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입단가 0.56달러 불과 현지 수출가격보다 크게 낮아
중국 건조생강 사례 ‘판박이’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2. 4. 4
중국산 건조양파가 저가신고를 통해 국내로 수입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부 수입 업체들이 수입 가격을 실제보다 낮게 신고해 관세 부담을 낮춘 뒤 국내에서 저가에 유통한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국산 양파값이 유례없이 폭락한 상황에서 이같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큰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복수의 수입 업체 관계자들은 중국산 건조양파가 현지 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수입신고된다고 주장했다. 건조 농산물을 수입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중국산 건조양파 수입을 타진하는 과정에서 국내 수입 업체들이 건조양파를 신선양파와 비슷한 가격으로 신고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현지 업체를 통해 확인한 결과 건조양파 가격이 신선양파보다 크게 높아 저가신고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업체들이 신고한 중국산 건조양파 수입 가격은 신선양파와 비슷한 것으로 추산된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건조양파(HS코드·0712200000) 수입량은 2261.1t, 수입금액은 128만2000달러였다. 이를 1㎏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0.56달러(한화 약 680원)다.
올해에도 1∼2월 330.1t(15만5000달러)이 수입돼 1㎏당 단가는 약 0.4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신선양파(HS코드·0703101000) 수입량은 2만8076.1t, 수입 금액은 1243만달러로 1㎏당 단가는 약 0.44달러다. 올해 1∼2월엔 2241.1t이 91만4000달러에 수입, 1㎏당 단가는 0.4달러였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건조양파와 신선양파 수입단가가 비슷한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신선양파를 건조양파로 가공하면서 감모가 많이 발생하는 데다 선별 과정에서 인건비도 추가로 들어 가격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건조양파 가공업체 관계자는 “양파의 수분 함유량이 90%가 넘기 때문에 건조양파 1㎏을 만들려면 신선양파 13∼15㎏이 필요하다”며 “가공에 들어가는 전기료와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건조양파 가격이 신선양파보다 최소 10배 이상 비싸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 신선양파 가격을 고려해봐도 수입 업체들이 신고한 것으로 추정되는 건조양파 가격은 성립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건조양파 가격 1㎏당 0.5달러가 가능해지려면 원물인 신선양파 가격이 1㎏당 0.03∼0.04달러(한화 약 36∼48원) 수준이어야 하는데 이는 중국 내에서도 불가능한 가격이라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실제 이같은 의혹을 확인하고자 본지가 올 1∼3월 다수의 중국 현지 건조양파 수출·제조 업체들에 가격을 문의한 결과 이들이 제시한 가격은 업체들의 추정 신고 가격과 큰 차이가 있었다.
20여개 중국 업체가 제시한 건조양파 가격은 1t당 2000∼3000달러 수준으로, 1㎏당 가격은 약 2∼3달러였다. 건조양파 관세는 135%기 때문에 1t당 2000달러로 수입신고하면 수입 업체의 관세 부담은 약 324만원(원·달러 환율 1200원 기준)에 달한다.
하지만 1t당 500달러로 낮춰 신고할 경우 관세 부담은 5분의 1 수준인 약 60만원으로 경감된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중국산 건조양파 소매가격은 1㎏당 약 9000원으로 국산 건조양파값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저가신고로 밝혀진 중국산 건조생강 사례를 고려했을 때 건조양파도 이와 비슷한 정황이 많다고 지적했다. 수입신고 가격이 1㎏당 0.3∼0.5달러에 불과했던 중국산 건조생강은 본지 취재 결과 중국 현지 수출 가격이 3∼6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저가신고로 확인된 바 있다.
강선욱 한국양파생산자협의회장(경남 함양농협 조합장)은 “중국산 신선양파 가격을 고려했을 때 건조양파 가격이 지나치게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산 건조양파가 저가신고를 통해 국내로 반입된 것이 사실이라면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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