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코로나19 확산을 핑계로 농식품에 대한 비관세장벽을 높이고 있어 한국산 농식품 수출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이같은 중국의 행태는 2020년 중국발 코로나19 대유행 때 중국산 농식품 수입을 꺼리는 유럽과 미국에 대해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한 바 있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냉장·냉동 식품에만 적용되던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살균·소독 조치를 상온 식품에까지 적용하는 등 수입 농식품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는 최근 산둥성 칭다오시가 한국발 의류택배를 코로나19 확산 원인으로 지목한 것에 따른 연쇄조치로 풀이된다. 칭다오시는 14일 한국에서 온 의류택배에서 코로나19 핵산이 발견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aT가 최근 발행한 ‘중국 수출 농식품에 대한 검역·검사 강화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칭다오시는 수입 상온 식품을 상자 단위로 소독하고 PCR 검사와 검역증명을 마친 뒤 창고에서 10일 이상이 지나야 출고하도록 조치했다. 쓰촨성 청두시는 연해지역에서 내륙지역으로 운송하는 모든 한국 제품에 대해 2회 이상 PCR 검사를 실시하고, 소독·살균 조치를 의무화했다. 광둥성은 기존엔 표본검사로 진행하던 냉장·냉동 식품의 통관검사를 전수검사로 전환했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중국의 이번 조치가 과학적 근거 없이 코로나19를 핑계로 비관세장벽을 높이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농식품 수입·수출을 통해 코로나19가 국경을 넘어가거나 확산했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어서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 미국의 식품의약국(FDA)이나 독일 연방위해평가원(BfR), 일본 농림수산성 등도 수입 농식품을 통한 코로나19 전파 우려가 없다는 내용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FDA는 2020년 2월 “식품·의약품 등 수입을 통해 코로나19가 전파됐다는 증거나 사례가 없다”며 “농산물·농식품 포장용기를 통해 코로나19가 확산할 수 있다는 괴담은 근거가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비슷한 시기 독일 BfR 역시 “바이러스가 오염된 식품을 통해 전염되거나 수입될 가능성은 없다”며 “다만 음식을 만질 때 손씻기와 같은 일반적인 위생 규칙을 준수해달라”는 성명서를 내놨다.
중국 역시 같은 이유로 중국산 농식품 수입을 꺼리는 움직임이 미국·유럽 등에서 생겨나자 크게 반발한 바 있다. 당시 중국 정부는 해외 주재 총영사관 등을 통해 “무역은 정상적인 사람들의 교류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라며 “중국 경제가 고립된다면 다른 나라에도 손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이런 억지 조치로 인해 한국산 농식품 수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소독이나 통관 절차에 시일과 비용이 늘어나며 한국산 농식품을 수입하는 바이어들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창고 의무 보관일이 늘어나고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물류·운송에 차질이 빚어지며 유통기한이 짧은 농식품의 유통이 어려워진 것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권순영 aT 수출정보분석부 차장은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칭다오의 경우 PCR 검사를 마치고 난 뒤에도 창고에 10일 정도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 검역에 소요되는 이틀과 10일의 보관 기간, 내륙 배송 기간을 합치면 총 14일 정도 걸린다”며 “우유같이 유통기한이 15일 정도에 불과한 제품은 유통이 어려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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