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국정과제인 ‘농산물 유통 디지털 혁신’을 주제로 지난달 31일 한농연회관(서울 송파구 소재) 강당에서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농산물 유통 디지털 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 좌담회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고성진 기자 2022. 6. 3
“디지털 전환은 목표 아닌 수단…통합적 관점서 유통 바라봐야”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농산물 거래가 확산하는 등 농산물 유통 환경이 급변하면서 산지와 도매시장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중 하나로 ‘농산물 유통의 디지털 혁신’을 제시하며, 농산물 유통 분야에 디지털 환경을 고도화해 나가려는 계획이다. 그러나 산지와 도매시장 등 유통 현장에서는 변화하는 농산물 유통 환경에 대응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깊다. 이에 본보는 유통 전문가들과 ‘농산물 유통 디지털 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고, 최근 화두로 떠오르는 농산물 유통 분야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좌담회 내용을 정리했다.
# 일시·장소 : 2022년 5월 31일 14시 한농연회관
발제 : 김성우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좌장 : 문광운 한국농어민신문 논설위원
주원철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
송정환 신유통연구원 부원장
손충환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 사무국장
최규환 충북원협 충주거점산지유통센터 차장
서용석 한농연중앙연합회 사무총장
발제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농산물 유통서비스 활성화 방안
# “농업법인 온라인 판매비중 증가…2018년 12.5→2021년 25.6%로”
온라인 플랫폼업체 의존도 높아져
무리한 단가할인·소량발주 등 문제
‘ 정보의 독점화’ 새로운 이슈도 등장
발제는 김성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농식품시스템연구부장)의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농산물 유통서비스’ 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김성우 연구위원이 추정한 신선 청과물 온라인 매출액(2020년 기준)은 총 3조8985억원. 이중 B2C 매출액은 3조4346억원, B2B 매출액은 4639억원으로 추정했다. 온라인 판매 비중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로, 그가 농업법인 100개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매출액 대비 온라인 판매 비중은 2018년 12.5%에서 2021년 25.6%(전망치)로 2배 이상 늘었다. 연합사업단, 조합공동사업법인, APC 등 생산자조직(통합마케팅조직) 75개소를 대상으로한 조사에서는 온라인 판매 비중이 2018년 5.7%에서 2021년(전망치) 7.8%로 늘었다.
김 연구위원은 “기존엔 농업법인들이 대형마트와 같은 곳에 납품하는 형태였다면, 지금은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나 쿠팡 같은 곳에 많이 납품하고 있는 상태다. 농업법인 입장에선 다양한 판매처가 확보돼 상당한 장점이 있다”며 “다만 온라인 플랫폼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무리한 단가 할인 요구나 소량 발주로 인한 물류비 부담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또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농산물 유통이라는 것이 소포장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많아 이런 부분에 대한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산물 도매시장에서도 온라인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었다. 김 연구위원은 “유통업계 플레이어 중에 제일 보수적이라고 느끼는 데가 중도매인 파트일 텐데 중도매인 8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68.1%가 향후 온라인 업체와의 거래 비중이 증가할 것이라고 응답했다”며 “가락시장이 생기면서 활동을 시작했던 중도매인들이 자녀들에게 업을 물려주면서 젊은 층이 좀 많아졌고, 이분들이 기존 고정 판매처뿐만 아니라 새롭게 온라인 업체와의 거래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게 새롭게 나타나는 특징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온라인 거래가 확산하면서 ‘정보의 독점화’라는 새로운 이슈도 등장했다. 그는 “쿠팡과 거래를 하게 되면 모든 정보가 다 쿠팡으로 들어가는 정보의 독점화가 생긴다. 유럽에서는 이러한 정보를 공개하게끔 하는 법이 통과됐다”며 “우리나라도 관련법이 제출돼 있는 것으로 아는데 아무튼 공정한 온라인 거래 측면에서 이런 부분들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분쟁조정도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분쟁조정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이미 농산물이 다 폐기된 이후에 분쟁조정이 진행되는 상황이 생겨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온라인 거래의 진입장벽 요인으로는 △공급자, 판매자 간 불공정 거래 △리콜, 보상, 분쟁조정에 대한 가이드라인 부재 △거래교섭 및 마케팅을 위한 전문 인력의 한계 △농산물 표준화, 등급화 부족 △데이터 공유시스템 부재 △물류 효율화 체계 미비 등을 꼽았다.
