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가 양파값 안정을 위해 조생양파 100㏊ 시장격리를 추진하는 가운데 가격 폭락에 대한 불안감을 이기지 못한 농가들이 앞다퉈 시장격리 참여를 신청하고 나섰다. 무안군 남성리의 양파 재배농가 양종열씨가 시장격리를 신청한 양파밭을 둘러보고 있다
주산지 ‘무안·고흥’으로 한정 생산비라도 건지려 신청 봇물
농가들 희망면적 855㏊ 달해
“정부 차원 수급안정대책 시급”
농민신문 무안·고흥=이상희 기자 2022. 3. 23
전남도가 조생양파 100㏊를 시장격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소비 감소와 2021년산 저장양파 재고량 증가로 양파값이 폭락한 가운데 올해산 조생양파 출하까지 코앞으로 다가오자 가격안정을 위해 취한 조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에 따르면 2월말 기준 양파 재고량은 8만80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1% 많고, 양파값은 수개월째 생산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1㎏당 400원 안팎을 기록하는 등 초약세장이 지속되고 있다.
시장격리 대상은 조생양파 주산지인 무안과 고흥으로 한정됐다. 전체 시장격리 면적 100㏊ 가운데 60㏊는 무안, 40㏊는 고흥에 배정됐다. 지원단가는 3.3㎡(1평)당 9060원으로 총 소요 예산은 27억4500만원이다. 도비 20%, 시군비 40%, 농협 20%, 농가 20% 비율로 분담한다. 다만 군 자체적으로 추가 지원을 결정하기도 해 지역에 따라 농가가 실제로 부담하는 비율에는 차이가 있다. 조생양파 시장격리 면적은 정부가 추진하는 제주 양파 시장격리 44㏊를 포함해 총 144㏊로 늘어났다.
일단 농가 반응은 긍정적이다. 산지 가격 지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석채 무안 운남농협 조합장은 “도에서 정한 3.3㎡당 9060원을 산지거래의 기준가격으로 적용하게 될 것”이라며 “포전거래를 하러 들어온 상인들이 양파값을 후려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와 도의 잇따른 대책에도 불구하고 양파값이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농가들도 적지 않다. 양파 재배농가 양종열씨(73·무안군 남성리)는 “양파값이 도통 오를 기미가 없으니 차라리 도의 시장격리에 참여해 생산비라도 건져보려는 것”이라면서 “조생양파를 9917㎡(3000평) 심었는데 그중 3305㎡(1000평)를 시장격리해달라고 신청했다”고 말했다. 선은정 고흥 거금도농협 상무는 “우리농협 관할지역에 할당된 면적은 35㏊인데 농가 신청면적은 265㏊에 달한다”면서 “그만큼 농가들이 조생양파값 전망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농가들이 신청한 시장격리 희망면적은 무안 562㏊, 고흥 293㏊ 등 총 855㏊로 전남도 계획면적의 8.5배에 달했다. 농가 신청이 봇물을 이루자 도는 당초 7∼11일에 신청을 받아 18일까지 로터리 작업을 완료하려던 계획을 일주일가량 늦추기도 했다.
이에 농가들은 정부의 신속한 추가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남종우 전국양파생산자협회장은 “지자체 노력만으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정부 차원에서 저장양파 과잉물량을 수매해 재고량을 줄이고 재배면적 증가분과 소비 감소분 등을 감안해 조생양파 재배면적의 30%인 900㏊를 폐기해야 값이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