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판단 미스 참사 불러…적기 격리 골든타임 놓쳐
노골적 쌀값 낮추기 시그널 시장에 보내 가격 하락 부추겨
농업계 “나머지 물량 즉시 격리…일방적인 입찰방식 바꿔야”
농축유통신문 이은용 기자 2022. 3. 24
문재인 정부의 최고 농정 치적 중 하나로 자랑해오던 ‘쌀값 회복-안정’이 정권 말기에 이르러 농정 골칫거리로 전락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그동안 국회 보고 시 문재인 정부 농정 성과로 항상 쌀값 회복과 안정세를 들었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부터 2020년까지는 정부의 선제적인 수급관리가 잘 이뤄져 쌀 가격이 계속해서 회복세를 나타냈다.
쌀값은 생산과잉 등의 여파로 2016년 20kg당 3만 2,452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저가를 달성하면서 쌀 생산자들의 소득마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바 있다.
이후 문 정부가 들어서면서 논 타작물 재배 사업 등을 추진하며 수급조절을 한 결과 점차 쌀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20kg 기준 2017년 3만 8,303원, 2018년 4만 7,642원, 2019년 4만 7,491원, 2020년 5만 4,121원을 기록하며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이로 인해 농가 소득도 증가세를 보이며 2018년 최초로 4,000만 원대에 진입하게 됐다. 실제 2017년 3,823만 원에 그친 농가 소득이 2018년 4,206만 원으로 크게 올랐고, 2019년에 소폭 하락했지만 4,118만 원을, 2020년에는 4,502만이라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쌀 가격이 회복되고 안정세를 보이면서 최고의 농정 치적으로 인정받았지만 정권 말기 들어 쌀 수급에 문제가 나타나면서 이 같은 공식이 깨지기 시작했다.
특히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쌀 과잉물량을 적기에 시장격리 시키지 못했고,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보내 쌀 가격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농식품부와 쌀 생산자들은 공익직불제 시행을 앞두고 변동직불제 폐지의 대안으로 일정 기준에 달하면 초과 물량에 대해 자동시장격리를 할 수 있게 양곡관리법을 개정했지만 정부가 물가안정 등을 이유로 실행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2021년산 양곡 중 27만 톤 이상의 과잉물량이 처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면서 쌀 가격 하락이 시작됐다. 쌀 등 농축산물은 시장에 일정량의 물량이 넘치거나 없으면 가격 변동성이 크다.
특히 쌀의 경우 시장에서 1만 톤의 물량에 따라 가격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과잉물량 발생 시 선제적 시장격리를 취해왔다. 문 정부 초기에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쌀값 회복을 이뤘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양곡관리법에 의한 시장격리를 시행하지 않아 쌀값 하락을 유도했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뒤 늦게 서야 시장격리를 결정했지만 하락세를 멈추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무엇보다 농식품부가 시장격리를 ‘역공매 최저가 입찰’이라는 쌀값 보장은커녕 쌀값 하락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시행한 점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정부가 농가에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고 기준 가격을 대폭 낮추는 방식(가격이 높은 강원도와 경기도 쌀값 제외)으로 입찰을 진행해 입찰에 참여한 대부분의 농가들이 입찰에서 제외되는 현상이 벌어져 당초 목표량인 20만 톤에서 14만 5,000톤만 낙찰됐다.
농식품부는 이번에 낙찰이 되지 않은 물량(5만 5,000톤)과 추가 7만 톤에 대해 오는 6월까지 시장상황을 주시해 같은 방식으로 시장격리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시장에 노골적으로 정부가 쌀값을 낮추고 있다는 시그널을 내보내면서 쌀 가격은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 산지쌀값 조사에 따르면 3월 15일 20kg 기준 4만 9,904원으로 10일 전인 5일자 5만 128원보다 0.4% 하락했으며, 특히 지난해 수확기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80kg 한가마당 20만 원 지지선도 허물어져 19만 원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업전망 2022’에서도 2021년산 쌀 단경기 가격이 전년 및 수확기 가격 대비 10% 이상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며, 실제로 지난 5일 기준 역계절진폭이 6.9%에 달해 앞으로 계속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농업계는 더 이상 정부가 시장개입하지 말고 공정하고 상식적인 격리방식으로 바꿔 나머지 물량에 대한 시장격리를 조속히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자 시절 “쌀 수급문제를 직접 챙겨야 한다”는 약속한 바 있기 때문에 인수위부터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 최고 농정 치적이었던 쌀값 안정이 정권 말기 들어 쌀값을 폭락시키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과연 윤 당선인과 신정부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쌀값 안정 정책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농수축산신문] 농지연금 가입 문턱 낮아지면서 증가세 
[농축유통신문] 가락시장 하역노동자 열악한 환경 낮은 임금 이탈 조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