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on
 
 
    > 게시판 > 농산물뉴스
 
[한국농어민신문] 디지털 혁신시대 농식품 유통혁신의 기준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2-06-01 조회 1491
첨부파일


      디지털 혁신시대 농식품 유통혁신의 기준


                                                    한국농어민신문 농업마당=양석준 교수 2022. 5. 23


     생산자 수취율 70% 이상 목표 삼아
     디지털 중심으로 유통혁신 서둘러야
     기존 사고ㆍ관행 벗어나야 실천 가능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농식품 유통 혁신도 디지털 혁신과 관련해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농식품 유통을 얼마나 혁신해야 만족할 수 있는지, 그 기준에 대한 논의는 별로 없었던 것 같아 한 번 그 기준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이야기에 앞서 ‘총거래수 최소화의 원리’ 이론을 설명해야 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수많은 생산자와 수많은 소비자가 직거래하는 것보다는 중간에 유통상인이 끼어들면 거래수가 줄어들어 유통비용이 낮아진다는 이론이다. 즉, 사회 전체를 보았을 때 경제학적으로 유통상인이 중개하는 것보다 직거래하는 것은 유통비용이 비싸다는 것을 설명한 이론이다. 그런데 농산물 직거래 상품은 대개 저렴했다. 왜 그랬을까? 그동안 정부가 농산물 직거래와 관련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비용을 부담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농산물 유통에서는 희한한 일이 발생했다. 정부 지원을 하나도 받지 않은 직거래 유통비용이 도매시장을 거치는 유통비용보다 싸진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소비자가 스마트 스토어에서 3만원을 주고 산지의 농산물을 구매했다고 했을때, 생산자 수취율은 얼마가 될까? 농가가 직접 판매하는 것은 힘드니 전문 온라인 유통상인 셀러에게 판매를 맡기고 택배만 보내주는 것으로 가정해본다. 유통비용은 이렇다. 포장과 택배비 4500원, 스마트 스토어 수수료 1500원, 온라인 유통상인(셀러) 수수료 3000원이 전부다. 총 유통비용은 택배비 포함 9000원이다. 농가 수취금액은 2만1000원이다. 유통비 비중은 30%, 생산자 수취율은 70%다.

그런데, 도매시장을 거쳐서 판매되는 농산물의 생산자 수취율은 2020년 aT 조사자료를 볼 때 52.5%다. 유통비용이 47.5%에 달한다. 정부가 엄청난 비용을 집행한 도매시장 유통경로의 유통비 비중이 정부 돈이 거의 하나도 안 들어간 온라인 직거래의 유통비용보다 무려 58% 이상 비싼 것이다. 그 결과 정부 지원이 필요한 직거래 비중은 농업생산액 대비 최대 10%를 넘기 어렵다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2020년 15.5%까지 늘었다. 지금은 20%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매시장 경로의 상대적 비효율화가 낳은 결과다. 그렇다고 정부가 잘못한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 시대에는 도매시장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맞았다. 문제는 디지털 시대의 유통혁신을 따라가지 못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의 유통혁신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새로운 유통비용 목표부터 세울 필요가 있다. 그 기준은 바로 소비자 가격 대비 생산자 수취율 70% 이상이다. 소비자가격 대비 생산자 수취율이 70% 이상이 되지 않는 유통 혁신에는 굳이 예산을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예산을 투입하지 않아도 생산자 수취율이 70%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예산을 잘못 투입하면 생산자 수취율만 낮아지고 디지털 유통혁신의 발목만 잡을 수 있다.

최근 많이 논의되고 있는 도매시장 혁신도 한 번 돌아보자. 지난 시절 가락시장 현대화를 위해서 조 단위의 돈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가락시장 현대화가 완전히 종료된 후 소비자가격대비 생산자 수취율이 70%가 넘을까? 그렇다면 잘한 일이다. 만일 아니라면 과감하게 과거의 투자를 포기하고 디지털 유통혁신을 해야 한다. 현재 산지의 유통 인프라도, 다른 공영도매시장도 마찬가지다. 과거 투자가 디지털 시대 농식품 유통 혁신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

디지털 혁신에 맞는 기준을 충족시키지 않고 유통혁신 정책을 수립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타 산업분야에서 이미 벌어진 유사한 일들과 결과는 같을 것이다. 롯데쇼핑이나 신세계 그룹을 보자. 오프라인 중심 관점에서 유통개혁을 시도하다 결국 외국계 자본으로 세워진 쿠팡의 디지털 혁신에 선두 자리를 뺏겼다. 농산물 유통도 마찬가지다. 농산물의 생산자수취율 70% 이상을 목표로 삼고 백지에서 디지털 중심으로 유통을 혁신하지 않는다면, 외국계 자본이 쿠팡처럼 몇 조 투자해서 한국의 농산물 유통을 싹쓸이 할 수도 있다.

디지털 시대 농산물 유통혁신의 목표는 생산자 수취율 70% 이상이 되어야 한다. 농산물 유통마진을 47.5%에서 30% 이하로 줄이자는 것이다. 사실 오프라인 중심으로 세상을 보아왔던 분들은 무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유통비용 절감 혁신은 농산물 유통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우리만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혁신에 대해서 한 대기업 공장장의 유명한 이야기로 마무리 하려고 한다.

“30년을 일해 본 결과 재미있게도 5% 비용절감은 어려워도 30% 비용 절감은 쉽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5% 비용절감을 하려면 조금 더 노력해서 목표를 달성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원래대로 편하게 사는 대로 돌아갑니다. 비용도 곧 원상복귀 됩니다. 하지만 30% 비용절감을 하라고 하면 조금 더 노력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들을 합니다. 그래서 다들 새로운 방법을 찾습니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방법을 찾으면 실제로 30% 비용절감이 일어나고, 이는 다시 원래 비용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이것이 비용 혁신을 하는 방법입니다.”

  [농민신문] 결혼이민자 가족·친척, 19세부터 계절근로 참여 가능 전망
  [농민신문] 거리두기 해제…농산물 온라인 판매 ‘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