아울러 그는 농산물 온라인 거래가 확산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거래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추세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상생’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기존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의미로 ‘오프라인 to 온라인’이라고 했다면, 최근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함께 한다는 ‘온라인 f 오프라인’, ‘오프라인 f 온라인’이라는 말을 한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산 물건을 오프라인에서 반품하거나,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보고 온라인에서 더 저렴하게 살 수 있게끔 하는 식으로 상생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 농산물 유통 디지털 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
# 농산물 유통 디지털 전환은 시작됐다
APC 성장 하려면 온라인 판매 뿐
네이버 등 포털 비싼 광고비 아쉬워
디지털 전환의 방향성 명확했으면
▲문광운=발제에서도 나왔듯 농산물이나 식품 거래에 있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유통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것 같다. 따라서 산지나 도매시장에서 이러한 온라인 거래에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해 나갈 것인가가 중요한 시점이다. 우선 농산물 유통의 디지털 전환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듣고 싶다.
▲주원철=새 정부 국정 과제에 농산물 유통의 디지털 전환이 들어갔다. 농산물 유통에 디지털 전환은 이미 소매 단계부터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상품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데 실제로 상품을 공급하고 있는 산지와 중간 조직이 충분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 또 유통의 디지털 전환으로 생기는 부가가치를 상품 흐름 최종 단계 쪽에 줄 것인지, 아니면 생산자가 좀 더 가져갈 수 있게 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고 고민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산지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디지털화 되는데 있어 생산자들은 충분한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산지에서부터 상품이 갖고 있는 브랜드파워와 교섭력을 소비지까지 흘러가도록 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그 과정에서 생기는 유통 부가가치를 어떻게 하면 생산자들이 더 가져가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최규환=APC가 앞으로 더 성장을 하려면 온라인 판매밖에 없다는 결론이 있다. 충주거점APC에서는 연간 매출액이 400억원 정도 되는데, 33%가 롯데마트, 20%가 홈플러스, 15%가 쿠팡 같은 곳과 거래하는데, 대형마트는 더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 쿠팡의 경우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것처럼 가격협상을 하고 납품하는 형태로 거래를 하고 있다. 2019년부터 판매 했는데 첫 해는 1억5000만원으로 시작해, 2020년에는 18억원, 지난해에는 54억원 정도했고, 올해는 100억원 정도 판매할 것 같다. 이런 형태는 우리가 가격이나 등급을 쿠팡에 제안하고 바이어와 조정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품목코드를 가진 업체에 납품하고 이 상품을 다시 마켓컬리에 납품하는 형태도 있는데, 아무래도 수수료가 두 번에 걸쳐 나가다보니 첫 번째 형태보다는 좀 불리하다. 모두 수수료가 있기 때문에 가장 좋은 것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하는 것이다. 문제는 광고를 하지 않으면 홈페이지를 어디에 노출시킬 수가 없다. 그래서 네이버 같은 포털사이트에 광고를 알아보니 제일 광고를 많이 보는 시간대에는 가격이 시간당 3000만원이고, 일주일 정도 내보내는 데는 5000만원에서 6000만원 정도의 광고료가 든다고 한다. 이런 부분이 제일 아쉽다.
▲송정환=‘디지털 전환’이란 말을 쓰지만 좀 더 목적 지향적으로 정리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온라인 거래만 보더라도 다양한 파트가 있는데, 아직은 뚜렷하게 어떤 식으로 가야 한다는 구체화된 사례들이 많이 없고 대부분 좀 두루뭉술한 것 같다. 일본 사례를 보니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서 스마트 식품공장과 도매시장 쪽에선 물류 개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방향성을 좀 더 명확히 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농업 정책과 연계해 디지털 전환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농업 정책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몇 가지를 뽑고 해당 정책에 대한 디지털 전환에 대해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
▲서용석=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서 유통 관련 정책은 크게 디지털 전환과 농산물 수급안정인데, 기본적으로는 농산물 수급안정이 중요한 부분으로, 이 부분이 선행돼야 다른 부가적인 정책들도 함께 맞물려 돌아갈 것이라고 본다. 또한 디지털 전환이라고 해서 거래 형태만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해 매출을 몇 억 올렸다는 식의 얘기를 하기보다는, 온라인 거래를 통해 적정한 가격을 받아야할 것이고, 수급안정에도 기여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산지와 소비지에서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지가 함께 얘기돼야 운영 체계가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디지털 전환으로 출하처를 다변화하고, 수급 조절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농가들이 소득을 얼마만큼 올릴 수 있느냐, 그리고 고령화된 농업인들이 이러한 온라인 거래 흐름에 어떻게 참여하고 어떻게 따라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 온라인 거래 활성화 부작용은 없나?
