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에 들어온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이슈가 대통령 선거 직후 농정 최대 현안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정부가 가입신청서를 제출하기로 한 4월이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다. 농업계는 식량주권과 국민 먹거리 건강을 위협하는 CPTPP 가입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강력 저항할 태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4일 ‘제25차 통상추진위원회’에서 “공청회 등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상 절차를 거쳐 4월 내 CPTPP 가입 신청을 추진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날 산자부는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지역별·업종별 간담회를 진행해 각계 이해관계자 의견을 청취해왔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CPTPP 가입에 따른 직간접 피해 지원책을 발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주장과 달리 대표적인 피해분야로 지목되는 농수산업계에선 아직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 등 사회적 논의가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반박한다. 농수산업계는 요식행위에 불과한 사회적 논의에 참여할 뜻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지난달 추진한 부산과 전남 무안 CPTPP 간담회도 수산업계 반발로 무산됐다.
농업계에선 개방 정도가 역대 최고 수준인 초대형 자유무역협정(FTA)을 정권 말기 추진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임병희 한국농축산연합회 집행위원장은 “이번 정부가 가입신청서를 내고 물러나 다음 정부가 나머지 절차를 마무리한다면 이번 정부는 ‘다리만 놨다’고, 다음 정부는 ‘전 정부 과업을 이어받았을 뿐’이라고 서로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농업계는 무책임한 정부 행태에 피해를 고스란히 뒤집어쓰는 상황을 걱정한다”고 말했다.
특히 농업계는 향후 논의를 하더라도 정확한 피해 분석과 구체적 대안 마련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박재홍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과거 FTA 대책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필요한 대안 마련에 대한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관심은 대선 후 차기 정부의 국정 밑그림을 그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CPTPP 가입 추진 방향을 그대로 계승할지에 쏠린다. 농업계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전 정부가 대형 FTA의 발판을 놓고, 다음 정부가 마무리 지은 경우가 많았다”면서 “차기 정부가 사상 최대 FTA를 체결해 더이상 내줄 것도 없는 농업계의 마지막 희망마저 빼앗으려 한다면 농업계는 하나로 힘을 합쳐 이를 강력히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CPTPP 가입 우려는 농업계 바깥에서도 나온다. 지난해 CPTPP 가입을 신청한 대만 정부는 최근 수산물을 비롯한 일본 후쿠시마산 식품의 수입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CPTPP 핵심 구성원인 일본의 지지를 염두에 둔 조치다. 후발주자인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 입장료를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커 국민 먹거리 안전에 대한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최근 김부겸 국무총리는 서울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CPTPP와 관련해) 일본이 농산물과 수산물에 대한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우리도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는 등 준비해서 가입 신청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