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밀 등 곡물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세계 각국은 자국 식량안보를 위해 보호무역조치를 취하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이에 수입 원료 의존도가 높은 국내 가공식품업계에서도 가격 상승 압박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는 6일(현지시각) <인테르팍스>를 인용해 우크라이나에서 밀·옥수수·해바라기씨유·달걀 등 주요 농산물을 수출하는 무역업자는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무역허가제를 도입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세계 밀 생산량의 14%, 수출량의 29%를 차지하는 세계적인 곡물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러시아의 침공 후 우크라이나 정부는 호밀·귀리·소금·육류 등 수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흑해 항구들이 사실상 가동을 중단한 상태에서 우크라이나 정부의 무역허가제 도입은 전세계 식량 공급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농부들이 밀 파종에도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우크라이나 농부들이 곧 파종을 시작하지 않으면 세계 식량 안보에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며 “수확 시기에 우크라이나 밀 생산량이 떨어질 경우 밀 가격은 2∼3배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식량 가격은 이미 출렁이고 있다. 7일(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밀 선물 가격은 지난주 내내 일일 제한폭까지 폭등했다. 이날 기준 5월 인도분 밀 가격은 1부셸(약 27.2㎏)당 12.94달러를 기록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날인 2월23일 8.89달러에 비해 45.5%나 뛴 것이다. 국제 밀 선물 가격은 2008년 이후 최고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최근 발표한 2월 식량가격지수는 140.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수치로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상황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식량안보를 위해 보호무역조치를 취하는 국가들도 나오고 있다. 헝가리 농무부는 식량 가격 상승을 이유로 모든 곡물 수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주요 곡물 수출국인 아르헨티나는 밀의 자국 내 공급 보장과 파스타 가격 안정을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섰다. 밀가루 주요 수출국인 터키도 곡물 수출에 대한 정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가공식품업체들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지금 국내로 들어오는 물량은 약 6개월 전에 계약한 것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지금 계약하면 사태 이전보다 오른 가격의 물량이 반년 뒤 수입된다”며 “사태가 6개월 이상 장기화하면 실제 식료품 가격 상승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