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조생양파 작황은 평년 수준이지만 재배면적 증가와 쌓여 있는 재고량 탓에 가격 전망이 밝지 않다. 전남 고흥 거금도농협 직원들이 조생양파 생육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산지 확대경] 조생양파
재배면적 평년보다 3.9%↑ 저장양파, 1㎏ 상품 400원대
밭떼기거래 ‘전무’…농가 한숨 전체면적 30% 시장격리 절실
농민신문 고흥=김다정 기자 2022. 2. 21
조생양파 출하를 앞둔 산지 분위기가 무겁다. 저장양파 재고량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데다 가격마저 형편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주산지에선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조생양파는 출하를 시작하기도 전에 값이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크다. 저장양파 시장격리와 산지폐기 등 정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다.
◆조생양파 재배면적 늘어…작황은 평년 수준=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조생양파 재배면적은 2975㏊로 지난해보다는 1.2%, 평년보단 3.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된다. 전남에선 일손부족 등으로 면적이 다소 줄었으나 전년 극조생양파값이 좋았던 제주는 재배면적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지역별 조생양파 재배면적에 대해 제주는 전년보다 41㏊ 늘어난 1137㏊, 전남은 전년 대비 30㏊ 줄어든 1580㏊로 집계했다.
작황은 산지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평년 수준이란 시각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9월 강우·고온으로 조생양파 육묘는 불량했지만 아주심기(정식)·월동기 기상여건이 양호해 생육상황은 전년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비가 적어 습할 때 늘어나는 병해 피해가 줄어든 데다 추대가 없어 통풍도 좋았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단 전남은 겨울가뭄 영향을 받아 구가 아직 작은 상태다.
이재일 전남 고흥 거금도농협 상무는 “향후 강우량이나 기온 등 날씨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단으로 묶어내는 ‘잎양파’의 출하시기가 지난해 첫 출하일이었던 3월5일보다는 조금 늦어지고 생산량도 20%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봄철엔 비가 한번 오면 크게 자라기 때문에 생산량이 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저장양파값 낮아 밭떼기거래 아예 없어…“산지폐기 절실”=면적 증가보다 조생양파값 형성에 더 큰 악재가 되는 건 폭락한 저장양파값이다. 18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양파 상품 1㎏은 평균 403원에 거래됐다. 전년 같은 날 대비 19%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산지에선 조생양파는 아예 가격 형성이 안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고흥지역 농가들 사이에선 “이맘때면 밭떼기거래가 80% 정도 이뤄지는데, 올해는 산지를 보러 오는 상인이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밭떼기거래 자체가 전무한 실정이란 의미다.
상황은 제주도 마찬가지다. 고영찬 양파제주협의회장(제주고산농협 조합장)은 “제주는 출하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양파 시세가 너무 낮게 형성된 탓에 한숨만 나온다”며 “거래도 없고 출하를 앞두고 기대감도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생산비도 못 건질 수준으로 도매가격이 폭락하자 주산지에선 빠른 산지폐기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추부행 거금도농협 조합장은 “지금은 빠른 산지폐기만이 조생양파 재배농가를 살리는 길”이라며 “조생양파 재배면적의 20∼30% 정도는 산지폐기를 해야 가격 안정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덕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사무총장 역시 “조생양파가 더 크기 전에 폐기해야 들어가는 비용도 줄고 시장에도 가격 상승에 대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이달말까지 조생양파 재배면적의 30%는 시장격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