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무역왜곡보조를 감축하는 대신 오히려 일부 농산물을 중심으로 늘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촌 지역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 농업 생산을 국가가 유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나라도 무역왜곡보조를 무조건 감축할 게 아니라 농촌 보존 등을 위해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이런 내용의 ‘미국과 EU의 농업보조 변화와 정책 시사점’ 보고서를 내놨다.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정에 따라 각국의 농업보조는 허용보조와 무역왜곡보조로 분류되고 무역왜곡보조 가운데 국내 시장 가격을 지지하는 농업보조총액(AMS)은 과잉 생산과 이에 따른 무역 왜곡을 초래하는 것으로 여겨져 감축을 요구받게 됐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들은 UR 농업협정 정신과 달리 무역왜곡보조를 성실히 감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U의 무역왜곡보조는 2018년 기준 118억유로로 1995년(719억유로)과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는 감축 추세에 변화가 감지된다. 특히 AMS가 2010년 65억유로에서 2017년 69억유로로 증가했다. 보조가 늘어난 대표적 품목은 밀, 바나나, 포도주용 포도였다.
미국은 무역왜곡보조가 1999년부터 전반적으로 감소하다 2008년부터 다시 증가하는 양상이다. 2017년 무역왜곡보조는 163억달러로, 가장 낮았던 2010년의 101억달러보다 61%나 증가했다. 보조가 늘어난 품목은 설탕·면화·대두·옥수수였다.
주목할 점은 보조가 늘어난 품목이 대체로 생산이 증가하고 가격 또한 상승 추세라는 점이다. 가격이 어느 수준 유지되는 가운데서도 가격 지지를 위한 무역왜곡보조가 지급된 것이다.
보고서는 주요 이유가 농촌 지역사회 유지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넓은 토지가 필요한 이들 품목이 적절히 생산되지 않을 경우 농촌 거주 여건이 악화하고 지역사회가 원활히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에 국가가 농촌정책의 일환으로 농업보조를 지급해 적정 생산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무역왜곡보조를 무조건 감축할 것으로 여기는 국제사회의 시각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무역왜곡보조를 철저히 통제하는 국내 농업보조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8년 기준 우리나라 AMS 사용액은 지급상한인 1조4900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29억원에 불과하고, 품목별 최소허용보조(De-minimis) 사용액도 해당 품목 생산액의 1%에도 못 미친다”면서 “무역왜곡보조를 무조건 많이 지급하자는 것이 아니라 농촌 지역사회 유지 등 농업 생산이 갖는 비교역적 관점에서 필요한 경우 적절히 활용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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