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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선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장 취임 2주년 기념 인터뷰]
농산물 수급조절 실패 산지유통인에 피해 전가
정부 수급 정책 파트너로 산지유통인 흡수 필요
안정적 수급정책 통해 제값 받는 유통혁신 필요
농축유통신문 김수용 기자 2022. 5. 12
“농산물 유통 분야의 개선과 우리 농업 보호와 발전을 위해 우리 산지 유통인들에게 보다 많은 역할과 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바로 시대적 요청이자 주어진 우리의 소임인 것이다.”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창립선언문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대다수의 노지채소는 유통인을 통해 수집돼 소비지에 분산되는데 농산물 유통의 한 축을 산지 유통인이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산물이 출하되는 곳이면 전국을 가리지 않고 산지 유통인의 손을 거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쉽게 변질되고 감모되는 농산물의 특수성을 극복하고 원할한 유통을 위해 모세혈관처럼 전국 각지를 누비며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발전에도 앞장서 왔다.
하지만 최근 산지 유통인들은 경영비 증가, 농산물 가격 하락 등 채산성 악화로 어려움에 처해있다. 산지 유통인의 수장인 최병선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장은 정부의 인위적인 수급조절로 산지 유통인들의 수익성이 악화대 유통업 영위가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토로한다. 최 회장을 만나 현안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최 회장과의 일문일답.
Q. 조만간 취임 2주년을 맞이한다. 그간 소회는?
A. 처음 가락시장에서 진행되는 노지채소의 경매를 지켜보고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다보니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빴다. 그동안 회원의 권익보호와 생존권을 위한 탈출구를 찾아 내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게다가 코로나 여파로 사람들과의 소통이 쉽지 않았고, 특히 정책과 현장의 입장차로 인해 정부 관계자들과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
그러나 농업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며, 시대의 흐름에 맞게 도매시장에 다양한 거래 제도를 기반으로 하는 농산물 유통개선과 수급안정 정책 등 여러 가지 정책적 노력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또한 남은 임기 동안 우리 회원들의 권익 보호와 농산물 유통발전 그리고 농업·농촌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함은 물론 연합회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는 데에도 헌신할 생각이다.
Q. 코로나19 등으로 무·배추의 소비가 줄고 생산도 어려워졌다. 농촌의 현실을 말해 달라.
A. 작년 중국에서 벌어진 알몸배추 파동 이후 수입김치 소비는 감소했지만, 코로나 팬데믹과 외식소비가 대폭 줄어 국산김치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무·배추 가격 하락으로 유통인들은 힘든 시기를 보냈다. 특히 무를 취급하는 유통인들은 수급 조절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유통이 지연되는 악순환이 반복됐고, 소비 심리까지 얼어붙은 탓에 회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10년 전보다 연간 배추 생산량이 약 절반가량이 줄었는데 소비가 줄자 생산량이 조금만 과잉되면 가격이 폭락하는 현상이 자주 반복되고 있다. 게다가 모든 원자재 가격은 계속 오르고, 인력난이 심각해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원자재 오름세만큼 농산물 가격에는 반영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산지에서는 열심히 농사지어 출하해도 남는 게 별로 없다는 뜻이다. 실제 무‧배추 1대를 팔아 봐야 영농관리비, 농자재비, 작업인건비, 운임, 수수료 등 부대비용을 치르고 나면 손해 보는 경우가 더 잦다. 실제 우리 회원들 중에도 계속 손해만 보다가 채산성 악화로 폐업을 결정하는 사례가 많다. 빚만 늘어 가는데 누가 힘들게 농사를 지으려 하겠는가. 힘들게 농사를 지은만큼 농업소득이 보장이 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국내 농업생산 기반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특히 노지채소는 가격변동 폭이 큰 만큼 자본이 없는 영세농은 버틸 수가 없다. 