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산 쌀 적정생산을 연일 부르짖고 있다. 일각에선 농민들의 볍씨 확보 시기를 고려할 때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1모작 기준으로 통상 5월15∼20일 전후로 모를 내므로 감축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대농이 솔선해 재배면적 5% 자율 감축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농식품부는 5일 전국 벼 매입 산지농협 400여곳을 대상으로 ‘쌀 적정생산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어 7일엔 농촌진흥청·농협경제지주 등과 함께 ‘유관기관 회의’를 열어 지역별 적정생산대책 추진상황을 점검했다. 앞서 농식품부는 ‘2022년 쌀 적정생산대책 추진계획’을 통해 올해 벼 재배면적을 지난해보다 3만2000㏊ 적은 70만㏊로 줄여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지방자치단체별 감축 면적 목표를 설정하고 정부·지자체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쌀 생산조정제) 연계, 농업경영체 대상 벼 재배면적 감축 협약 도입, 참여 농민·법인 우대 혜택 제공 등을 추진 중이다. 감축 협약에 참여하는 농가는 협약 면적에 비례해 1㏊당 공공비축용 벼를 150포대(40㎏ 기준) 추가로 배정받도록 하고, 법인·지역농협이 10㏊ 이상 재배면적을 감축하면 식량작물 공동경영체사업 등 관련 정책사업에서 지원을 우대한다.
하지만 산지에선 시동이 너무 늦게 걸렸다고 아쉬워한다. 4월이면 농민들이 자가로 채종하든 정부보급종을 공급받든 올해 심을 볍씨를 이미 다 구비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강원 철원 등 조생벼를 재배하는 곳은 4월초 모내기를 이미 끝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관계자는 “재배면적을 감축했어야 한다면 지난해말부터 감축계획을 세워 선제적으로 추진했어야 한다”면서 “종자를 확보한 상황에서 심지 말라고 한다면 ‘정부가 종자 구입비를 다 보전해주겠느냐’는 반응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21년산 쌀 시장격리 방침이 늦어진 것이 결과적으로 올해산 생산 관리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벼 대체작목 종자 구하기가 만만치 않은 점도 벼 재배의향을 높이는 데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논콩·조사료 종자를 어디서 구할 수 없느냐는 농가 문의가 심심찮게 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벼 적정재배는 쌀 가격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므로 대승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백형일 농협경제지주 양곡부장은 “쌀은 다른 작목과 달리 1년에 한번만 생산하기 때문에 재배면적을 조금만 줄인다면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산지와 소비지·정부 모두 수급불안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농·고령농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3㏊ 이상 재배하는 대농들이 벼 재배면적을 5%씩만 자율적으로 줄인다면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정부가 목표한 벼 재배면적 감축률은 지난해 대비 4.4%(3만2000㏊)다.
이은만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은 “2022년산 쌀 수급안정에 관심을 갖고 단체 차원에서 다수확 품종과 밀식재배를 지양하고 질소질 비료를 많이 주지 않는 등 쌀 품질을 높이는 쪽으로 독려하고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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