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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단독] 양파 대량거래 ‘글쎄’ …시장서 외면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2-02-20 조회 1476
첨부파일 20220217110220530.jpg
△서울 가락시장에서 양파 대량(벌크)거래 시범사업이 시행되고 있지만 유통인과 산지 외면 속에 출하실적이 한건도 없는 상황이다. 사진은 15일 대량거래 방식이 아니라 기존 관행대로 줄잡이 작업방식으로 출하돼 경매장에 쌓여 있는 양파 모습. 김병진 기자


    농식품부 사업 시행 9일간 가락시장 출하실적은 ‘0건’ 

    인프라 없이 무리하게 추진 산지도 ‘시기상조’ 한목소리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2. 2. 18


 양파 대량(벌크)거래 시범사업이 기대와 달리 산지와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도매시장 등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산지와 소비지 모두 대량거래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의욕만 앞세워 현실과 동떨어진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15일 밤 10시30분 서울 가락시장. 양파 대량거래 시범사업이 시행된 지 일주일이 넘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았지만, 경매장에서 대량거래 형태로 출하된 양파는 찾아볼 수 없었다.

농식품부는 이달 7일부터 가락시장에서 양파 대량거래 시범사업 시행에 들어갔다. 이전까지 가락시장으로 양파를 출하하려면 100% 수작업인 줄잡이 선별작업 후 12㎏ 또는 15㎏ 단위 망에 담아 보내야 했다.

이번 시범사업은 별도 수작업 없이 양파를 900㎏ 단위 팰릿형 철상자, 상자형 팰릿, 다단식 목재상자 또는 20㎏ 단위 플라스틱상자에 담아 출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산지 부담을 덜고 양파산업의 자동화·기계화를 촉진하려는 의도라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농식품부가 대대적으로 시범사업을 홍보하고 참여를 독려했음에도 시행 후 9일이 지난 이날까지 가락시장의 양파 대량거래 출하실적은 단 한건도 없었다.

양파 경매장에서 만난 유통인들은 농식품부가 도입한 대량거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양파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중도매인 조해용씨는 “중도매인들이 대량거래에 참여하려면 가공업체나 양념공장 등 대형 소비처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그런 업체들은 산지에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어 가락시장을 경유하는 비율이 낮다”며 “중도매인 역량도 위축되는 추세라 대량거래를 할 수 있는 중도매인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중도매인 김현봉씨도 “농식품부에선 소포장 등 재작업해 판매하는 중도매인들이 대량거래 물량을 사들이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실제 시장에서 재작업되는 물량은 전체의 5% 정도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일부 상품성 좋은 물건만 취급한다”며 “벌크 형태로 출하되면 선별이 고르게 되지 않을 텐데 선뜻 구매에 나설 중도매인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가락시장에선 오히려 대량거래로 출하자들 사이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도매시장법인 소속 경매사는 “기존에는 출하자들이 가격 불만족 등 이유로 가락시장에서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인근 지방도매시장으로 물량을 보냈는데, 벌크 형태로는 다른 지방도매시장에서 거래가 어렵다”며 “그 경우 결국 산지로 돌려보내야 할 텐데 농가 입장에서 운송비와 작업비가 이중 삼중으로 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또 다른 경매사도 “지금까지 양파 유통은 포장화·표준화·규격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 왔는데, 대량거래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최근 경향과 동떨어진 방식으로 유통된다면 엇박자가 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지에서도 대량거래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영재 경남 함양농협 상무는 “산지에서도 벌크 형태로 출하를 하려면 그에 맞게 수확·선별·저장 시설을 갖춰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일부 규모가 큰 농협 정도를 제외하곤 그만한 시설을 갖춘 곳이 없다”며 “특히 산지유통인이나 개인 출하자들은 대량거래가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김병덕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사무총장도 “대량거래가 정착되려면 결국 기계선별이 완벽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산지 기계화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산지에 대한 인프라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단계적으로 대량거래를 도입해 효율성 측면에서 성과가 있는지 살펴보자는 취지”라며 “일부 도매시장법인과 협력해 중도매인과 수요처를 연결하는 등 사업 활성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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