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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장세윤씨(왼쪽)가 충남 천안 직산농협 농자재 판매장에서 김기태 영농지도팀장으로부터 최근 껑충 오른 비료값에 대해 근심스런 표정으로 설명을 듣고 있다.
[2022 영농현장 보고서] ② 치솟는 농자재값에 휘청
등유값 지난해보다 40% 올라 시설재배 난방비 부담 ‘눈덩이’
비료·상토값 껑충…경영 ‘압박’ 한우 등 사료값 연일 고공행진
농약, 원재료 값따라 인상 우려
“농사 어떻게 지으라는 건지…” 농경연 “농가경제 악화” 전망
농민신문 서륜 기자 2022. 2 18
“말 그대로 농자재값이 자고 나면 오르는 수준이라 감당할 재간이 없네요. 이렇게 농사지어봐야 남는 게 없으니 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입니다.”
경남 창원에서 1만6500㎡(5000평) 규모로 시설고추농사를 짓는 김희동씨(63)는 요즘 급등한 난방유값에 연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식 경기가 꽁꽁 얼어붙어 고추값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난방비는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고 있어 속수무책이다.
◆유류비 급등에 산지 ‘비명’=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2월 둘째주 1ℓ당 난방용 등유 가격은 969.34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90.17원에 견줘 40%나 올랐다. 지난해 10월 843.98원이던 난방용 등유 가격은 11월 933.66원으로 900원대를 넘어선 이후 올 1월 933.24원으로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경남 창원 시설고추농가 김희동씨는 “가뜩이나 농산물 소비가 없어 가격이 안 좋고 수확량도 줄어 심란한데, 유류값이 올라도 너무 올라 버티기 힘겹다”면서 “난방비가 지난해보다 40∼50% 더 들어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농산물값 빼곤 모든 게 오르는 기가 막힌 현실에서 경영비 부담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탄식했다.
경남 진주에서 1만3200㎡(4000평) 규모 시설하우스를 두고 파프리카농사를 짓는 박삼제씨(65)도 올겨울 무섭게 늘어나는 난방비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파프리카는 고온성 작물로 하우스 내부 온도를 영상 18∼20℃로 유지해야 해 난방비 부담이 매우 크다. 박씨는 “기름·전기 난방을 병용해 지난해 겨울엔 한달 난방비가 1500만원 밑으로 들었는데 이번 겨울엔 12월에 이미 2000만원을 지출했고 올 1월엔 더 올라 2300만원이 나왔다”면서 “앞으로 전기요금도 올린다는 얘기가 들리던데 정말 걱정이 태산”이라며 한숨지었다.
경북 군위에서 토마토농사를 짓는 이홍석씨(44)는 난방비 부담을 줄이고자 8000만원을 들여 전기히터까지 설치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난방비에 허덕이고 있다. 이씨는 “비용 부담이 너무 커 궁여지책으로 하우스 내부 온도를 12℃로 낮춰 재배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수확량이 20%가량 줄어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더구나 시설재배농가들은 시설자재인 철강과 필름값도 큰 폭으로 올라 이중 삼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지 농가들에 따르면 철강값은 1t당 150만원가량으로 지난해보다 약 40만원 올랐고, 하우스용 필름은 소비자가격이 12% 정도 상승했다. 박삼제씨는 “상자값·파이프값 등 농자재는 물론 물류비까지 안 오른 게 없다”면서 “상자값은 이미 30∼40% 올랐고 파이프값도 급등해 새로 하우스 설치를 계획한 농가들은 엄두도 못 내는 상태”라고 전했다.
◆비료·상토 가격도 줄줄이 인상=충남 천안시 직산면 상덕3리에서 벼와 함께 고추·콩 등을 재배하는 장세윤씨(73)는 1월초 확정된 올해 무기질비료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보다 올라도 너무 올라서다. 장씨는 “국제 원자재 가격이 높아져서 비료 가격도 인상될 것이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나 많이 오르면 농사를 어떻게 지으란 말이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비료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농협경제지주·지역농협은 인상분의 80%를 분담해 농가에 보조해주기로 했다. 그럼에도 인상폭은 농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실제로 요소(그래뉼)비료는 1포대(20㎏)에 1만425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54%나 올랐다. ‘맞춤16호’는 같은 기간 9450원에서 1만2750원으로 35% 뛰었다.