영세 산지여건 고려 디지털 전환 논의
온라인 거래소 기능적 연구 필요
스마트 APC 핵심은 ‘정보화·자동화’
▲손충환=농산물 온라인 거래소의 경우 농협에서 일부하고 있지만, 아직 정부가 그리는 온라인 거래소에 대한 구체적 사항이 없어 어떻게 얘기하기가 조심스럽다. 다만 전국에 있는 32개 공영도매시장의 설립 목적이나 출하자의 영세성을 감안하면 좀 더 기능적인 면에서 연구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온라인 거래소를 통해 부산에 있는 중도매인이 가락시장 도매법인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면, 다양성이나 경쟁을 추구하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지만, 현재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서 수집 주체와 분산 주체를 구분해 놓고, 각 지역에 공영도매시장을 구축해 놓은 이유가 있다. 이러한 칸막이를 허무는 부분에 대해서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사실 산지APC일 수도 있고 영세 출하자일 수도 있지만 각자 도매시장과 도매법인을 선택해 출하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최적화, 적정화 돼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 유통 환경이 변하니 이제 오프라인을 온라인으로 대체하자는 게 아니고 오프라인에 온라인을 추가하자는 말에는 공감하지만, 그랬을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에 대한 사전 진단이나 검토 또는 협의가 중요할 것 같다.
▲문광운=디지털 전환 논의 과정에서 최근 전자송품장을 도입하는 문제도 얘기되는 것으로 아는데, 도매시장에선 전자송품장 관련 논의를 어떻게 보고 있나.
▲손충환=도매시장 디지털화 부분에 있어 전자송품장 도입과 활성화가 최근의 화두이다. 그러나 농안법에 있는 표준송품장을 쓰는 비율이 가락시장의 경우 도매법인 간, 또 과일과 채소 등 부류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약 50~60% 정도로 알고 있다. 농협에서 쓰는 송품장까지 포함하면 약 80% 정도 되고, 송품장 없이 오는 물건이 10~20% 된다. 이렇게 볼 때 아직 산지 여건이 영세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가락시장 자료를 좀 찾아보면, 2020년 기준으로 봤을 때 연간 1000만원 이상 출하하는 생산자 비중이 32% 채 안 된다. 가락시장 출하자의 70% 정도가 1000만원 미만으로 출하하는 영세성을 띠는 것이다. 또 전자송품장을 이야기할 때는 품목별 표준코드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해묵은 과제이기도 하지만 현재까지 정립이 안 되고 있다. 예를 들어 가락시장에 들어오는 복숭아 품종이 300개라고 한다. 표준화가 쉽지 않다고 하면, 어떻게 단순화시켜 표준코드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주원철=송품장 문제가 도매시장 거래의 디지털화를 막고 있다면, 거꾸로 송품장 문제를 해결하면 도매시장 디지털화가 쉽게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산지APC에서 또는 출하처에서부터 데이터가 입력된다면 사실 이게 예약 거래나 마찬가지다.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러한 정보가 출하 전에 많이 쌓이면 여러 가지 얘기를 할 수 있다. 우선 유통 주체 측면에선 예측을 할 수 있다. 오늘 물건이 얼마나 들어올지 관리할 수 있고, 위험 관리를 할 수 있다. 물량에 따라 정가·수의 매매를 더 할 수 도 있고, 정부에서도 이러한 정보를 통해 수급안정을 위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또 이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정보에 대한 부가가치를 비즈니스화 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물론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있다. 누가 얼마의 물건을 언제 가져갔다는 것은 사실 경영정보다. 제3자가 이런 정보로 부가가치를 올릴 때도 개인의 경영에 해가 되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 정부는 이런 부분도 고려를 하면서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최규환=과장님이 얘기했듯이 APC에서는 얼마만큼의 물량을 가지고 있느냐가 대형유통업체와 거래할 때 큰 무기가 된다. 롯데마트나 쿠팡과 같은 업체랑 거래를 하면서 가격 협상을 할 때 상당히 큰 무기가 되는데 이런 것이 다 오픈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그러한 정보 보안을 어떻게 유지할지가 앞으로의 논의에서 관건이 될 것 같다. 또 디지털 전환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APC 사업에서 핵심은 ‘정보화’와 ‘자동화’ 두 가지라고 본다. 정보화라고 하는 것은 매입, 선별, 포장, 저장, 그 다음에 출하할 때까지 모든 단계에서의 정보들을 계속 수집하는 것이다. 또 이런 정보를 한 군데 모아 네트워크로 연결하기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정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표준화와 등급화가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표준화가 어렵다. 사과 품종인 부사만 보더라도 세부적으로 열 몇 가지가 있다. 또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정한 색택이나 당도 기준이 있는데, 이런 기준만 쓰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표준화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돼야 할 것이다.
