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량 급감에 양파 가격 폭락 ‘가속’…수급 대책 수립 시급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강재남 기자 2022. 2. 11
양파 가격 하락세가 멈출 줄을 모르고 있다. 2월 상순 양파 가격은 최근 5년간(2018년도~2022년도) 가장 낮은 상황이다. 게다가 2021년산 저장양파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3월 2022년산 햇양파(조생양파)가 출하될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되면서 수급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도매가격 1㎏당 400원대
전년 평균 대비 70% 떨어져
‘하락 심각’ 단계 31일째 지속
2월 상순(2월 3일~10일) 서울 가락농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된 양파 도매가격(1㎏·상품)은 4일 562원·5일 578원·7일 543원·8일 511원이었다가 9일과 10일 각각 486원·489원으로 500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전년 평균 1700원대 대비 70% 폭락한 상황이고, 최근 5년간(2018~2022년도) 시세 비교에서도 올해가 가장 낮다. 예년 평균 시세는 2020년도 900원대, 2019년도 600원대, 2018년도 1000원대였다.
특히 가격 하락세는 지난해 말부터 장기화 양상을 보인다. 양파 평균가격은 2021년 12월 747원, 2022년 1월 570원, 2월 528원으로 하락폭이 커지고 있고, 10일 기준으로 수급매뉴얼상 ‘하락심각’ 단계가 31일째 지속되고 있다.
2021년산 재고량 17만여톤
전년대비 14.6%나 급증
3월 햇양파 출하 땐 더 가속
주요 원인은 2021년산 저장양파 재고가 소진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식당·식자재 등 수요가 크게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1년산 양파 재고량은 1월 말 기준 17만6000톤으로 전년 대비 14.6% 증가했다.
이에 따라 3월부터 제주를 시작으로 햇양파가 출하될 경우 재고물량과 겹쳐 가격 폭락 우려가 산지를 옥죄고 있다. 2022년산 조생종 재배면적이 전년 대비 1% 감소에 불과한 상황이어서 우려를 넘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제주도와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드론 실측 결과, 도내 올해산 양파 재배면적은 600ha로 지난해 524ha와 비교해 14.5% 늘었다. 올해 생산량은 3만8000톤(추정치)으로 지난해 3만3000톤보다 15.1% 증가할 것으로 예상, 범제주농협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양파소비촉진 운동을 진행해 15톤을 처리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나아가 저장양파 시장격리, 조생양파 면적 조절 등의 대책도 요구되고 있다. 제주농협 관계자는 “저장양파가 처리돼야 3월 중순부터 4월 하순까지 출하되는 제주 조생양파 가격이 안정화될 수 있다. 출하 기간 차이가 짧아진 전남지역 양파까지 몰려 출하되면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돼 도와 함께 정부에 저장양파 처리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주 농가 “저장 5톤 시장격리
조생종 100ha 산지폐기” 요구
제주 양파 농가들은 지난달 제주고산농협에서 위성곤 국회의원이 주최한 ‘양파수급 관련 현장 간담회’에서 “2021년산 저장양파 처리난이 지속될 경우 올해산 햇양파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돼 시장격리 등 수급대책이 필요하다”며, 저장양파 5톤 시장격리 및 조생양파 재배면적 중 100ha 산지폐기를 요구했다.
국회에서도 저장양파의 가격 하락을 비롯해 가격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조생양파의 수급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서삼석·위성곤 국회의원이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한 양파 생산 농민들은 “가격 폭락의 원인은 코로나로 인한 소비량의 급감과 정부의 수급정책 실패에 있다”며 “조생양파의 출하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격리, 산지폐기, 소비촉진 행사 등 적극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위성곤 의원은 “양파가격 상황이 농산물의 ‘수급조절 매뉴얼’상 ‘심각단계’인 만큼 적극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며 “정부와 농협, 생산자 등이 협력해 가격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수급대책 수립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남윤 농식품부 원예산업과 사무관은 10일 “아직 관련 대책을 결정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본다. 2020년도에는 햇양파 출하가 3월 하순이었던 만큼 대책을 판단하기에 시기가 빠르다”며 “현장에서 나오는 어려움과 요구들은 전달받아 잘 알고 있다. 조만간 농촌경제연구원에서 양파 재배면적을 발표할 예정인데 조생종과 중만생종 면적 비교 등을 비롯해 여러 가지 여건들을 검토한 뒤에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진·제주=강재남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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