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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한·미 FTA 10년] 수입 농축산물 거부감 줄어…고급 음식점·차례상에도 침투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2-03-09 조회 1549
첨부파일 20220307234635809.jpg


    [한·미 FTA 10년] 식탁·외식에 미친 영향

    미국산 쓰는 유명 고깃집 성황

    식용대두 식당·가정 소비 늘어

    외국산 과일 제사상 올리기도


                                                                         농민신문  홍경진 기자  2022. 3. 9


  서울 용산구 삼각지 ‘몽탄’은 아침 9시부터 줄을 서야 점심시간 입장이 가능한 음식점으로 유명하다. 주력 메뉴는 짚불에 초벌구이한 미국산 우대갈비(소갈비). 젊은이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3시간 대기가 기본인 ‘극악 웨이팅(대기)’ 고깃집에서 한끼를 즐긴 꿀팁(요긴한 정보)과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대학생 박모씨(21)는 “3시간 기다릴 각오로 ‘오픈런’에 도전해 성공했다”며 “갈비는 미국산인데 누구나 좋아할 맛”이라고 했다.

보습학원이 밀집한 서울 고덕역 인근 수제버거 판매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불황과는 거리가 멀다. 학생들에겐 미국산 쇠고기를 주재료로 한 버거류가 인기다. 배재중학교 2학년 이모군(15)은 “단품 가격이 5000원 수준이라 매일 먹긴 어렵지만 한주에 두어번은 찾는다”며 “미국산 쇠고기가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2012년 3월15일 발효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10년을 맞는다. 양국이 협상을 시작하던 2006년만 해도 미국산 농산물은 위험하고 거부감 드는 존재였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는 우리 국민들에게 ‘광우병’을 일으키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한·미 FTA 발효 이후 국내 쇠고기 시장엔 지각변동이 일었다. 한때 수입 쇠고기 시장점유율 78.5%를 차지했던 호주산은 2017년 미국산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만다.

관세율이 매년 2.7%포인트씩 인하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국내 시장점유율을 계속 높이고 있다. 지난해 수입량은 전체 쇠고기 수입량 53.3%에 해당하는 25만t을 기록했다. 전국한우협회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쇠고기 소비량 13.6㎏ 가운데 미국산이 5㎏, 국산이 4.8㎏으로 나타났다. 미국산 쇠고기 소비가 한우 등 국산육 소비량을 앞지른 것이다.

미국은 고급육으로 통하는 냉장쇠고기 수출을 강화하면서 일반 가정 식탁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미국산 냉장쇠고기는 1만4926t으로 2020년에 견줘 30%나 증가했다. 경기 고양에 사는 주부 윤모씨(44)는 “미국계 대형마트인 코스트코에서 구이용 살치살이나 스테이크용 안심 등을 자주 구입한다”며 “1㎏당 4만∼5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밝혔다.

한·미 FTA는 국내 과일 소비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관세가 즉시 철폐된 체리와 저율관세할당(TRQ)이 확대된 오렌지 등 가격 부담을 낮춘 미국산 과일이 마트 매대를 잠식하면서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산 체리 수입량은 한·미 FTA 발효 전인 2007∼2011년 평균 3826t에서 지난해 1만2000t으로 크게 증가했다. 미국산 오렌지는 지난해 수입단가 상승 등으로 전년 대비 수입량이 5.2% 감소했음에도 10만t이 도입돼 2007∼2011년 평균 수입량(9만6000t)을 웃돌았다.

한·미 FTA 이후 시장 개방이 지속 확산하면서 ‘신토불이’를 강조했던 과거와 달리 미국산 등 수입 농산물에 대한 거부감은 확연히 줄고 있다. 명절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거리낌 없이 체리나 석류·자몽을 올리는 현실은 외국산이 일상적인 선택지의 하나로 자리 잡은 단면을 보여준다. 지난해 미국육류수출협회가 한국갤럽과 실시한 ‘쇠고기 소비자 인식조사’에선 “미국산 쇠고기를 섭취하겠다”는 의향을 나타낸 응답자가 67.5%에 달했다. 앞선 2020년 조사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응답은 62.9%를 기록, 2008년 이후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에 대한 인식이 최초로 60% 선을 넘는 결과를 내기도 했다.

미국산 콩으로 만든 두부는 식당은 물론 중산층 가정에서도 많이 소비하는 품목으로 꼽힌다. 국산 콩을 쓴 두부보다 가격이 절반 넘게 저렴해서다. 한·미 FTA에서 이같은 미국산 식용 대두의 TRQ를 매년 3%씩 증량하도록 한 점은 독소조항으로 지목된다. 487%의 고율관세는 지켰지만 한편에서 무관세 TRQ를 무기한 허용한 셈이어서다. 특히 미국산 콩은 안전성 논란이 가시지 않은 유전자변형농식품(GMO)이기도 해 시간이 갈수록 국내시장에 끼치는 부담이 클 것이란 지적을 낳고 있다.

박재홍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평가된 것만으로도 한·미 FTA가 국내 농산물 시장에 미친 영향과 충격은 매우 크다”며 “하지만 민감 품목 등에 대한 관세 철폐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정부가 가입 추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미국도 참여할 가능성이 열려 있어 추가적인 시장 개방 확대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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