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군 금산면 거금도에서 양파 재배농민들이 정부에 양파 최저 생산비 보장을 촉구하는 의미로 수확시기가 임박한 양파밭을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다.
전국 농민 고흥서 모여 성토
제대로 된 수급정책 내놔야
농민신문 고흥=이상희 기자 2022. 2. 23
“애지중지 키운 양파를 우리 손으로 갈아엎는 마음을 누가 알겠습니까. 도대체 정부는 뭘 하고 있습니까?”
23일 오후, 전남 고흥 거금도의 한 양파밭이 전국에서 모여든 양파농가가 내지르는 울분에 찬 성토로 가득찼다. 양파밭을 갈아엎기 위해 모인 전국양파생산자협회 회원들이었다. 농민들은 이날 1t 트럭 수십대에 ‘양파 최저생산비 보장’ ‘양파 출하정지 확대 실시’ 등의 구호를 적은 붉은 깃발을 꽂고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김일기념체육관에서 10여㎞를 행진하며 “농림축산식품부는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수급정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농민들은 농식품부가 17일 내놓은 양파 수급대책(본지 2월21자 1면 보도)에 대해 “무책임한 조치”라며 “오히려 농가 불안심리만 부추기고 시장에 악영향을 주는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농식품부는 앞서 17일 저장양파 2만t을 5월까지 출하연기하고 제주 양파 44㏊에 대해 출하정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양파 수급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접한 양파농가들은 격분했다. 농식품부 대책대로라면 농가들은 올해산 양파 출하를 제대로 시작도 못해보고 농사를 접어야 할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결국 농민들이 자식처럼 키운 양파를 제손으로 갈아엎어서라도 농식품부에 제대로 된 대책을 촉구해야 한다는 절박감에 이날 남도 끝 거금도에 모인 것이다.
양파농가 진선운씨(58·고흥군 금산면)는 “지난가을부터 지금까지 애지중지 키워서 이제 2주일만 지나면 수확할 것들이었는데 내가 직접 갈아엎는 우리 농민의 심정을 제발 정부가 알아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남종우 전국양파생산자협회 회장은 “농식품부 대책대로라면 5월까지 저장하고 있다가 시세가 20㎏ 한망에 8000원 밑으로 떨어져야만 20㎏ 한망에 대해 최대 2000원을 지원한다는 것인데 그건 현재 아무 대책이 없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농식품부는 저장양파를 지금 당장 시장격리하고 제주 양파밭 200㏊에 대해 2월 내에 산지폐기를 실시해 양파 최저생산비인 1㎏당 700원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이날 고흥군청까지 차량 행진 후 대정부 요구서한을 전달했다. 한편 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24일 제주에서 양파밭 갈아엎기를 이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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