# 디지털 전환의 필수 조건은 농산물 표준화·등급화
도매시장 기준으로 표준·등급화
최소거래 단위·물류비 지원도 검토
단기적 수급문제 해결 모색을
▲김성우=표준화 등급화는 해묵은 과제다. 외국에서도 보면 표준화 등급화 한다고 하지만 사실 농산물을 표준화 등급화 한다는 게 어려운 일이다. 다만 필요하다면 지금 도매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정도의 수준으로 표준화 등급화 하는 것으로 수용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매시장에 가보면 중도매인들이 거래하고 있는 단위들이 사실은 표준화 된, 등급화 된 부분이다. 산지형 표준화를 하기보다는 실제 도매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기준을 가지고 표준화, 등급화를 하는 게 훨씬 현장 수용성을 높일 것으로 본다. 또한 우리 연구원에서도 연구를 위해 POS(판매시점정보) 데이터를 사려면 몇 십 만원을 줘야 살 수 있고, 기업경영 연구소 같은 곳에는 대형유통업체가 거래하면서 생긴 정보 한 달 치를 몇 천만원씩 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같은 사람에게 재판매도 이뤄진다. 발제에서 얘기했지만 유럽에선 그러한 데이터에 공공성을 부여하면서 혜택이 소비자나 생산자, 유통인에게 골고루 돌아가게끔 법을 만들었다. 이런 부분도 우리가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광운=디지털 전환을 왜 해야 하는지, 또 그로인해 바뀌는 것은 무엇이고, 수혜는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도 한 번 짚었으면 좋겠다.
▲손충환=현재 공영도매시장에서는 대물류 개념으로 전국 산지에서 가락시장으로 출하되고, 이것이 다시 필요로 하는 여러 품목을 차량단위로 묶어 전송하는 형태다. 향후 전국 단위 온라인 거래소를 구축한다면 최소거래 단위나 물류비 지원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실제 어느 정도까지 물량이 나오지 않으면 물류 측면에서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아울러 수수료 문제도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좀 앞선 얘기일 수도 있지만 온라인 유통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비용 절감이다. 농협 온라인 거래소의 수수료가 3% 정도 되는데, 현재 가락시장은 4%, 중소 도매시장은 거의 7%를 받고 있다. 그런데 농협 온라인 거래소 같은 경우 3% 수준을 받고 있으면서 판매 장려금이나 출하 장려금을 다 지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1%대로 거래소 관리비 등을 다 충당해야 하는데 쉽게 말해 남는 게 없고, 그러면 이것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송정환=정책 목표와 관련된 부분을 본다면 디지털 전환을 통해 단기적인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고, 여기엔 관측 정보의 고도화는 당연히 따라 갈 것으로 본다. 또 디지털 전환이 되면서 모빌리티 쪽에도 많은 발전이 있었는데, 유통에 있어서도 인력 절감과 같은 부분이 분명히 관계하고 있을 것이라 본다. 특히 최근에 탄소저감 문제가 굉장히 중요한 이슈이다. 따라서 물류 부문, 특히 도매시장에 있어서는 전송거래라든지, 역물류에 있어 디지털 전환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 본다. 또 최근에 우리 연구원에서 보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해외 수출 시장 분석이다. 지금까지는 해외에 나가 여러 가지 판촉 활동을 하는데, 해외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시장에 대한 사전 분석이나 검토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앞서 말한 규격화나 코드화, 공정 거래를 이끌어 주는 제도의 개선 등을 각각의 정책 목표에 맞춰 디지털 전환을 바라보는 관점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겠다. 이런 변화는 결국 산지유통, 도매유통으로 나눠 고민하던 것에서 디지털 전환을 통해 통합적인 관점으로 농산물 유통을 바라는 쪽으로 바뀔 것이다.
