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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도매시장 개혁 ··· “30년 된 토론, 이젠 끝내야”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2-02-14 조회 1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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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특위, 공영도매시장 공공성 강화 방안 마련 토론회 개최

    정가·수의매매 활성화·도매법인 독과점 구조 완화 등 제안

    농식품부, 거래제도 다변화 반대입장 고수로 ‘제자리걸음’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2022. 2. 13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공영도매시장이 공공성을 상실하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이 아닌 사적이윤을 추구하는 ‘돈 놀이터’가 됐다는 지적이 농민·중소마트 자영업자·전문가·공무원들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지난 8일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정현찬, 농특위)가 개최한 공영도매시장 공공성 강화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자리에선 가락시장으로 대표되는 공영도매시장의 문제점이 대거 나열됐다. 숱한 문제 제기에도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는 도매시장에 경매제도만을 계속해서 유지하려고만 한다는 날 선 비판도 함께 오갔다.

좌장을 맡은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는 “30년 전 논의에서 한치도 안 나가고 있다”는 말을 중간중간 거듭 반복하며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농안법에 명시된 대로 농산물 거래 시 그 이익이 생산 농가와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시장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기본방향에는 표면적으로나마 모두 동의하는 듯했다. 하지만 도매시장을 개혁하는데 핵심적인 것으로 판단되는 거래제도 다변화에 있어서 도매법인과 농식품부는 여전히 반대입장을 견지·설파했다.

발제를 맡은 최철원 농특위 경영안정소분과장은 “공영도매시장에서 결정되는 농산물가격은 농가소득으로 직결되는데, 지금 같은 농산물가격 폭락 구조에서 농민들은 농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농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출하처인 가락시장에서 형식경매, 기록상장, 물량탈루 등 부정거래가 발생하고 있다. 시장은 계속 혼탁해지고 도매유통 개혁에 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라며 △정가·수의매매 활성화 △도매시장법인 독과점 구조 완화 △대금정산 조직 설립 △공영시장도매인 설립 및 시범 운영 △공영도매시장 공공성 강화 추진위원회 구성 등을 제안했다.

이어서 “농특위에선 가락시장에 (공영시장도매인) 전면적 도입을 얘기하지 않는다. 광역시·도 단위에서 두세 개 정도만 시도해보자는 것이 우리 제안이다. 전국에 있는 모든 지자체가 참여해도 9개인데 이 정도로 경매제 기득권이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라며 농특위의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광덕 제주도 품목생산자연합회 사무처장은 “공영도매시장이라는 이름 그대로 공적인 역할이 이뤄져야 한다. 독과점구조를 대신할 수 있는 경쟁유통구조를 갖춰야 한다”면서 “지자체가 단순히 수급조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산지에서 조직된 생산자 농가와 함께 유통 영역에서도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공익형시장도매인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시장도매인이 완전무결한 대안이어서가 아니라 농산물 거래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가락시장 도매법인의 독과점을 극복하고 농가의 출하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선희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유통과 관련된 토론회를 할 때마다 농민단체를 분리해서 찬반을 가르는 느낌이 든다. 농민단체를 양분화시켜서 찬반논리에 끌어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가하며 “산지폐기나 국가수매 시 가락시장의 5년 치 평균가격으로 정한다. 모든 농산물의 표준가격이 만들어지는 곳인데도 공공적 기능이 잘 되고 있지 않다. 농민에게 공정한 가격,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농산물 공급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런 논쟁을 할 것이 아니라 여러 방안을 도입·시행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발언했다.

이어서 백혜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은 “경매가격이 폭락하면 폐기할 수밖에 없는 독점적인 체제가 아니라, 계약재배 등 여러 방식으로 직거래하는 시장도매인이 도입되면 생산자 입장에서 한 곳에 납품하는 것보다 가격이 올라간다. 한 물건을 취급하는 상인이 많을수록 중간 유통비용도 줄어든다”며 “이 간단한 이야기를 35년 동안 미뤄왔다. 이제는 시작해야 한다. 농민들이 적어도 예측 가능한 농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오세복 도매시장법인협회 본부장은 “거래 과정에서 경매같이 투명한 거래는 없다. 계획거래, 예약거래, 경매 말고도 좀 더 계획적으로 산지와 예약 형태로 구매하는 것을 진척시키는 데 노력하겠고, 물류 기능으로 가락시장이 재편될 것인데 그를 통해서도 노력하겠다”라며 앞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에 윤 교수는 “그동안 많은 문제점이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똑같은 주장을 한다는 건 납득이 잘 안 된다”고 응수했다.

주원철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거래제도보단 시장 공공성 강화에 관심이 많다. 특정 제도로 공공성이 강화된다고 말하긴 어렵다. 온라인을 통한 거래방법의 변화, 법인과 시장도매인 간 경쟁이 아니라 도매시장 간의 경쟁, 시장과 시장 외 경쟁 등이 도매기능 혁신에 오히려 더 크게 작용하지 않을까”라며 “한 제도가 다른 제도보다 우월하다는 결론을 얻지 못했다. 장관이 승인해야 하는 중앙도매시장에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대해 선을 그었다. 사실상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선언이다. 전남공익형시장도매인에 대해선 “지자체 공식 입장을 듣지 못했기 때문에 입장이 오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최철원 소분과장은 “농민들이 가격을 보장받지 못해서 농업을 포기하고 있는 게 안 보이나? 30년 동안 생산자 소비자 모두 도매시장에서 보호받고 있지 못했다고 한다면 실패한 것”이라면서 “도매법인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반대하는 정책을 농식품부가 계속 고수하는 이유에는 농식품부와 도매법인, 특정 생산자단체가 독점구조를 위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고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농식품부 출신들이 도매법인협회에 가고 있지 않나. 농식품부가 기득권 보호를 위한 논리로 농민들 두 번 세 번 울리는 것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끝으로 이런 이야기들에 대한 논의의 장이 생기면 참여할 것이냐는 윤 교수의 물음에 오세복 도매시장법인협회 본부장은 “생각이 많이 다르다.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답했고, 윤 교수는 “논의하자는 것조차 거부하겠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답했다. 농식품부는 “여러 가지 (검토가) 끝나면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윤 교수는 “도매시장 관련 논의가 30년 전과 변한 게 하나도 없다. 농민수당, 농민 소득사업 다 중앙정부에서 하지 않았다. 모두 지자체에서 시작했다. 도매시장 개혁과 관련해서도 지자체에서 한 번 시행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우려되는 것 많지만 먼저 해보자”는 말로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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