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겨울가뭄으로 봄동배추 수확량이 예년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는 등 농가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봄동배추 주산지인 전남 진도에선 초록색이어야 할 봄동배추밭이 누렇게 변했다.
전남·경남 지역 강수량 태부족 봄동, 생육부진…수확량 급감
겨울배추, 잎 마르고 결구안돼 양파 등 월동작물도 피해 우려
“수시점검·영농지도 강화 필요”
농민신문 진도=이상희 기자 2022. 2. 11
겨울가뭄이 심화해 봄동배추·겨울배추·시금치 등 밭작물 피해가 커지고 있다. 가뭄이 더 지속되면 마늘·양파·보리 등 한창 생육기에 있는 월동작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봄동배추 주산지인 전남 진도에서는 최근 본격적인 수확기를 맞았으나 봄동배추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작물 생육부진으로 수확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월 한달간 진도지역 강수량은 3.7㎜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1월 강수량 43.9㎜의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영농 현장엔 비상이 걸렸다. 봄동배추 농가마다 가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봄동배추 이파리 끝이 누렇게 말라, 한창 초록색으로 빛나야 할 밭이 노란색으로 변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봄동배추가 제대로 자라지 못해 예년 같으면 3.3㎡(1평)당 15㎏ 정도던 수확량이 올해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봄동배추 농가 한정술씨(44)는 “이맘때면 밭이 촉촉해야 하는데 흙먼지가 폴폴 날릴 정도로 가뭄이 심하다”면서 “제대로 자라지 못해 상품성이 떨어진 데다 말라붙은 이파리 끝부분을 일일이 떼어내야 해서 작업도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만생종 겨울배추도 상황이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2월말까지 출하하는 만생종 겨울배추는 지금 한창 결구가 이뤄져야 하는데 물이 부족해서 제대로 속이 차지 않는 것이다. 겉잎이 누렇게 변해 손을 대면 바사삭 부스러질 뿐 아니라 심한 경우 속잎까지 누렇게 변하는 소위 ‘꿀통’이 나올 정도다.
조한호 진도 선진농협 경제팀장은 “지금쯤 속이 차오르며 배춧잎이 구불구불해져 잎끼리 꼬여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며 “결구가 제대로 안되다보니 무게도 덜 나가서 트럭 한대에 보통 배추 8.5t가량을 싣던 게 요즘은 가득 실어도 7.1t 정도로, 차량 한대당 70만∼80만원 손해”라고 말했다.
더욱이 3월이 되면 추대가 올라오기 때문에 2월말까지는 수확해야 하는데, 그 전에 비가 충분히 오지 않는다면 지금 상태 그대로 손해를 감수하면서 출하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배추만이 아니다. 인근 신안 시금치도 겨울가뭄으로 예년에 비해 수확량이 크게 줄었고, 보통 1월 중순이면 수확기로 접어드는 여수 거문도 해풍쑥은 올핸 2월 들어서야 뒤늦게 수확을 시작했다. 보리나 양파·마늘 등 월동작물에 가뭄 피해가 발생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경채 전남 해남 황산농협 조합장은 “월동작물은 지금이 한창 자랄 때라 물이 많이 필요한데 올겨울에는 눈도 제대로 안 왔다”면서 “당장 드러나지는 않지만 생육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경남 창녕군에선 지난해 12월 평균 강수량 2.7㎜를 기록한 이후 올 1월에는 비 한방울 내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마늘·양파 잎끝이 마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남해지역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남해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6일 강수량 2.5㎜를 기록한 뒤 올해 2월9일까지 단 한차례도 눈이나 비가 내리지 않아 마늘 등 밭작물에 큰 피해가 우려된다. 류성식 새남해농협 조합장은 “만약 보름 안에 비가 적정량 내리지 않으면 마늘 등 밭작물 작황에 지장이 생길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우리 지역은 수분이 많은 논에 마늘을 파종한 경우가 80%가량 되는데도 이파리가 마르는 현상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해 특산물 시금치도 생육부진 현상을 보이고 있다. 송행열 동남해농협 조합장은 “파종이 조금 늦었던 시금치는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고사하는 듯한 모습이 관찰돼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박현숙 남해군농업기술센터 마늘팀장은 “가뭄이 더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간이토양관측장비로 마늘논 수분 함유량을 수시로 점검하고 영농지도를 강화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이번주까지 비가 적당량 내리지 않으면, 상황이 심각한 마을은 신청을 받아 21일부터 저수지 49곳에서 농업용수를 공급해주기로 한국농어촌공사와 협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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