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시장의 서부청과가 사모펀드에 매각되면서 농산물도매시장이 자본의 투기장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강서시장 내부 전경. 농민신문DB
아이젠PE, 200억원대 인수 수익구조 안정적인 도매법인
사모펀드엔 매력적인 투자처
“수익성 높이려고 구조조정땐 유통에 차질…보완장치 필요”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2. 4. 29
서울 강서시장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이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사모펀드가 도매시장법인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수도권에서만 세번째로 농산물도매시장이 투기의 장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도매시장법인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부청과 사모펀드에 매각…도매시장법인 인수 세번째=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강서시장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 서부청과는 최근 사모펀드 운용사 아이젠프라이빗에쿼티(아이젠PE)에 인수됐다. 인수는 아이젠PE가 서부청과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지분 100%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인수금액은 200억원대인 것으로 파악된다.
공사 관계자는 “15일 서부청과의 주주 변경 등 양도 계약이 정식으로 체결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재 강서시장에는 서부청과와 강서청과 등 도매시장법인 2곳과 농협강서공판장이 있다. 2001년 창립한 서부청과는 2004년부터 강서시장에 입주해 영업을 해왔다.
아이젠PE는 안정적인 서부청과 수익구조를 인수 요인으로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청과가 지난해 거래한 실적은 9만4340t(1670억원)으로 농협강서공판장에 이어 두번째 규모였다. 지난해 매출액은 112억7300만원이었고, 당기순이익은 20억원을 기록했다. 아이젠PE는 기존 경영진과 임직원을 유임한다는 방침이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도매법인은 안정적 수익구조를 갖고 있어 전망이 나쁘지 않은 업종”이라며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사모펀드 입장에서 도매법인은 매력적인 투자처일 것”이라고 말했다.
◆도매시장법인 단기 투자처 전락 우려…공공성 강화 등 대안 마련해야=사모펀드가 또 다시 도매시장법인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단기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도매시장법인이 투기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칸서스자산운용은 2015년 540억원에 동화청과를 인수한 뒤 2016년 서울랜드에 600억원에 매각해 1년 만에 시세 차익 수십억원을 얻고 철수한 바 있다.
한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는 “최근 현금 확보가 쉬운 도매시장법인이 사모펀드의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며 “사모펀드의 주목적은 도매시장법인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끌어올린 뒤 매각하는 데 있다고 봐야 한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출하자들은 사모펀드가 인수한 도매시장법인이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구조조정 등을 진행해 농산물 유통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기존 임직원들이 유임한다고는 하나 앞으로 경영 방침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는 것”이라며 “비용 등을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 등을 진행하면 농산물 유통 기능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전문가들은 도매시장법인이 단순 투기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는 도매시장법인이 다른 도매시장법인을 인수하는 경우에만 개설자에게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번 사례처럼 지분 인수에 따른 주주 변경은 상법에서 보장하는 민간회사의 권리라 규제가 어려운 만큼 공공성 준수 의무를 부여하는 등 다른 방식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부총장은 “도매시장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인데,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진출이 지속되면 공공성이 저해될 것”이라며 “외부 자본이 도매시장법인을 인수할 경우 산지 지원 등 공공성 의무를 강하게 부여해 도매시장의 공공성·영속성을 해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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