 이후 생육 한창일 때 급수 안 이뤄져
경북 등 일부 지역선 생산량 20% 급감 전망하기도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22. 6. 12
5월 강수량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국지적인 지난 며칠 간의 강우에도 농업 현장 가뭄은 완벽히 해갈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밭작물 등이 한창 생육해야 할 4~5월 무렵 가뭄이 꽤 오랜 기간 지속된 까닭에, 농민들은 정부가 최근에야 현장을 찾아 급수대책 추진을 독려하는 등 늦장 대응에 열중이라며 날선 비난을 하고 있다.
기상청(청장 박광석)이 발표한 ‘2022년 봄철 기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은 지난 3~5월 봄철 전국 평균기온은 13.2℃로 평년보다 1.3℃ 높았다. 이는 기상관측망을 전국적으로 확충한 지난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던 것으로 기록됐다. 또 같은 기간 전국 강수량은 154.9mm로 평년 222.1~268.4mm보다 적었다. 강수량뿐만 아니라 3~5월 강수일수 역시 17.9일로 매우 적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말 기준 기상가뭄 ‘경계’ 상태인 경상북도 대부분의 지역은 지난 6~7일경 내린 비에도 가뭄이 충분히 해갈되지 않아 바짝 마른 밭과 작물에 물을 대느라 바쁜 상황이다.
의성군의 마늘 재배 농민은 “곧 있으면 수확할 땐데, 마늘이 한창 자랄 4~5월에 비가 너무 안 와 마늘 크기가 평년의 절반도 안 되는 지경이다.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던 지독한 가뭄 때문에 농업 현장에서 용수 공급을 필요로 할 땐 농어촌공사에서 물을 내려 보내주지 않았고, 지자체 차원의 급수대책이랄 것도 없었다”라며 “지금 상황에선 수확량이 20% 이상 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3일 동안 비가 내렸어도, 강우량이 20mm 정도로 충분치 않았고 그동안 워낙 가물어 지하수위가 거의 바닥을 드러낸 상태였기 때문에 토양이 물을 머금고 있질 못해 비가 더 내리지 않으면 피해가 앞으로도 더욱 심해질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농민은 “최근 들어 농식품부 장관이 가뭄 현장을 둘러보고 급수대책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너무 늦었다. 한 달만 더 일찍 급수대책을 추진했어도, 상황이 이렇게 나빠지진 않았을 거다”라고 덧붙였다.
영양군의 농민 역시 “이틀 동안 비가 내려 일부 급한 불은 껐다고 볼 수 있지만, 10~20mm 내린 비론 택도 없다. 겉만 살짝 젖었을 뿐 속은 아직 가문 상태다. 영양군 내 고추 농가의 경우 4월 말에서 5월 초쯤 모종을 정식하는데, 심고 나서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아 물 대기에 바빴다”면서 “물을 댈 수 있는 밭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고, 물을 대지 못한 곳은 작물이 벌써 많이 죽었다.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대응이 상당히 미흡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가뭄 피해 확산이 우려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관정 등 대체 수원을 개발해 긴급 급수대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가뭄대책비를 지원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관정개발과 하상굴착, 간이양수장 설치 등 전국 3,790개소에서 용수원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또 일부 천수답 용수가 부족하고 마늘·양파·감자 등 노지 밭작물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가뭄대책 상황실을 8일부터 운영 중이며, 양수작업 및 공공관정 전기요금 지원, 소형 관정개발 등을 위해 특별교부세를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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