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되며 외국인 근로자를 중심으로 한 체계적 인력 수급 대책 마련과 관리·감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통계 부족
현장 수요·제도적 인력 공급 불일치 해결해야
계절적 생산에 따른 현장 일용근로자 수요 높지만
외국인 근로자 제도 통한 일용근로자 고용 불가능
고용허가제나 계절근로자 등
정식 경로 통한 외국인 근로자 고용 2.3% 불과
올해 공공형 계절근로 시범사업 추진
공무원 역량에만 의존할 수 있는 문제 아냐
계절근로자 등 외국인 근로자 문제
지자체에 떠넘기는 방식 바람직하지 않아
농수축산신문 이문예 기자 2022. 4. 13
농촌 고령화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외국인 근로자 공급 부족 등 농촌 인력 부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내국인 인력 유입 대책의 한계가 드러나며 외국인 근로자 공급 대책에 대해 장기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농촌 인력 부족 현상을 둘러싼 현장의 문제점과 함께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 등을 짚어본다.
# 내국인 농림어업 취업자수 지속 감소 전망
농림어업 분야에서의 고질적 인력 부족 문제가 농촌의 가장 큰 해결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마상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농가의 60% 이상이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향후 인구 고령화에 따라 내국인 농림어업 취업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인구 고령화에 따라 50대 이하 생산인구가 감소세에 접어든 만큼 향후 50대 이하 농림어업 취업자 수도 감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고용의 질도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간 농림어업 분야에서 고령층과 비상용 근로자는 증가하고 청년·중년층과 상용근로자는 지속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청년 농림어업인의 유입 촉진 등의 필요성이 거론되고는 있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노동 인구에 의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내국인 인력을 농촌으로 유입하기 위한 다수의 대책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낸 데다 이미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높기 때문이다.
2020년 농경연 조사에 따르면 채소·과수 등 작물재배 농가의 24.9%는 외국인 근로자만 고용하고 있었으며, 내국인과 외국인을 함께 고용하는 농가도 39.3%로 조사됐다. 즉 외국인 근로자를 1명이라도 고용하는 농가는 전체의 64.2%를 차지한 셈이다.
# 내국인 인력 공급 한계...외국인 근로자 대책 요구↑
정부는 지난달 △25개 중점관리 시·군 선정과 사전점검 강화 △농촌인력중개센터 확대, 체류형 영농작업반 시범 운영 등 내국인 근로자 공급 활성화 △국내 체류 외국인의 계절근로 상시 허용, 공공형 계절근로 시범운영 등 외국인 근로자 공급 활성화 등의 인력 수급 지원 대책을 내놨다.
지난해 추경 편성된 내국인 대상 ‘도시민 파견근로 시범사업’은 저조한 참여도와 제도적 한계 등으로 올해는 인력 수급 대책에서 빠졌다. 지난해 1000명을 목표 인원으로 추진했지만 차상위계층 지원금 상실 우려 등 여러 이유로 42명만이 참여하는 등 실적이 매우 저조했던 탓이다. 또한 파견법에 따른 고용주 부담이 커 사업 한계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해 서울시와 함께 추진한 또 다른 내국인 인력 수급 대책인 ‘도시형 인력중개센터’도 1100여 명이 지원했지만 202명만이 참여하는 등 저조한 실적을 나타냈다,
이처럼 내국인 참여 인력 대책들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데는 내국인들의 낮은 참여도도 있지만 현장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젊은 인력들의 농촌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여전히 강하고, 지원자들마저도 고령층이 다수여서 농가들이 이왕이면 젊은 외국인 근로자를 선택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외국인 근로자를 중심으로 한 체계적 인력 수급 대책 마련과 관리·감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 외국인 근로자 통계 없인 ‘깜깜이 대책’
외국인 근로자 지원 대책 마련에 있어선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 규모와 고용경로 등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통계 마련이 선결과제로 꼽힌다.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가 현재 농촌 인력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해 정확한 정보 없이는 깜깜이 대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엄진영 농경연 연구위원은 “농업 현장에서의 외국인 근로자 고용 규모 등이 정확히 파악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관련 공식통계가 매우 부족해 통계 기반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고용형태별 외국인 근로자 고용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공식 통계자료는 농업총조사 결과가 유일하지만 이마저도 5년 단위로 특정 연도의 자료만 취득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작물재배업의 경우 계절에 따른 고용 진폭이 커 정확한 고용 현황 파악을 위해선 월별 조사가 필요하지만 이 같은 조사는 이뤄지고 있지 못하다.
이에 엄 연구위원은 “1개월 미만, 1~3개월 고용 내국인과 외국인 수와 함께 노동투입 시간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성순 목원대 교수도 “농업 부문의 인력 현황과 추세, 변화 방향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고, 내국인 인력으로 충족되지 않는 노동력 규모 추산, 지역별 수요와 공급 현황 등의 연구가 요구된다”며 “이를 바탕으로 상시근로자와 외국인 임시근로자의 도입 규모 등이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 현장-제도 ‘미스매치’ 해결 ‘관건’
현장 수요와 제도적 인력 공급의 불일치(미스매치) 해결도 외국인 근로자 중심의 인력 공급 체계 구축의 핵심으로 지목된다.
농경연의 2020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작물재배 402개 농가 중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 고용 비중은 91%에 달했으며, 고용허가제나 계절근로자 등 정식 경로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경우는 2.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의 비중이 높은 이유는 현장의 인력 수요도 조사를 통해 추정해 볼 수 있다.
설문에 응답한 작물재배 농가의 절반이 넘는 52.9%는 1~2개월 단위의 임시근로자를 필요로 했으며, 상용근로자 필요 농가는 4.5%에 그쳤다. 이처럼 계절적 생산에 따른 현장의 일용근로자 수요가 높지만 외국인 근로자 제도하에서는 일용근로자 고용이 불가능하다는 등의 현실적 이유가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 고용의 주된 이유 중 하나로 꼽혀왔다.
정부는 이 같은 단기 근로 인력 수요에 대응하고자 올해 공공형 계절근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공공형 계절근로는 지자체가 선정한 농협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 단기 인력 필요 농가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1개월 미만의 단기 인력 필요 농가 수요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현장의 기대를 충족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의 적극 행정에 기댈 수밖에 없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공공형 계절근로는 올해 무주·임실·부여·고령군에서 320명 규모로 시범 운영된다. 사전에 농림축산식품부에 사업을 신청한 지자체가 4곳밖에 없었던 것인데, 여기엔 이유가 있다. 지자체가 타 국가 지자체와 직접 업무협약(MOU)을 맺고 인력 송출을 받아 짧게는 3개월에서 5개월까지 공동 숙식과 통역을 제공할 수 있어야 사업 신청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사업 추진 의지와 무관하게 지자체 역량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인 셈이어서 과연 장기적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 의문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이성순 교수는 “외국인 근로자 문제를 다룰 전문 인력이 많지 않고 공무원 역량에 의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현장을 둘러보면 금세 알 수 있다”며 “계절근로자 등 외국인 근로자 문제를 지자체에 떠넘기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
[한국농어민신문] “코로나 끝나도 농업인력난 심해질 것” 
[제주도민일보] 고태민 양배추·브로콜리 가격안정관리제 도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