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19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식량주권을 위협하는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이정환 GS&J인스티튜트 이사장을 좌장으로 전문가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김병진 기자 fotokim@nongmin.com
CPTPP 국회 토론회
정부 피해추산액 현장과 차이, 관련정보 공유 부족 논란 계속
일본 농산물 자유화율 76.1%, 계절별 수입제한 등 참고할 만
냉장육 관세존치 등 방안 절실
농민신문 홍경진 기자 2022. 4. 22
정부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이해당사자들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제한된 탓에 ‘불통’ 논란이 커지고 있다. 농업분야 예상 피해액이 연평균 최대 4400억원으로 공식 제시되자 농업계는 수긍하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 피해액은 연간 2조원을 상회할 것이란 주장까지 나오면서 정부와 농업계가 ‘진실게임’을 벌이는 모양이 됐다.
19일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개최한 ‘대한민국 식량주권을 위협하는 CPTPP, 이대로 괜찮은가’ 국회 토론회에선 CPTPP 가입에 따른 농업부문 영향과 대책을 놓고 이같은 공방이 벌어졌다.
윤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중국이 CPTPP에 가입하고 동식물 위생·검역(SPS) 범위가 국가·지역에서 개별농장으로 축소돼 사과·배 등 그간 미개방된 품목이 수입된다면 피해 수준은 당초 예상액의 5배 이상인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을 토대로 지난달 처음 공개한 CPTPP 농업 피해액은 15년간 연평균 853억∼4400억원 수준이다. 정대희 농경연 전문연구원도 이날 발제에서 같은 내용의 피해 추산액을 제시했다.
하지만 윤 의원의 지적대로라면 CPTPP 가입은 그동안 통상협정 가운데 개방폭이 가장 컸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훌쩍 뛰어넘는 농업피해를 몰고 올 것이 확실시된다. 한·미 FTA 추진 당시 추산된 농업 생산감소액은 15년간 연평균 8150억원이었다.
문한필 전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CPTPP로 인한 농업 피해가 연간 최대 4000억원대라면 이는 중국 가입을 포함하지 않고 SPS 규범 적용 강화도 고려하지 않은 수치”라며 “SPS만 고려해도 한·미 FTA 수준 이상의 피해가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 측 참석자인 최봉순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과장은 “CPTPP 영향에 따른 농업생산 감소는 한·미 FTA보다 많을 것으로 대부분 예상하고 있다”며 “아직 협상이 끝나지 않아 품목별 영향을 알 수 없지만 피해에 상응하는 대책을 충분히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계는 정부가 CPTPP 타당성 조사 결과를 일부만 공개하는 등 알맹이 있는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데 불만을 표출했다. 서용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정부는 ‘소통’을 했다고 주장하는데 어떤 형태로 하는지가 중요하다”며 “토론회 자료집에도 정부 의견은 나와 있지 않고 정보가 제한적으로 제공된 상황에서 패널로 참석한 것이 답답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CPTPP 가입 신청을 결정했으면 지금이라도 어느 정도는 내용을 알려줘야 소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PTPP 가입협상 과정에선 보다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회원국끼리는 시장을 거의 전면 개방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본의 경우 농산물 자유화율이 76.1%로 낮고 계절별 세이프가드(ASG·긴급수입제한조치)를 설정하는 등 농업보호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CPTPP 회원국인 멕시코는 우리와 FTA 미체결 상태인데도 국내시장에 벌써 멕시코산 쇠고기·돼지고기가 수입될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면서 “일본 사례처럼 ‘지저분하다’ 싶을 정도의 전략을 짜서 냉동육은 15년간 관세를 철폐하더라도 냉장육은 관세를 남겨둔다든지 ASG를 계절마다 설정하는 식으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수정 산업통상자원부 FTA정책기획과장은 “농업 민감성을 최대한 반영한 협상을 추진하고 불가피하게 개방되는 품목은 해당 단체들과 긴밀히 협의하겠다”며 “협상을 시작하지 않은 지금 상황에선 정확한 피해 예상이 어렵고, 전체적인 영향평가는 협상이 타결돼야 나오는 만큼 그에 따른 보완대책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대책 수립 과정에서 농가의 경영위험을 줄이는 안전장치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좌장을 맡은 이정환 GS&J인스티튜트 이사장은 “그동안 개방농정에 따른 대책으로 수많은 사업을 만들어 시행했는데 이젠 다른 접근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며 “국내 농산물값 상승에도 매년 휴경지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농업경영의 지속가능성을 확대하는 근본 대책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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