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적시위’ 불사 남종우 전국양파생산자협회 회장
지난해 통계청 재배면적 조사
생산자 조사보다 1400ha 적어
수차례 폐기 요구 실행 안 돼
올해 소비도 20% 가량 줄어
조생 200ha 폐기 요청했지만
제주·전남 등 144ha만 이뤄져
값 회복 못하면 200ha 더 필요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고성진 기자 2022. 3. 15
양파 가격 폭락 대책을 촉구해 온 생산 농민들이 14일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양파를 쌓는 ‘야적시위’를 벌였다. 지난 2월 말부터 고흥과 제주, 무안 산지에서 3차례에 걸쳐 양파 밭을 갈아엎었던 농민들이 정부의 결단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이날 4번째 양파 생산자 대회에서 △저장양파 2만톤 및 조생양파 200ha 폐기 △3월 20일 이후 가격 회복이 되지 않을 경우 200ha 추가 폐기 △농민 재난지원금 촉구 등의 요구사항을 거듭 촉구했다. 그동안 생산자 목소리를 규합해 온 남종우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 회장을 만나 양파를 싣고 올라온 이유를 들어봤다.
남종우 회장은 조생종양파 수확을 앞두고 산지의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남 회장은 “예전에는 조생양파 수확을 앞두고 포전 거래가 많이 있었는데, 지금은 포전 거래가 안 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농민들이 굉장히 불안해하고 있는 상태”라며 “또 인력난이 심하고 영농자재 가격도 급증해 농사를 짓기 굉장히 힘들어지고 있는데, 가격까지 좋지 않아 이중·삼중고에 놓여 있어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수급정책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 “지금의 사태가 벌어진 것은 농식품부가 2021년도 수급 정책을 실패했기 때문이죠. 지난해 통계청은 조생양파 재배면적을 1500ha라고 발표했는데, 생산자들이 조사한 2900ha와는 1400ha 차이가 났습니다. 양파 농가들이 이 통계 수치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었고, 저장양파 물량이 많아 지난해 12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저장양파 2만톤을 폐기해 달라고 했는데 실행이 안 되면서 지금에 이른 것입니다.”
조생양파와 저장양파 수급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 왔지만, 정부가 이런 목소리를 외면하면서 양파 가격이 폭락하는 지금의 사태를 키웠다는 것이다.
“양파 연간 소비량이 130만톤입니다. 재배면적으로 환산하면 1만8000ha 정도 되는데, 올해 재배 면적이 1만7532ha입니다. 그러면 별로 차이가 없는 상황인데, 지난 12월 정부에 ‘왜 이렇게 양파 가격이 떨어지느냐’ 물었더니 소비가 20% 정도 감소해서 떨어진다고 그랬거든요. 그러면 소비가 20% 정도 감소했으니 그만큼은 없애야 할 것 아니냐고 했지만 쉽사리 그걸 못하고 있는 겁니다. 20% 정도면, 사실 3000ha는 폐기를 해야 되는 겁니다.”
양파자조금관리위원장이기도 한 남 회장은 고질적인 수급 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여러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수급조절명령 부분은 현행 농안법상 농식품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되는데, 이 규정을 승인이 아니라 보고 같은 방식으로 완화해준다면 의무자조금이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수급 대책에 대해서는 “양파에 대한 공공수급비축제를 도입해 정부가 일정 물량을 항시 사들여 가격이 비싸면 풀고 가격이 싸면 폐기하는 체계를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무엇보다 정부가 농산물 수급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야적시위에 나선 양파 생산농가들은 기획재정부 앞에서도 구호를 외치며 양파가격 폭락 사태에 대한 정부 책임을 추궁했다.
남종우 회장은 “코로나19로 소상공인들은 4차례에 걸쳐 재난 지원을 받았는데 우리 농민들에게는 조금의 관심도 없다”며 “우리 농민도 같은 국민이지 않느냐는 차원에서 기재부에 항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지금 외국인 노동자 인건비가 11만원에서 14만원 정도 하는데, 수확기가 되면 거의 20만원까지 육박할 것으로 본다. 시급으로 따지면 2만원을 훌쩍 넘는 것”이라며 “생산비라도 나와야 농민들이 농사를 짓고 살 수 있는 것 아니냐. 산지 여건상 시급 1만원 이상의 인건비는 부담스러우니 나머지는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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