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농수산식품공사(사장 문영표)가 추진하는 ''배추 하차거래''가 당초 예정한 시행기일을 넘기면서 무기한 연기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쟁점은 출하자에 대한 지원 폭이지만 생산자보다 유통인 측에서 공사와 갈등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15일 공사에 따르면 지난 2월 6일부터 가락시장에 반입되는 배추의 차상(車上)경매를 파렛트 단위의 하차거래로 바꿔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이해 당사자들간 합의가 안돼 지연되고 있다. 공사는 늦어도 2분기 이내에는 시행할 계획이지만 이 역시 합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장담할 수 없다.
공사는 2009년부터 2031년까지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을 추진하면서 도매시장 유통 및 물류기능 고도화를 위해 채소의 하차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산지에서 트럭에 실은 채로 이송해 그대로 경매에 부치는 차상거래에서 채소를 망이나 박스에 담아 파렛트에 실어 가락시장에 들어오면 지게차로 끌어내려 거래하는 형태로 바꾸는 것이다.
◆2023년 10월 채소2동 완공 전 하차거래 전면 시행 목표
현대화시설에 맞는 물류체계 완성해야
현재 공사중인 채소2동이 완공되는 내년 10월, 변화된 환경에 맞춰 11개 품목의 하차거래를 정착시켜야 한다. 가장 반입 물량이 많은 7개 품목 중 파렛트 단위 출하가 정착된 무 양배추 총각무 양파 대파 쪽파 등 6개 품목도 고비 끝에 시행됐지만 마지막 배추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배추가 2분기 이내에 성사돼야 옥수수와 마늘·생강, 건고추를 순차적으로 시행해 채소2동 완공 전에 파렛트 출하를 전면 시행할 수 있다.
하차거래는 산지에서 수확한 채소를 다듬어 망이나 박스에 담아야 하기 때문에 노동력이나 비용부담 면에서 출하자 부담이 커지는 건 사실이다.
중도매인 등 유통인도 하차거래로 인해 손실을 본다. 바로 ’재‘ 관행 폐지로 인한 이윤 감소다. 현행 차상거래에선 차 안 깊숙이 박혀 있는 농산물의 상품성을 확인할 수 없으니 20% 정도를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으로 간주하고 경매가의 60%만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파렛트 단위로 출하하면 상품성 확인이 바로 가능하기 때문에 ’재‘를 적용할 수 없게 된다.
공사에 따르면 재를 없앴을 때 10톤 차량 당 48만원이 생산자에게 더 돌아간다. 또 출하자가 농산물을 파렛트에 싣기 위해 들이는 포장비용을 개당 3000원에서 8000원까지 상황별로 지원할 계획이며 파렛트 사용료 역시 모두 지원해 줄 예정이다.
그러나 유통인단체는 출하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반대 이유를 든다. (사)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는 ”출하자들은 하역된 상태에서 상품의 일부 또는 전부가 안 팔렸을 경우 이동시 상차비와 운반비 등이 추가돼 차량단위 판매를 원하고 있다“며 ”하차거래로 인한 유통비용 증가분에 대한 가격보장 대책을 먼저 세울 것“을 요구했다.
전국 각지의 산지에는 골판지 상자와 파렛트를 보관하고 분출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진 곳이 없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파렛트 공급관리 및 상.하차를 할 수 있는 관리센터와 관리운영인력 등의 지원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문영표 공사 사장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차거래를 위한 포장, 파렛트화 과정에서 생산자나 출하자에게 어떠한 손해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마이너스 되는 부분을 100%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확인했다.
공사는 수도권의 물류 허브기능을 하는 거점 물류화센터를 목표로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한된 공간에서 물류체계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주요 과제다. 이를 위해 하차거래를 정착시켜 시스템 기반의 공동물류체계를 구축하고 IoT 기반 물류동선의 효율화를 달성할 계획이다.
◆선별작업 시간.비용 줄고 품질분쟁 크게 줄어
하차거래를 이미 시행한 품목에선 선별작업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줄었을 뿐 아니라 품질분쟁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강성수 공사 물류개선팀장에 따르면 앞서 파렛트 하차거래를 시작한 무(2017~2020년)의 경우 차상거래시 2173건이던 품질분쟁 건수가 1228건으로 감소했다. 양배추(2018~2020년) 역시 1237건이던 불만 건수가 하차거래 후 757건으로 현저히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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