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식품의 양대 수출시장인 중국과 일본 사정이 심상치 않다. 한쪽에선 코로나19가, 다른 한쪽에선 환율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한국 농식품 수출 전선에 경고등이 켜졌다.
중국 정부는 3월28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상하이·장쑤성 일대를 전면 봉쇄하면서 수출입 제품에 대한 검역을 강화했다. 최근엔 수도 베이징으로 봉쇄지역이 확대되고 있는 데다 중국 노동절 연휴(4월30일∼5월4일) 이후 도시 봉쇄가 주요 지역으로 확산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수출기업도 덩달아 곤혹을 치르고 있다. 제품을 지정창고에서 일정기간 보관한 후 유전자증폭(PCR)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해 보관·검사비용 부담이 생겼다. 게다가 봉쇄조치로 중국 내 물류 적체가 심각해지면서 추가 부담을 떠안고 있다. 상하이의 4월1∼10일 중 화물물동량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81% 감소했다.
이 여파로 올 1∼3월 대중국 농식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은 우리 농식품 5대 수출 대상국 가운데 지난해와 비교해 수출액이 감소한 유일한 국가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그나마 지금이 딸기·포도 등 신선농산물을 수출하는 시기가 아니라 피해가 크지는 않다”며 “현재 농식품기업에 200만원 한도의 코로나19 검사비를 지원하고 있고, 수출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엔저(달러당 엔화 환율이 오르는 엔화 약세)가 심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디플레이션 극복을 명분으로 ‘마이너스 금리’ ‘무제한 돈 풀기’ 정책을 10년째 유지하면서 엔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엔화 가치를 낮춰 일본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림으로써 경제를 살리기 위한 목적에서다.
이에 따라 엔화 가치는 4월28일엔 1달러당 130엔선을 넘어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1달러당 135엔까지 떨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일본 제품의 달러 표시 가격이 낮아져 일본 상품의 수출 확대에 큰 도움이 된다. 반면 일본 내의 수입물가 상승을 불러 소비가 위축되는 측면도 있다.
일본을 주력 수출시장으로 삼는 국내 주요 농식품 수출 산지가 채산성 악화를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오규영 부경원예농협 과장은 “줄곧 10대1을 유지하던 원화 대 엔화 비율이 최근엔 9.6대1로 낮아져 걱정스럽다”고 했다. 한국 농식품의 일본 현지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지면서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려는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실제로 부경원예농협이 수출하는 파프리카 물량은 최근 한달 새 30%가량 줄었다. 현지 바이어들이 아직까지는 당초 공급예정가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지만, 4∼5월은 국내 생산량이 대폭 늘어나는 시기인 만큼 수출 부진은 체감적으로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게 산지 얘기다.
오 과장은 “아직까지는 일본 수출길이 막힌 파프리카가 내수로 공급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고 있고, 농가소득 역시 현재 작기가 끝나는 6∼7월께 최종적으로 파악된다”면서도 “엔저에 따라 수출농가 채산성이 악화할 소지가 큰 만큼 관계기관에서도 관심 있게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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