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 20㎏들이 5만원 아래로 단경기 진입땐 값 급락 우려
추석 빨라 경쟁적 출하 전망
정부 입찰 물량 14만5000t 3월 중 격리 완료도 불투명
농민신문 김소영 기자 2022. 3. 23
산지 쌀값이 20㎏들이 한포대 기준 5만원선 아래로 내려갔다. 일부에선 대형 유통업체 공급가격이 4만원대 초반을 턱걸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단경기를 앞두고 쌀값 하락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15일자 산지 쌀값은 20㎏당 4만9904원(80㎏당 19만9616원)으로 조사됐다. 전순기(5일, 5만128원)와 견줘 224원(0.4％) 하락했다. 산지 쌀값이 5만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20년 9월 이후 18개월 만이다.
산지에선 쌀값 하락이 생산과잉과 정부의 소극적 대응이 빚은 합작품이란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산 쌀 생산량은 388만2000t으로 전년(350만7000t)보다 10.7％(37만5000t) 많았다. 연간 수요량(361만t)을 7.5％ 웃도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정부는 시장격리에 나섰다. 하지만 방침 결정과 실행 시점이 늦어지고 매입 방식에 대한 정부와 산지간 입장차가 커지면서 3월 현재 격리물량(14만5000t)은 계획물량(27만t)의 절반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2021년산 단경기 쌀값이 4만8000원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월 ‘농업전망 2022’ 대회에서 “전년(5만5236원)보다 13％, 수확기 평균가격(5만3535원)보다 10％ 낮은 4만8000원 내외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수준도 장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남부지역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관계자는 “소비지 대형마트에 4만2000∼4만3000원에 납품하는 RPC들도 적지 않다”면서 “지역에 따라선 산지 쌀값이 4만원대 초중반을 지키는 것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경기로 본격 진입하면 가격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쌀 소비 단경기는 6∼8월이다. 하지만 올해는 추석이 9월10일로 예년에 비해 빠르다. 추석 명절에 맞춰 햅쌀을 집중적으로 출하하는 재배 관행을 볼 때 산지로선 재고 부담을 털기 위해 단경기 초반 경쟁적으로 시장 출하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런 상황이지만 정부는 추가 격리 계획을 세우는 데 여전히 소극적인 모습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앞서 2월 입찰한 격리물량 14만5000t에 대한 품질 검사와 정부 창고로의 이동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등으로 절차에 시일이 걸려 3월 안에 완료할지도 불투명한 상태”라고 말했다. 당초 농식품부는 14만5000t에 대한 시장격리가 마무리된 후 시장 수급 상황을 지켜본 뒤 잔여 계획물량인 12만5000t에 대한 추가 격리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관심은 2022년산 벼 재배면적으로 향한다. 지난해는 벼 재배면적이 73만2477㏊로 전년(72만6432㏊)보다 6045㏊(0.8％) 늘면서 2001년 이후 20년 만에 증가한 해로 기록됐다. 농식품부는 국민 1인당 쌀 소비량 감소세를 고려하면 70만㏊가 적정하다고 본다. 하지만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쌀 생산조정제)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예산이 반영되지 않으면서 동력이 약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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