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비료가격 지원 대책에도 부담 껑충…영농 현장 ‘비상’
농수축산신문 이한태 기자 2022. 4. 5
껑충 뛴 비료가격에 따른 농가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이 진행 중이지만 실제 농가의 비료가격 부담은 지난해 대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부의 지원 확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는 올해 무기질 비료가격 상승분의 80%를 농협이 우선 차감해 농업인에게 판매하되 보전비용은 정부와 지자체, 농협 등이 사후 협의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무기질비료 지원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지난해부터 중국의 무기질비료 수출 전 사전검사제도 도입, 유럽 천연가스 가격 급등 등으로 국제 비료 원자재가격이 크게 올라 국내 무기질 비료업계에도 2배가 넘는 가격인상 요인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원을 통해 농가의 비료가격 인상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목표지만 농가의 부담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1월 20kg 한 포에 9250원이던 요소 비료가격은 지난해 8월 1만600원으로 오르더니 올해 들어 2만8900원으로 2배 이상 뛰면서 3만 원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와 농협 등에서 지난해 8월 이후 인상분(1만8300원)의 80%(1만4650원)를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농가 구입가격은 1만4250원이 된다. 지난해 대비 비료가격 부담이 40%(4000원) 가량이나 늘어난 셈이다.
실제로 농협경제지주 등에 따르면 지난달 비료 평균 가격은 지난해 8월 대비 91% 가량 인상됐다. 특히 요소비료의 경우는 173%나 올랐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농가는 무기질 비료 부담이 평균 18.2%, 요소비료는 34.6% 가량 늘어나는 꼴이 된다.
또한 농업인별로 지원물량에 한도가 정해져 있어 농가가 구입한 무기질비료 전부를 지원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장에서는 채소 등 밭작물을 재배하면서 작부체계를 전환하나 휴경 등으로 최근 3개년 무기질비료 구입 실적이 없을 경우 농가가 올해 필요한 양만큼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며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농식품부가 밝힌 농업인별 지원물량은 최근 3개년 무기질비료 평균 구매량의 95% 이내로 총 지원물량은 일반용 72만 톤, 원예용 31만 톤 등 총 103만 톤으로 추정된다.
농가뿐만 아니라 농협의 부담도 큰 상황이다. 정부가 확정 발표한 무기질비료 지원물량과 인상된 비료가격 등을 감안하면 올해 인상되는 비료가격은 약 5300억 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정부에서 이 중 50%를, 농협과 농·축협, 공급업체 등이 각각 10%씩을 분담하게 된다. 가장 작은 비중인 10%만 해도 약 530억 원이 된다. 특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부 지원 예산이 추경을 통해 확정 짓겠다는 계획으로, 아직 세부 예산이 확보가 안 된 채 농협에서 우선 차감하는 방식으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사후 협의 과정에서 잡음이 일 소지도 있다. 농협경제지주의 자체 부담 능력도 따져봐야 한다. 농협의 경제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농협경제지주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120억 원 가량으로 추산돼 530억 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농협경제지주가 독자적으로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들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비료가격 인상에 더해 유류가격도 크게 올랐으며 시장격리 이후에도 조합에 남겨진 쌀 재고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일선 현장에서는 정부의 역할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원식 서영안농협 조합장은 “농번기인데 유류가격은 크게 오르고, 쌀값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데 지난해 수매한 뒤 처분하지 못한 쌀은 재고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후보자 시절 비료 인상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했던 만큼 정부에서 농업인 부담을 10% 이내로 축소할 수 있도록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문 조천농협 조합장도 “비료가격이 너무 올라 현장에서는 농가가 계획했던 물량의 절반만을 구매하는 등 상황이 심각하다”며 “농협이니, 조합이니, 농가니 하며 부담을 나눴는데 실상 따지고 보면 농협은 농업인이 주인인 만큼 농협중앙회가 부담하는 거나 조합이 부담하는 거나 어차피 다 농가가 부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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