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농산물 시장 개방 요구는 ‘현재진행형’이다. 쇠고기와 사과·배 등 주요 품목 시장을 추가로 열고자 끈질기게 문을 두드리고 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매년 4월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NTE)’를 작성해 의회에 제출한다. 농산물을 비롯한 각종 상품과 서비스 수출 확대를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을 중점적으로 담는다. 한국 관련 설명 중에선 특히 농업부문을 우선순위로 다루는데, 추후 협상 테이블에 오를 품목들이 곳곳에서 읽힌다.
쇠고기는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USTR이 한해도 거르지 않고 문제 삼은 품목이다.
USTR은 2012년 보고서에서 “한국은 ‘임시 조치’로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며 “전체 한국 쇠고기 시장의 개방은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고 언급했다. 우리 정부는 2008년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이 제거된 모든 연령의 쇠고기 수입을 허용했으나 그해 광우병 파동으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를 조건으로 30개월령 미만 쇠고기 수입만 허용했다. USTR은 이에 대해 ‘임시’라는 점을 강조하며 10년째 과제로 지목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미국산 쇠고기로 가공한 패티·육포·소시지 등도 수입이 금지되고 있다”며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동물의약품 잔류 기준’으로까지 불만이 확대됐다. 현재 우리 정부는 수입 쇠고기 등에서 가축 성장촉진제인 ‘락토파민’이 일정 기준 이상 측정될 경우 해당 업체에서 생산된 육류 수입을 막는다. 지난해부터 USTR은 이 기준이 국제기준(CODEX)보다 높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과·배 시장 개방 압력도 거세다. USTR은 2018년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한국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미국산 사과·배 수입을 요청했다”며 “사과·배 시장 개방을 위해 한국 정부를 지속적으로 ‘압박(Press)’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위생·검역(SPS) 규정에 따라 미국산 사과·배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2019년 보고서는 “한국의 SPS 제도 때문에 오랜 기간 미국산 원예농산물의 한국 수출이 제한되고 있다”며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국내 과수산업의 주축인 사과·배 시장을 정조준한 것이다. 미국산 사과는 국산보다 당도는 낮다. 하지만 최근 젊은층이 다이어트를 위해 저당도 과일을 선호하는 흐름이 있어 시장이 개방되면 타격이 클 수 있단 우려가 관련 업계에서 나온다. 이와 함께 현재 미국 오리건주로 제한된 미국산 블루베리 수입 범위를 미 전역으로 넓혀줄 것도 USTR은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유전자변형생물체(LMO)’도 USTR이 2015년부터 줄곧 물고 늘어지는 부분이다. 국내 농업생명공학 관련 규제로 미국산 LMO 관련 수출이 차질을 빚는다는 불만이다. USTR은 2021년 보고서에서 “한국 LMO 관련법은 LMO 작물 승인을 위해 5개 기관의 검토를 거쳐야 할 정도로 과도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며 “이러한 승인절차를 개선하도록 한국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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