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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비료가격 인상으로
농가 생산비·소비자 물가 ‘들썩’
배합사료 가격 인상 완화 위한 정부 대책 마련
주요 곡물에 대한 자급기반 확대해야
농수축산신문 안희경·박현렬·이문예 기자 2022. 3. 29
옥수수, 밀 등 곡물과 요소 가격 상승세로 애그플레이션이 현실로 다가올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제곡물가격 동향에 따르면 옥수수와 대두박 등 주요 사료 곡물의 선물가격은 6개월 만에 40%에서 많게는 50% 이상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옥수수 선물가격은 지난해 9월 톤당 206달러에서 이달 말 기준 294달러로 90달러 가까이 오르면서 42%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두박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지난해 10월부터 꾸준히 올라 이달 말까지 5개월 만에 52% 이상 올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파종 면적 감소 등으로 옥수수 가격이 더욱 오를 수도 있다.
여기에 다소 안정세를 찾았던 해상운임도 지난 2월에서 3월까지 한 달 사이에 톤당 10~2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30% 가까이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국내 배합사료 업체들은 잇따른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지난해 3차례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올해 다수의 배합사료업체가 지난달 가격을 인상했거나 상반기 중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요소 등 비료의 주요 원자재가격도 치솟고 있다. 농협에 따르면 이달 요소가격은 지난해 1월 대비 267%, 지난해 8월과 비교해도 125%나 상승했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요소비료 가격도 각각 212%와 173%가 인상됐다.
비료업계는 가격 인상 우려와 함께 하반기 원자재 수급 등 물량 확보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당장 오는 5월 중순부터 하반기 원자재 확보를 위한 협상에 돌입해야 하는데 만일 물량 확보가 어려워질 경우 비료가격 인상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염화칼륨과 인산암모늄(DAP)의 경우 원료 특성상 4~5개 특정 국가의 수출 점유율이 85~90%에 달하고, 이 중 염화칼륨은 각종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벨라루스가 4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적 공급난이 발생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료가격과 비료가격 인상으로 농가 생산비가 오르고, 소비자 물가도 함께 오르는 애그플레이션이 시작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료업계의 한 전문가는 “2008년이나 2012년 곡물가격 폭등으로 인한 애그플레이션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고는 있지만 코로나19로 시작된 물류 대란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더해지면서 곡물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식품 물가 상승에 방아쇠가 될 수 있는 사료 원료 가격 상승에 따른 배합사료 가격 인상을 완화할 수 있는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비료가격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농협 등에서 지난해 8월 대비 판매가격 상승분의 80% 가량을 보조하고 있지만 농가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특히 계통구매로 전체 무기질비료 물량의 95%를 공급하는 농협이 오는 2분기부터 ‘상시 계약단가 조정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추가적인 가격 인상에 대한 농가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아직 업체들의 수입 실적 등 관련 자료를 받아보지 못해 분석이 이뤄지진 않았다”며 “계약단가 시스템에 따른 2분기 비료가격 영향을 따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요동치는 국제 밀 가격에 소비자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카고선물거래소에 따르면 2020년 3월 196달러를 기록했던 밀 톤당 가격은 지난해 3월 234달러로 뛰더니 지난 28일에는 388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7위 곡물 수입국으로 최근 5년 간 미국, 호주, 우크라이나 3개 국가에서 수입한 밀이 전체 밀 수입량의 80% 가량으로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 밀가루 가격뿐만 아니라 밀을 원재료로 하는 가공식품 가격과 외식비 인상 우려도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해 제분업체들이 제조업체에게 판매하는 밀가루 도매가격을 인상해 하반기부터 라면, 과자, 빵 등 밀을 주원료로 하는 가공식품 가격이 뛰었으며 올 초 CJ제일제당, 대한제분의 밀가루 제품이 인상됐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하고 있다.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5일 국산 밀 수급 안정과 식량 안보를 위해 올해 국산 밀 정부 비축 매입량을 지난해보다 5600톤 늘어난 1만4000톤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밀 가격 인상 문제를 잠재울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며 “단기적으로 국산 곡물 비축 확대, 곡물 수입국·수입선 다변화 확대 등의 가격 안정화 대책을 조속히 강구하고, 장기적으로 식량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현 상황과 같은 위협에 처하지 않도록 밀을 포함한 주요 곡물에 대한 자급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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