게다가 비료 가격 보조는 농가별로 한도가 있다. 최근 3개년 무기질비료 평균 구매량의 95%다. 일부 물량은 보조를 받지 못한 가격으로 구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농가가 실제 부담하는 올해 가격 인상폭은 비종별로 2∼3배에 달한다. 올해 농사 규모를 크게 늘린 농가의 경우 비료 가격 폭탄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원예용 무기질비료는 아직 보조방안조차 마련되지 않아 이를 사용하는 농가의 부담이 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장씨는 “올해 농작업 인건비가 올랐다고 해서 걱정이 큰데 비료에다 종자며 상토 등 가격이 안 오른 자재가 없어 죽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충남지역 한 상토제조업체가 판매하는 수도용 경량상토 가격은 40ℓ 한포대에 지난해 4960원(농협 매입가격)에서 올해 5300원으로 6.8% 인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상토는 시·군이 농가에 무상 지원을 하지만 한도가 있다. 충남 당진시는 개인 10㏊, 법인은 30㏊가 지원한도다. 원예용 상토도 50ℓ 한포대에 500원가량 인상됐다. 최근 품귀현상을 빚었던 요소수도 수급은 어느 정도 안정됐지만 가격은 여전히 높다. 20ℓ들이 1통에 1만7000원 정도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요소수 사태 이전에는 1만원이었다.
◆농약값 인상도 가시권= 대부분 원료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농약도 원료값이 크게 상승한 상태다. 품목에 관계없이 논이나 밭 등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비선택성제초제의 주원료인 글리포세이트와 글리포시네이트암모늄의 가격 상승이 특히 가파르다. 지난해말 기준 글리포세이트는 1㎏당 약 11달러로 1년 전에 비해 무려 다섯배나 올랐고, 글리포시네이트암모늄은 1㎏당 55달러로 1년 전 가격 25달러에 비해 두배 이상 올랐다.
제초제 원료만큼은 아니지만 살균제와 살충제 원료도 가격이 올랐다. 1㎏ 기준 살균제 원료인 테부코나졸이 25달러로 지난해보다 38%, 피라클로스트로빈이 38달러로 52% 올랐고, 살충제 원료인 디노테퓨란은 55달러로 15%, 인독사카브는 160달러로 10% 상승했다.
이처럼 농약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것은 중국 정부가 지난해 9월 탄소배출제한 정책을 시행하면서 농약 원제를 생산하는 공장들의 가동률이 급격하게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장 가동률은 50%를 밑도는 수준이다. 게다가 코로나19 검사 때문에 수입 원재료가 업체로 인도되는 데 한달 넘는 기간이 소요되면서 보관비 등 일반 관리비까지 증가해 농약 제조원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도 가격 상승을 압박하는 요소다.
농약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원재료값 상승분이 시판 농약상품 가격에 크게 반영되지 않고 있어 농가들의 체감도는 낮을지 모르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농약값 상승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재값 급등에 영농 한계 직면=축산농가들은 사료값 상승으로 경영에 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 경북 군위에서 한우 450마리를 사육하는 서진동씨(60)는 “사료값이 20∼30% 올라 한달 사료값만 4000만원 가까이 들어간다”며 “설 명절 이후 한우 경락값은 떨어지는데 사료값은 고공행진 중이라 하반기까지 이 상황이 지속되면 대다수 농가가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우만이 아니다. 황일수 대한양계협회 전무는 “지난해 사료값이 30%씩 두번, 60%가량 올랐다”면서 “제반 생산비가 줄줄이 오르는 상황에서 지금 달걀값으로는 산란계농가들이 생산비도 건지기 어려울 실정”이라고 말했다. 경남 산청에서 산란계 40만마리를 사육하는 이민희씨는 “앞으로도 국제곡물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란 얘기가 나오던데, 사료값이 더 오르면 감당을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해 농가의 채산성은 크게 악화될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전망 2022’ 대회를 통해 올해 농업구입가격지수는 지난해보다 1.5% 상승하는 데 비해 농가판매가격지수는 5.2% 하락하면서 농업교역조건지수가 6.6%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업구입가격지수란 농자재값 등 농사에 드는 각종 비용을 나타낸 것이다. 비료 가격을 비롯한 유류·인건비·임차료·사료값 등이 오르면 이 지수는 상승한다. 결국 올해 농가 경제는 힘들게 농사지어도 손에 쥐는 것 없이 제자리걸음하거나 오히려 뒷걸음질하게 될 공산이 크다.
세종시에서 16.6㏊(5만평) 규모로 벼농사를 짓는 임재완씨(69)는 “농자재값이 이렇게 살인적으로 오르니 농사지어서는 돈 벌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천안·세종=서륜, 광주광역시·영암=이상희, 창원·진주·산청=최상일, 군위=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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