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 제2통합미곡종합처리장(RPC) 공사 현장. 시공업체가 건축자재값 상승분을 전액 공사비에 반영해달라고 요구하면서 공사가 공정률 70%에서 사실상 멈춰 섰다. 올해산 벼를 정상적으로 수매하는 게 목표지만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시멘트·철근 등 가격 크게 올라 일부 품목은 돈 주고도 못구해
당진 제2통합RPC 신축 중단 비용 추가·설계 변경한 현장도
결국 농민 피해...정부지원 필요
농민신문 당진·태안=서륜, 상주=김동욱 기자 2022. 5. 4
“현재 대부분 공사가 중단된 채 일부 설비 공사만 겨우 진행되고 있습니다. 언제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답답할 따름입니다.”
4월29일 찾은 ‘충남 당진 제2통합미곡종합처리장(RPC)’ 신축 공사 현장. 건축자재값 급등으로 공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방문한 이후 5개월이 지난 뒤 다시 찾았지만 공사 진척도는 당시와 비슷했다. 건조·저장 시설 공사만 완료됐을 뿐 현미·백미·포장 라인과 사무동 공사는 공정률 70%에서 더이상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올들어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더 심각해진 모습이다.
건축자재값 폭등 현상이 품목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RPC 등 산지유통시설 건립 공사가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자재값 폭등이 공사비 증가로 이어져 공사가 중단되거나 공사기간이 연장되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공사를 아예 시작조차 못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들 산지유통시설은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잘 팔아주고 영농활동을 보다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기반시설로, 공사 차질이 결국 농민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가격이 급등한 대표적인 건축 자재는 시멘트다. 시멘트업계 1위인 쌍용C&E는 4월15일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와 1종 시멘트값을 1ｔ당 7만8800원에서 15.2% 인상한 9만8000원에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7월 5.1% 인상한 데 이어 다시 올린 것이다. 철근값 역시 지난해 1ｔ당 50만∼60만원에서 최근 100만원 이상으로 2배가량 올랐다.
당진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대표 이덕주)이 짓고 있는 제2통합RPC는 2020년 11월10일 착공해 2021년 11월 완공하는 게 당초 목표였다. 하지만 각종 건축자재값이 급등했고 일부 품목은 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서 완공은 올 5월로 미뤄졌다. 그 사이 공사비는 당초 계획(231억원)보다 6%가량 증가했다.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공사 시공업체가 자재값 급등에 따른 공사비 추가분을 전액 요구하면서 공사를 중단한 것. 하지만 추가 지급할 공사비의 경우 정해진 규정에 따라 일정액을 넘길 수 없어 법인은 법률 자문을 거쳐 공사계약을 해지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법인은 새로운 시공업체를 선정했고 이 과정에서 공사비는 또 늘었다.
당진시농협쌀조공법인은 신축 RPC의 경우 벼 투입구와 건조기가 많아 농민들이 벼 수매를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고 벼 건조시간도 대폭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조공법인에 참여하는 6개 농협이 현재 운용하고 있는 RPC 관련 인력도 크게 줄임으로써 경영을 보다 효율화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사 차질로 인해 이러한 계획이 모두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덕주 대표는 “올 8월말까지 공사를 완료해 농민들이 생산한 2022년산 벼를 차질 없이 수매하는 게 1차적인 목표”라면서도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라고 걱정했다.
충남 태안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대표 한영헌)은 공사를 아예 시작도 못했다. 이 법인은 2021년 9월15일 농림축산식품부의 ‘고품질쌀 유통활성화사업’에 선정됐다. 1999년 건립돼 노후화된 RPC를 이 사업을 통해 전면 개보수할 계획이었다. 예상 공사비는 약 85억원이었고, 4월초 착공 예정이었다. 하지만 자재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면서 공사비가 33억원가량 늘어 약 118억원까지 치솟았다. 이로 인해 설계 변경이 불가피해졌고 착공은 빨라야 9월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10월에는 벼 수매로 인해 공사를 일시 중단해야 하기 때문에 완공은 올해 안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영헌 대표는 “공사비가 이렇게 많이 추가돼서는 전면 개보수를 도저히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벼 이송라인 교체 등 꼭 필요한 부분만 공사하기로 설계를 변경했지만 이 경우도 공사비가 14억원 정도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곳곳에서 산지유통시설 공사가 차질을 빚으면서 결국 피해는 농협과 농민이 떠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대표는 “안 그래도 올해 쌀값 하락으로 8억원가량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사비까지 증가해 법인이 떠안게 될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실정”이라며 “법인의 손해는 곧 농협과 농민 조합원에게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도 같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 경북 상주 외서농협(조합장 지종락)이 배 유통 활성화를 위해 올해 연말을 목표로 추진중인 APC 건립사업은 현재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외서농협은 당초 39억원의 사업비를 책정했지만 예상치 못한 비용 증가로 설계를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지종락 조합장은 “사업비 증가가 우려돼 APC 저온저장고를 당초 780㎡(236평)에서 450㎡(136평) 규모로 축소하기로 했다”면서 “준공 시기가 늦어져 APC 출하농가의 불편이 우려되고,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지 조합장은 “사업비 증가분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추가적인 지원이 뒷받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코노텔링] ''코로나 3년''...서울상권 판도변화 
[농민신문] “한국, 무역왜곡보조 감축보다 적절히 사용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