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건조양파를 수입한 업체의 주소지로 돼 있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상가건물 내 사무실. 상가 상인들은 “그곳을 드나드는 사람을 본 적도 없고 해당 사무실이 자물쇠로 잠겨 있은 지 오래됐다”고 확인해줬다.
관세포탈 적발 ‘건조·냉동 생강’ 지난달부터 사전세액심사 적용
건조생강 수입업체 양파 도입 해당업체 ‘유령회사’ 의혹도
농민신문 이민우, 김성국 기자 2022. 4. 13
건조양파가 사전세액심사 제도 대상 품목에서 제외돼 저가신고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저가신고로 밝혀진 건조생강을 수입하던 업체들이 건조양파도 수입하는 것으로 확인돼 건조양파에 대한 저가신고 의혹이 짙어지는 형국이다.
◆건조양파 사전세액심사 대상 제외…저가신고 위험 노출=본지 취재 결과 정부가 저가신고를 막기 위해 운용 중인 사전세액심사 제도 대상 품목에서 건조양파는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세액심사 제도는 관세법 제38조 제2항에 따라 관세가 높은 농수산물 가운데 저가신고 우려가 큰 품목을 대상으로 운용한다.
올해 3월부터 지난해 저가신고가 확인된 건조생강(부순 것과 안 부순 것)과 냉동생강이 새롭게 지정돼 총 31개 농수산물 품목을 대상으로 운용 중이지만, 건조양파는 여기에 포함돼 있지 않다. 현재 양파는 신선 깐양파와 신선 기타양파만 사전세액심사 대상 품목으로 지정돼 있다.
사전세액심사 대상 품목은 관세청장이 지정할 수 있다. 관세체납자와 불성실신고인이 신고하는 물품, 가격변동이 크거나 기타 이유로 수입신고수리 후에 세액을 심사하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이 지정 조건에 해당한다.
사전세액심사 대상으로 지정된 품목에 대해선 관세청이 매월 1일과 16일 담보기준가격을 공시한다. 담보기준가격에 따라 해당 품목의 수입가격이 적정한지 심사에 들어가기 때문에 저가신고를 막을 수 있는 핵심 제도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건조양파가 그동안 저가신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강선욱 한국양파생산자협의회장(경남 함양농협 조합장)은 “지난해 건조생강에 대한 저가신고 의혹이 제기됐을 때 다른 건조 농산물도 살펴봤어야 했다”며 “건조양파에 대한 저가신고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고 사전세액심사 대상 품목 지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조생강 수입업체 건조양파도 수입…해당 업체들 페이퍼 컴퍼니 의혹=지난해 저가신고로 밝혀진 중국산 건조생강을 수입하던 업체들이 건조양파도 수입하는 것으로 확인돼 불법 저가신고 의혹이 한층 짙어지는 모양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하는 ‘수입식품정보마루’ 시스템을 통해 식품 수입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월1일부터 올 4월7일까지 중국산 건조양파 수입실적은 총 116건이었다. 수입업체는 15곳이었는데 그 가운데 4개 업체가 중국산 건조생강과 건조양파를 같이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업체들의 중국산 건조양파 수입 비중은 전체의 23%(27건) 수준으로 결코 적지 않다.
한편 중국산 건조양파를 수입하는 업체들과 접촉하기 위해 해당 업체들의 주소지를 찾았지만 실제 운영되지 않는 곳이 많은 것으로 확인돼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기업인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저가신고를 해왔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중국산 건조양파를 수입하는 업체 가운데 수도권에 주소지가 있는 7곳을 취재진이 직접 방문해 확인한 결과 일반 가정집, 아파트 상가, 폐업한 사무실에 주소를 두고 있거나 해당 주소지에서 전혀 다른 업체들이 영업을 하는 등 실제 운영 중인 업체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수입업체들이 차명을 내세워 페이퍼 컴퍼니를 세우는 건 흔한 일”이라며 “사실상 저가신고가 불법인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수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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