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락시장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이 출하자로부터 받을 수 있는 위탁수수료의 최고한도를 제한한 ‘서울특별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조례 시행규칙’이 적법하지 않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위탁수수료 최고한도를 규정한 서울시 조례 시행규칙 제59조 제1항과 관련한 파기 환송심에서 해당 조항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위탁수수료 관련 소송은 2017년 서울시가 가락시장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이 받는 위탁수수료를 2016년 수준에서 더이상 인상할 수 없도록 조례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시작됐다.
기존 서울시 조례 시행규칙 제59조 제1항 ‘별표10’에는 도매시장 구분 없이 청과부류 위탁수수료의 최고한도를 7%로 규정하는 내용만 담겼었다.
하지만 개정안은 “서울특별시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이 징수하는 위탁수수료의 한도는 ‘별표11’과 같다”는 문구를 추가하고, ‘별표11’에 품목별로 ‘정률수수료’와 ‘정액수수료’ 한도를 구분해 명시하는 등 가락시장 청과부류 위탁수수료를 다른 도매시장보다 낮게 제한했다.
이같은 개정안에 반발한 가락시장 내 4개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은 소송을 제기했다. 2018년 1심에서 도매시장법인들은 ▲상위법인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위임 범위 일탈 ▲직업의 자유 침해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들을 차별해 평등권 침해 ▲재량권 일탈·남용 등의 이유로 서울시의 조치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1심 법원은 서울시가 가락시장의 위탁수수료 징수한도를 ‘일정 비율’ 외에 ‘일정액’도 함께 정하는 방식으로 규정한 것은 상위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났고,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했다는 사실도 인정된다며 도매시장법인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19년 서울시의 항소로 이어진 2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조례 시행규칙 개정안이 상위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나, 평등권 침해는 이뤄진 것으로 판단해 조례 시행규칙 개정안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에 서울시는 상고를 진행했고 2021년 7월 대법원은 조례 시행규칙이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파기 환송심에서 서울고법은 다시 도매시장법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가락시장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은 파기 환송심에서 조례 시행규칙의 ‘별표11’이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새롭게 주장했는데, 서울고법이 이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서울고법은 “가락시장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들이 조례 시행규칙을 위반할 경우 행정처분 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므로 명확성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별표11’ 정액수수료 부분에서 열거되지 않은 품목에 대해선 도매시장법인들이 징수한도를 파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서울시에 지나치게 광범위한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해당 조항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돼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가락시장 청과부류 위탁수수료 체계에 곧바로 변동이 생기진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가 또 다시 상고할 경우 대법원에서 조례 시행규칙이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했는지 다투게 되기 때문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는 “상고를 통해 대법원에서 조례 시행규칙이 적법한지 다시 판단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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