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통계청이 내놓은 ‘한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현황 2022’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곡물자급률은 19.3%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20%선 밑으로 떨어졌다. 2010년 25.7%에 견줘 6.4%포인트 넘게 하락한 것으로 식량안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일본이 같은 기간 2.5%포인트 끌어올린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낮은 곡물자급률의 가장 큰 문제는 나라 안팎의 요인에 따라 우리 국민의 생존 자체가 쉽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돈을 주고서도 식량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은 언제든 닥칠 수 있다. 갈수록 잦아지고 있는 기상이변,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의 세계적 확산, 주요 곡물 생산·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처럼 수많은 뇌관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른다.
실제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일부 국가에서는 곡물 수출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위기가 닥치면 자기 나라 국민부터 먹고살기 위해 곳간의 빗장을 걸어 잠그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우선 나부터 살고봐야 할 것 아닌가.
당장 지금의 현실도 녹록지 않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곡물값이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어서다. 곡물 수출이 막히면서 전세계가 곡물 파동 위기에 내몰리고 있으며, 특히 아프리카 등 일부 국가는 이미 식량 부족 사태가 심화하면서 정치 위기로까지 확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우리나라가 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밀과 옥수수 선물가격은 1년 전에 비해 각각 75.3%, 33.9%나 치솟았다. 이로 인해 물가는 상승하고 사료값 등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면서 농가는 경영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상황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서둘러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곡물자급률 제고에 힘을 쏟아야 한다. 장기 수급 계획을 세우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적정 수준의 농지 유지 등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한번 멈춘 기계는 기름을 치고 빠르게 다시 가동할 수 있지만 농사는 불가능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아울러 주요 식량작물에 대한 비축량을 늘려야 한다. 이와 함께 전체 곡물을 자급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니 만큼 몇몇 나라에 한정된 수입선을 다변화해 만약의 사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우리 국민들이 먹는 것만은 걱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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