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사이 농가 면세유 부담
1조원 이상 폭발적 증가 우려
한전은 영업손실 이유
전기요금 인상카드 만지작
영농비 동시에 폭등 속수무책
시설농가 ‘농사 포기’ 직면
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2022. 5. 20
농업용 면세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운데 올 하반기까지 지속되면 지난해 1조1350억원 수준이었던 농가들의 면세유 구입액이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우려된다. 1년 사이 농가들의 면세유 부담이 1조원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게다가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는 한전이 전기요금에 대해 연료비 연동의 범위 확대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어, 농사용전기 요금도 상승할 것으로 우려되는 등 농업부문에 대한 에너지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5월 18일 현재 농업용 면세유 전국 평균가격은 휘발유 1350.49원, 경유 1481.4원, 실내등유 1289.41원 등으로 폭등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농업용 면세유 연평균 가격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오른 셈이다. 실제 경유 연평균 가격을 보면 2019년 828.97원, 2020년 687.87원, 2021년 829.11원이었고, 난방기에 사용되는 등유도 같은 기간 802.93원, 676.74원, 798.67원이었다. 또한 휘발유도 773.73원, 644.2원, 802.03원 등과 비교해, 불과 6개월 사이 사상초유의 면세유 가격이 형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최근과 같은 면세유 가격이 계속되면, 지난해 1조1350억원인 면세유 공급액이 올해는 2조원을 넘어 농가들이 면세유 만으로 1조원에 육박하는 생산비 증가 부담을 떠안게 된다. 농업용 면세유의 연간 공급량은 140~143만 킬로리터(㎘)에 달한다.
농협경제지주 에너지사업부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제 유가 강세가 지속되고 있고, 이에 연동해 농업용 면세유 가격도 급등했다”며 “지역농협에서 면세유를 구입하는 농업인 조합원에 이용고 배당 등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현재로선 최대한 빨리 국제유가가 안정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면세유 고공행진과 함께 인건비, 비료 등 농기자재 가격 등도 걷잡을 수 없이 동시다발적 상승으로 인해 농가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시설재배 등 면세유 사용량이 많은 농가들은 하반기 영농면적을 줄이거나 농사포기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 안성의 한 시설재배 농가는 “시설재배를 하는 농가들 모두 재배면적을 줄이고 있다. 급등하는 영농비 부담을 견디기 매우 힘들다”며 “예전보다 재배면적을 60~70% 수준으로 줄인 시설하우스 농가들이 파다하다. 내 하루 인건비를 건지지 못할 정도로 농산물 가격은 낮아 영농비 부담이 심각하게 높아졌다”고 하소연 했다.
농사용전기 요금도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발전 연료비 상승 등의 여파로 영업손실이 깊어진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을 꺼내들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전이 1분기 7조8000억원의 영업 손실을 낸 가운데 자구대책을 추진하고, 연료비 등 원가변동분이 전기요금에 합리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발전에 들어가는 연료비 연동제 조정 폭을 현행 kWh당 ‘분기 기준 ±3, 연간 기준 ±5원’에서 ‘분기 기준 ±5원, 연간 기준 ±10원’으로 조정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전기요금 인상을 시도하겠다는 의도다.
이와 관련해 안성의 시설재배 농가는 “수십년 동안 농사를 지었는데 최근과 같은 모든 영농비가 동시에 폭등하는 사태를 처음 겪고 있다. 노지와 시설하우스에서 동시에 출하돼 농산물 가격은 하락했고 당분간 농사를 줄이는 것 외에는 대책이 없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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