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업무 강도로 분류되는 가락시장 하역노동자의 이탈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특히 타 직종에 견줘 인건비 격차가 벌어지면서 인력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농산물 유통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까지 나온다.
서울경기항운노동조합(이하 서경항운)은 지난 23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내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하역비 현실화를 위한 업계의 협조를 당부했다.
현재 서경항운은 가락시장의 전체 하역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노동조합이다. 서경항운은 올해 하역비 인상시기가 도래하자 지난 1월 각 도매시장법인을 대상으로 하역비 인상에 따른 협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상태다. 하지만 현재 공영도매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송사 건에 따라 하역비 인상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상황. 도매시장법인들도 하역비 인상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주체별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돼 협상이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정해덕 서울경기항운노동조합 위원장은 최근 들어 라이더, 플랫폼 등의 새로운 배달 시장이 열리면서 노동자들이 대거 이동함에 따라 가락시장 하역노동자들도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가락시장 하역원들보다 많게는 3배까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인력시장이 개방되면서 시장 인력 충원도 어렵고 현재 인력까지 외부로 유출되는 상황이다.
정해덕 위원장은 “최근 2억 원의 빚을 1년 만에 청산한 배달 라이더의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나올 만큼 신규 인력시장에 대한 노동자들의 열망은 높은 상황”이라며 “현재 가락시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고령자들로 새로운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건비를 지불해야 하지만 현재 가락시장 하역노동자에 대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성수기 15시간, 평균 12시간의 오랜 근무시간과 야간근무, 초과근무, 휴일근무 등 열악한 근무환경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가 필요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가락시장 현실이다.
가락시장 노동자들은 과거 조합원으로 가입하기 위해 일정부분 권리금을 주고 입회를 했지만 요즘에는 권리금도 조합별로 상이, 일정부분 낮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가락시장 하역노동자들의 경쟁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해덕 위원장은 “하역, 선별, 배송 그리고 장시간 노동으로 가락시장 하역노동자는 열악한 일자리로 인식되고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노동현실에 맞는 보상체계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농촌에서도 똑같은 인력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현실에 맞게 하역비를 인상해달라는 것도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인 만큼 서로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인상안을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