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출하자들이 ‘출하 중단’이라는 극약처방을 시행하고, 정부의 수급정책도 시행되고 있지만 양파값 하락 추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소비부진에 따른 재고 누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3월 하순부터는 조생양파 출하가 시작될 예정이어서 값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가락시장 양파 출하 중단에도 값 하락…3월 하순 조생양파 출하=15일 서울 가락시장 양파 반입량은 공식적으로 2t을 기록했다. 3월1∼14일 하루 평균 1600t가량 반입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출하가 중단된 것이다.
이번 출하 중단은 농산물 저장업자 단체인 한국농산물냉장협회 주도로 이뤄졌다. 현재 가락시장 등 전국 도매시장에 적체된 양파 재고를 약 3000∼5000t으로 추산하고, 시장 내 재고를 우선적으로 해소하고자 출하 조절을 시행했다는 것이다.
김석규 농산물냉장협회장은 “중도매인들이 보유한 양파를 팔지 못하는 상황에서 하루 1600t씩 양파가 새로 반입되니 시장 내 재고가 누적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며 “협회 회원들과 전국 양파 출하자들을 설득해 하루 동안 출하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출하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처방에도 양파값 반등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다.
12일 가락시장에서 1㎏ 상품 한망당 평균 406원에 거래됐던 양파값은 출하가 중단됐던 15일 498원으로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16일 393원으로 떨어졌고 급기야 18일에는 379원까지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3월 평균 경락값 1785원, 평년 3월 평균 경락값 1100원과 비교하면 각각 78.7%, 65.5% 낮은 값이다.
김영권 한국청과 경매사는 “출하 중단으로 시장 내 악성 재고는 절반 이상이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된다”며 “하지만 다음날 산지에서 이틀간 출하되지 못한 물량이 몰려 2000t이 넘게 반입돼 가격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3월 하순부터 조생양파 출하가 시작될 것으로 보여 값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관계자들은 20일부터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조생양파 수확작업이 시작돼 25일께는 도매시장 등으로 출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승철 동화청과 경매사는 “조생양파 가운데 전남 고흥 물량은 잎양파 형태로 이미 지방도매시장 등으로 출하되고 있다”며 “가락시장에는 3월 마지막주부터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현덕 농협가락공판장 경매사는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소비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조생양파까지 출하되면 값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부 저장양파 1만8000t 출하 지연, 144㏊ 산지폐기…생산자 “추가로 폐기해야”=현재 정부는 2월 발표한 양파 수급대책 가운데 2021년산 저장양파 2만t 출하연기와 관련, 농협·농가로부터 신청받은 1만8000t에 대해 출하연기를 시행하고 있다. 또 조생양파에 대해서는 제주도 44㏊, 전남 100㏊를 대상으로 산지폐기를 진행 중이다.
이남윤 농림축산식품부 원예산업과 사무관은 “산지폐기는 20일까지 완료하고, 출하연기 물량 2000t에 대한 추가 수요가 있는지 파악 중”이라며 “조생양파 산지폐기가 완료되면 초기 물량의 10% 이상 격리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산자단체는 20일 이후에도 양파값이 1㎏당 650원 이하일 경우 추가적인 대책을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김병덕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은 “양파값이 1㎏당 650원 이하면 수급조절매뉴얼상 ‘하락 심각’ 단계에 해당한다”며 “정부에 조생양파 144㏊ 산지폐기 외에 56㏊를 추가로 폐기해달라고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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