안정된 농업소득을 올리기 위해서는 가격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국내산 김치를 구경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Q. 최근 들어 정부는 물가안정을 이유로 수급 품목의 노지채소를 무작정 방출하면서 출하자의 피해가 커져가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A. 정부는 농산물의 가격안정 차원에서 노지채소 수급안정 정책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채소가격 안정제 사업, 시장격리(산지 폐기) 사업, 계약재배 사업, 상시 수매·비축 사업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제는 새롭게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
첫째,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노지채소 수급정책의 큰 문제점은 소비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생산량만을 가지고 공급을 관리하는 형태로써 물가관리 위주의 수급 조절에 그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항상 과잉생산을 부추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째, 수급 문제 발생 시 사후약방문식의 대응이 산지 생산기반을 와해시키고 소비자 물가의 불안도 가중시키고 있다. 가격이 상승할 때는 물가를 안정에 급급한 나머지 비축 농산물을 즉시 방출하고 있지만, 가격이 폭락할 때는 현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대책으로 일관할 때가 많다. 농식품부에 선제적 수급조절을 항상 강조하고 가격폭락 조짐이 보일 때마다 시장격리 등의 수급 대책을 요청해 보았지만, 이미 심각한 가격 폭락이 온 후에야 겨우 채소가격안정제 물량 일부를 시장격리 대책용으로 내놓을 때가 많다.
셋째,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 왔던 농산물 공급 확대 정책의 가장 큰 피해자는 산지유통인들이다. 특히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하락의 피해는 오로시 산지유통인들이 농민 대신, 정부가 책임져야 할 리스크를 감수하는 등 스폰지와 같은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도 정작 정부 정책사업인 채소가격안정제 사업 등에 참여하지 못해 수급정책에서 소외되고 있어 산지에서는 정부에 대한 원성이 높다. 현재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고 있는 채소류 등 저장성이 없는 농산물의 경우 농안법 제9조에 의거 가격안정을 위해 필요한 시책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 특히 과잉 생산 시 생산자가 보호될 수 있도록 수급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넷째, 정부는 농산물의 수급상황 판단 및 수급조절에 관한 사항에 대해 장관의 자문기구로서 수급조절위원회의를 두고 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코로나19 등을 핑계로 회의 한 번 개최하지 않았고 비축 농산물 방출시 수급조절 메뉴얼이라는 객관적 기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준을 지키지 않고 농산물을 시장에 방출해 왔다. 어떠한 협의도 없이 물가안정을 위한 임의적인 판단에 의해 수급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정부는 물가대책회의 때마다 농산물 가격안정부터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수급조절 메뉴얼 기준은 아예 무시하고 조금만 가격이 상승해도 수급조절 메뉴얼도 무시한 채 비축농산물을 가락시장에 집중 방출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추고 있다. 이는 기후에 민감한 농업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인위적으로 가격만을 낮추려 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결국 생산자들은 손실을 감내하지 못해 농업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이런 정책으로 인해 노지채소의 소득 자체가 불안정해지고 면적 변화가 심해 생산의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며, 나아가 국내 농업기반 자체가 붕괴되고 말 것이다.
Q.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였을 당시, 인수위원회에 농산물 제값 받기, 노지채소 수급안정 등 농업유통에 관련한 생각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의미인가.
A. 현재, 도매시장에 출하되고 있는 노지채소 농산물의 절반 이상이 생산원가 이하로 거래돼 농가 소득을 위협하고 있어 적정 가격 즉, 제값을 보장하는 유통혁신이 필요하다. 농사를 지었을 때 수익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농업·농촌이 활성화되고 산업화도 가능해진다. 그러면 청년들이 오지 말라고 해도 농촌으로 돌아올 것이다.