# 디지털 혁신과 자동화
자동화 예산 지원돼야 인력난 해소
산지유통 정책에 농협이 중요
통합 마케팅조직 시설도 활용해야
▲최규환=디지털 혁신의 또 다른 핵심은 자동화다. 자동화 면에선 우리 APC가 어느 정도 이뤄져 있다. 높이 쌓아 저장하기 위해서는 상자가 균일해야 하기 때문에 APC 에납품하려면 APC에서 사용하는 상자를 쓰게 했다. 처음에는 분실도 많았는데, 농가가 직접 입력하는 키오스크 방식을 도입해 분실도 줄어들었으며, 적재에서 저장까지 나름대로 자동화가 이뤄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문제는 인력난이다. 100명이 작업을 해야한다면 70명밖에 없다. 매일 야간작업을 해야 발주량을 맞출 수 있다. 연간 매출이 300억원 이라면 간단히 나눠도 하루에 1억원 이상의 물건을 팔아야 하는데, 그만큼의 물건을 소포장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엔 자동으로 포장을 하는 기계가 많이 개발돼 대형유통업체에서는 사용을 하고 있다. 자동화를 위한 예산을 신청해 놓은 상태로, 산지의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주원철=자동화에 있어 두 가지 측면을 더 고려해야 한다. 사람이 물건을 보고 하나씩 코드를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이 입고되는 과정에서 자동으로 등급이 정해지고 정보화가 이뤄지도록 하는 게 자동화의 조건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시설에 대한 문제다. 좀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산지 유통 주체를 어떤 식으로 묶어낼 것인가가 중요하다. 아시다시피 산지유통 정책에서 농협이 중요한데, 이러한 농협이 1000여개가 있다. 현재로서는 최소 시·군 단위로는 묶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또 현재 119개의 통합 마케팅 조직이 있고 이 조직이 전체 농산물 유통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통합 마케팅 조직의 중심이 되는 시설을 스마트APC로 두고 품목 중심의 브랜드 마케팅을 해 나간다면 많은 부가가치를 얻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농산물 유통 디지털 전환 성공하려면?
농민 디지털 전환 혜택 체감이 먼저
하드웨어 투자·교육·컨설팅 필요
데이터 표준화, 법·제도 뒷받침돼야
▲서용석=사실 디지털 유통이라는 꼭지만 가지고 보면 지엽적이라는 생각이 들고, 결국 기존에 추진해온 정책에 디지털 유통을 접목하는 쪽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한다. 예를 들어 푸드플랜이나 농식품 바우처 사업, 과일간식 지원 사업 등에 온라인 거래나 디지털 유통을 얹어 정책을 추진한다면 소모적인 논쟁도 줄고, 국가 전반적으로 생산이나 소비, 유통을 아우를 수 있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본다. 또 최근엔 고향사랑 기부제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런 것도 새로운 시장이고, 온라인 유통에 있어 접목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달에 한 번씩 세미나를 하고 있는데 이것을 지자체에서 관리하기보다 민간에 맡겨 사이트를 구축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전환이라고 하면 아직은 막연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부분을 앞으로 논의해 나가면서 구체화하고, 선명성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단순히 정부가 정책자금을 투여하는 형식이 아니라 농민들이 디지털 전환으로 오는 혜택을 체감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적이 아닐까 생각한다. 디지털 전환이 코로나 시대를 맞아 땜질식으로 들어간 국정과제가 아니라 IT 강국으로서 농산물 유통에 제대로 된 정책이 안착돼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이득을 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지길 바란다.
▲주원철=디지털 전환을 위해선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 째는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이고, 두 번째는 하드웨어를 디지털 시대에 맞도록 운영할 수 있는 교육이나 컨설팅이 필요할 것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스템을 만들어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것을 통합해 적용을 하고 그러한 기본 위에 각각의 유통 주체가 각자의 시스템을 올려 쓰도록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데이터의 표준화 부분도 더 신경을 쓸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여기에 필요한 법과 제도를 만드는 일이다. 이 부분은 관련 계획이 확립되면 여러 관계자들과 협의하고 진행을 할 것이다. 오늘 제기된 문제는 잘 새기도록 하겠다. 오늘 얘기한 ‘디지털 전환’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서용석 총장 얘기처럼 어떤 정책을 잘 구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이런 개념을 가지고 우리가 어떤 정책을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더 고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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