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가 국정과제에 시장원칙에 기반 한 전력시장 구축을 선언한 가운데, 농사용전기는 요금을 인상해도 전력 소비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농사용전기 요금이 오른 만큼 고스란히 농가의 농산물 생산을 위한 에너지비용으로 가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계약종별 전기요금 체계의 가격왜곡에 따른 환경비용 추정’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요금을 올려 전력소비를 개선할 경우 산업용에서 가장 큰 효과가 기대됐고, 농사용은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농사용 전기는 요금을 인상하더라도 소비량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선행연구의 전력수요 가격탄력성을 활용해 전기 계약종별 2017~2020년 평균 요금 대비 전기요금을 인상할 경우 비효율적 전력소비가 얼마나 개선될지 분석한 결과다.
요금 인상으로 전력소비가 가장 개선되는 전기는 산업용으로 현행 전기요금 수준보다 1% 인상될 경우 비효율적 전력소비가 평균 23%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반해 농사용은 거의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사용 전기요금이 현행 수준 대비 1% 인상되더라도 비효율적 전력소비 변동은 1.7%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된 것이다.
이와 관련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전기요금제의 가격왜곡으로 발생된 비효율적 전력소비가 전기요금 인상으로 보정되는 정도는 전력 용도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났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력소비 개선의 효과가 가장 큰 전력은 산업용으로 분석됐다”며 “다만 전기요금 수준에서 유발되는 비효율적 전력소비의 절대적 규모는 주택용과 농사용이 크게 추정됐다. 농사용 전력은 영세 농어민 지원 등 특례가 적용되고 있고, 타 계약종의 절반 수준의 전기요금이 책정되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요금이 낮은 농사용, 주택용, 교육용 등만 요금을 20% 수준에 달하는 고율의 인상률을 적용한다고 가정해도 가격왜곡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분석 결과에 따라 윤석열정부의 시장원칙에 따른 전력시장을 재구축하는 방안에서 농사용전기는 현행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농림어업의 에너지소비에서 전기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총조사 보고서에 기록된 농림어업의 에너지 소비 추이를 보면 전력의 비중이 2001년 11.7%에서 2019년 40%가 급등했고, 같은 기간 석유는 85.9%에서 57.3%로 낮아졌다. 시장원칙을 우선한 원가에만 치중해 농사용전기 요금을 인상하면 영세한 농어가이 경영비 가중은 물론 농수산물 생산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로 농민단체들은 농사용 전기 인상에 대해 전면적인 반대입장을 내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농사용 전기요금과 관련해 “농업이 단순히 농산물만 생산하는 1차 산업에서 벗어나 생산과 가공을 총망라한 먹거리 산업체계로 전환하고 있다”며 “농사용 전기를 축소할 경우 농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스마트농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