특히, 현 경매제 중심의 공영도매시장은 반입량 따라 가격 변동성이 커서 수급 불안 및 국민 경제 부담 가중되고, 유통단계는 복잡해 유통비용이 높은 시‧공간적으로 비효율적인 구시대적 거래제도다. 또한 온라인 유통에서 배제돼 도매시장 유통의 디지털 갈라파고스화가 심화되는 등 한계에 봉착함에 따라 도매유통의 혁신과 공익적 기능 강화를 통한 농가 소득을 제고 할 필요가 있었다. 현 도매시장 거래제도는 상장경매 원칙으로 도매시장법인의 수탁 독점 폐해(독점적 권한 유지)를 심화시켜 도매유통 및 공익적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도매법인은 수익성에 집중할 뿐 농업에 재투자가 없고 공익적 역할에 무관심하다.
지방 공영도매시장의 경우에는 산지 수집·분산 기능과 도매역할 비중 축소로 소멸 위기가 도래하고 있다. 지방 도매시장법인 및 시장 관리주체의 역량과 개선의 의지가 약화되고 있다. 또 대다수 지방 도매시장법인의 경우 산지에서 농산물을 수집하기보다는 비용이 들지 않는 소위 전송이라는 이름으로 가락시장에서 농산물을 매수해 오고 있다.
Q. 산지유통인의 권익보호와 안정적인 영농활동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향후 계획은.
A. 우선 산지유통인을 제도권에 편입하는 일과 산지유통인들의 조직화를 통한 출하교섭권을 확보하는데 앞장설 계획이다.
아시다시피, 산지유통인은 생산과 유통을 겸하는 실질적인 농업인들이다. 산지유통인의 농업 형태를 보면 자신의 농지 또는 임차농지를 확보해 1차로 생산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정부가 권장하는 경영체 등록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산지 유통인들은 순수 1차 생산자와 달리 자신의 경작지 이외에도 전국의 소농들이 정식한 농산물을 어릴 때(조기)부터 인수해 수집하고 이를 규모화 한 후 본인이 추가로 관리해 유통까지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산지유통인의 권익보호와 안정적인 영농활동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우리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는 자구책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연합회 회원을 중심으로 조직화를 꾀할 것이다. 조직화가 구성되면 자조금 단체와 마케팅법인을 만들어 노지채소의 고질병인 농산물의 불안정한 수급에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최근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에서는 금년 6월 중 배추 하차거래를 시행하겠다고 하는데 큰 틀에서 보면 도매시장의 물류를 개선해 효율을 높이고자 하는 데에는 공감한다.
문제점으로는 첫째, 추가되는 유통비용을 농업인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큰 부담으로 작용,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시행하는 물류개선에는 반대 입장이다. 게다가 비료 등 농자재, 인건비, 운송비 등 고물가 상황은 감안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려운 산지의 여건을 고려, 연착륙 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가령 하차거래 시 57만 원/대(유통비용 과다) 추가 유통비용 중 공사에서 4만 2,000원/(5톤)을 지원(3,000원/파레트)하고 나머지는 출하자(52만 8,000원/대)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둘째, 가락시장의 중도매인 판매 현황을 보면 50% 경매장 내 소매, 20~30% 가공공장, 20% 파레타이징 거래로 실질적 파레타이징 거래는 미미하다. 중도매인들의 파레타이징 거래가 20%로 미미한데도 하차거래를 정착시키기 위해 산지 출하자에게 일방적으로 유통비용을 전가하는 공사의 밀어붙이기식 행태는 과연 누구를 위한 하차 거래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농안법 제40조(하역업무)에 의거 추진한다고는 하나 농안법 40조에서 말하는 취지는 출하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개설자는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 과다물량 반입으로 가격하락 시 차상거래품은 이동이 간편하나 하차거래 시 차량이 다시 회귀, 유통비용 40만원/(대)이 추가로 지출될 뿐만 아니라 이동시키기 위한 상차 또한 익일 오후 2시나 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상품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노지채소는 가격변동 폭이 크고 가락시장 출하 농산물의 절반 이상이 생산비 이하 가격이다. 경매 불낙‧유찰 시, 가공공장 이동의 경우 상차비·운송비 에 대한 이중 비용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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