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과 소비부진으로 양파값이 1㎏당 400원대로 폭락한 가운데 서울 가락시장에서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양파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긴급점검] 저장양파
가락시장, 1㎏당 400원대 거래 2021년산 재고 전년보다 15%↑
코로나 영향…정부 늦장 대처 조생양파 출하 앞둬 ‘설상가상’
시장격리·산지폐기 등 서둘러야
농민신문 김다정 기자 2022. 2. 11
양파값 급락이 이어지며 산지에선 수급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미 정부가 ‘양파 수급조절 매뉴얼’에서 정한 ‘가격 하락 심각’ 기준(1㎏당 730원)을 밑돈 지 오래인 만큼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고 증가, 소비부진으로 1㎏당 400원대로 폭락…향후 전망도 어두워=9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양파는 1㎏들이 상품 한망당 평균 486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2월 평균 경락값(1905원)보다 74.4%, 평년 2월 평균 경락값(1161원)보다 58% 낮은 값이다.
양파값이 현 수준으로 폭락한 것은 2021년산 양파 재고량이 늘어난 것이 주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월31일 기준 2021년산 양파 재고량은 17만6000t으로 전년(15만4000t)보다 14.6%, 평년(15만5000t)보다 13.9%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저장물량 증가는 생산과잉보다 소비부진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산 양파 생산량은 136만9572t으로 평년보다 1.2%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중만생종 양파 재배면적이 전년 대비 조금 감소했다는 관측 결과가 발표되면서 하반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저장물량이 늘어났다.
노호영 농경연 양념채소관측팀장은 “2020년산 양파값이 높아 이익을 본 저장업체가 많았는데 그 영향으로 저장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극심한 소비부진도 양파값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서상원 서울청과 경매사는 “식당들이 밤 9시까지밖에 영업을 못하다보니 사실상 외식 소비가 멈췄다”고 분석했다.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3월부터 출하하는 조생종 양파 재배면적이 전년과 평년 대비 약간 늘어났기 때문이다. 농경연에 따르면 2022년산 조생종 양파 재배면적은 2943㏊로 전년과 평년 대비 각각 0.1%, 2.8% 증가했다.
유현덕 농협가락공판장 경매사는 “제주지역 등에서 조생종 양파 재배면적이 늘어난 데다 작황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생산량 증가가 걱정되는 상황”이라며 “제주지역 조생종 양파 출하시기가 평년보다 열흘 정도 앞당겨져 2021년산 양파값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수급대책 마련 시급” 한목소리=심각한 가격 부진에 햇양파 출하시기마저 가까워오자 주산지에선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제주 서귀포)과 서삼석 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 주최로 열린 ‘양파 수급대책 수립 간담회’에서 생산자단체와 산지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추가적인 시장격리와 조생 양파의 산지폐기 등을 요구했다. 현재 정부가 비축하고 있는 물량(9500t)을 시장에 풀지 않는 것만으로는 양파값 하락을 막을 수 없단 분석에서다.
노은준 한국양파산업연합회장은 “농민과 농협이 보유한 저장양파 물량만 3만7000∼3만8000t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시장격리가 이뤄져야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늦은 대처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1㎏당 730원선이 무너진 지 이미 두달가량 지났는데도 아직 정부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것이다.
오창용 제주양파비상대책위원장은 “마늘값이 오를 때는 가격 상승이 심각하다며 저율관세할당(TRQ)을 당장 적용해놓고, 양파는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 지 한참 됐는데 왜 대책 마련을 서두르지 않느냐”며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비촉진 정책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에 대한 원인이 생산과잉보단 코로나19로 인한 소비부진인 만큼, 가정 소비를 늘릴 수 있는 다양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단 목소리다.
하명곤 농협경제지주 품목지원본부장은 “2월까지 예정된 소비쿠폰 행사를 5월까지 연장하는 등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소비촉진 행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조생 양파 수급 전망 등 결과를 지켜본 뒤 정책을 검토하겠단 입장이다. 김종구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현재 저장양파 가운데 대부분 물량은 민간 유통업체가 가지고 있는데, 세금을 들여 유통업체 손실을 보전해주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농경연이 2월 중하순쯤 내놓을 수급·작황 분석에 따라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다정·이민우 기자 kimd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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