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됐지만 외국인 계절근로자 입국이 일부 지역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원활한 인력수급을 위해 내놓은 계절근로자제 개선안마저 실효성이 떨어지고 지방자치단체와 엇박자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계절근로자수는 18일 기준 2165명이다. 법무부가 올 상반기 확정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규모가 1만1550명인 것과 비교하면 입국 속도는 더디다. 각 지자체는 계절근로자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국가 내부 사정 때문에 계절근로자 입국이 늦어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전해건 강원 인제군 인력육성팀장은 “상반기에 계절근로자 395명을 도입하려고 했지만 입국 인원은 현재 70여명에 불과하다”며 “농가가 계절근로자를 최장 5개월 고용해야 하는데 10월이면 한해 농사가 대부분 끝나는 만큼 이달 안으로 나머지 외국인 근로자들이 입국할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가 내놓은 계절근로자제 개선안조차 인력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와 법무부는 지난해말 코로나19로 해외 인력수급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계절근로자제 대상 외국인 범위를 확대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거주 외국인은 제한적으로 계절근로자제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유학생·방문취업동포·문화예술인 자격 외국인도 계절근로자제에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이런 보완책이 인력난 해소에 별다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정부가 계절근로자제 대상에 새로 포함한 국내 체류 외국인 유학생은 추가 대상자 가운데 인원이 가장 많지만, 학기 중 공휴일과 방학에만 계절근로를 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농촌에서 가장 인력이 많이 필요한 시기와 외국인 유학생들이 계절근로에 참여 가능한 때가 일치하지 않는다.
올해부터 정부가 성실하게 근무한 계절근로자에게 보장한 재입국 기회도 보완이 더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조원지 전북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입국 기회를 보장받은 근로자들이 다시 본국으로 출국해 국내로 들어와야 하는데 항공비, 코로나19에 따른 격리에 드는 비용 등을 생각하면 큰 유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성실한 외국인 근로자에 한해서는 체류 기간 중 근무 기간을 연장해주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최근엔 정부와 지자체의 엇박자로 계절근로를 원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들어오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법무부는 이달 9일부터 결혼이민자 가족·친척을 결혼이민자 거주 지역과 다른 곳에서도 계절근로를 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바꿨다.
이에 가족·친척을 계절근로자로 초청하려는 결혼이민자들이 크게 늘었는데도 정작 지자체가 이를 통한 계절근로자 모집 계획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경남 의령군 관계자는 “9일 이후 가족·친척을 의령군 계절근로자로 참여시킬 수 있느냐는 문의 전화만 하루에 100통 이상 쏟아졌다”며 “우리 군은 현재 MOU를 통해서만 계절근로자를 모집하고 있기 때문에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전문가들은 새로운 농업 인력 발굴과 함께 중앙 단위 계절근로자 관리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은 계절근로자 모집부터 입출국까지 모두 지자체가 담당하지만, 전국 단위로 이를 총괄하는 중앙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 연구위원은 “기초지자체가 개별적으로 계절근로자제를 운영하고 있다보니 다른 지자체와 협력도 제대로 되지 않고 제도를 운영하는 중앙부처와 소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계절근로자제를 총괄할 조직과 제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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