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시 무안면의 시설재배 농민 이현희씨가 청양고추 수확을 앞두고 큰 폭의 시세 하락으로 고민에 휩싸여 있다.
3월 청양고추 1㎏당 3976원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급락
기온 오르면 생산 증가 예상 “소비촉진·지원대책 마련해야”
농민신문 밀양=김광동 기자 2022. 4. 4
경남 밀양시 무안면 양효리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이현희씨(54)는 최근 10년 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입에 대기 시작했다.
1157㎡(350평) 크기의 비닐하우스 6개동에서 청양고추를 재배하는 이씨는 고추값 폭락으로 시름이 깊어지자 끝내 담배에 손이 갔다고 한다. 이씨는 “난방비·종자대·자재비·인건비는 모두 껑충 뛰었는데, 고추값은 지난해의 반토막 수준”이라며 “이대로 가다간 빚더미에 올라앉게 될 처지가 너무 두렵고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씨가 농사를 짓는 무안면은 국내 청양고추 생산량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주산지다. 현재 이곳에선 440농가가 50㏊ 규모의 청양고추와 풋고추를 시설재배하는데, 농가들은 폭락한 고추값에 모두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간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안농협(조합장 박위규)에 따르면 이 지역 농가들의 청양고추 1㎏당 평균 출하가격은 1월 6989원에서 2월 5946원으로 소폭 떨어지는가 싶더니 3월(1∼28일)엔 3976원으로 급락했다. 이같은 가격은 지난해 3월의 절반 수준이다.
농가들은 청양고추 1㎏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전기난방의 경우엔 4000원, 난방유를 사용할 땐 5000원이나 된다고 강조한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비료·농약 등 자재값이 10∼20% 오른 데다 6만7000원 하던 1인당 인건비가 8만5000원으로 인상됐고, 면세유값도 크게 오른 것을 반영한 것이다. 고추 재배농가 박충기씨(60·무안면 삼태리)는 “비닐하우스 6개동에 난방을 하는데, 면세유값이 올라 날씨가 추울 땐 한달 난방비로만 2200만원이나 들었다”며 “비싼 기름 때서 재배한 고추를 갈아엎을 수도 없고 억장이 무너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앞으로 기온이 더 오르게 되면 청양고추 작황이 호전돼 값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농가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특단의 대책을 세워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무안면에서 청양고추를 재배하는 이모씨(55)는 “청양고추값이 폭락한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코로나19로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에 대해서만 보상책을 마련할 것이 아니라 농민 피해에 대해서도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위규 조합장은 “우리 지역 농가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시설고추 생산농가들이 가격 폭락으로 똑같이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우선은 농가들에게 지급된 출하선급금부터 상환을 유예해주고, 정부·생산자단체·소비자단체가 합심해 강도 높은 소비 촉진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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