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 전날인 1월 31일 강서시장 시장도매인동 전경.
팔리지 않고 재고로 남게 된 과일상자들이 무더기로 쌓인 모습은 코로나19 속 경기 불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강서시장 시장도매인 60개 업체는 2020년 7800억, 지난해 8300억 등 꾸준한 매출 신장을 이루며 시장도매인제도의 우수성을 확인시키고 있다. [사진=유은영]
특정 농산물거래제 겨냥..상인들 반발 ''단체행동'' 예고
주무부서가 포용 않고 한쪽 편만 들어.."경매제 로비 받아서"
한국농업신문 유은영 기자 2022. 2. 9
지난 연말 1차 감사..121명 중도매인 적발
15일 영업정지 내리면 강서시장 문 닫아야
나머지 40개 시장도매인 업체도 거래장부 제출
중도매인에게 물건 팔았는지 샅샅이 훑어
손님에게 신분증 내라 할 수도 없는데
''지키지 못할 법'' 개정 힘 써야 할 판에
애꿎은 도매시장 상인들만 탈탈 털어
"도매시장 잡으면 농민들은 어떡하라고"
2020년 7800억, 2021년 8300억
어려움 속 꾸준한 매출성장 ''시장도매인''
"농민과 우리가 시장의 주인이다" 단체행동 예고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연말에 이어 또다시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에 대한 2차 감사에 들어가면서 표적 감사 논란이 심화하고 있다.
8일 농산물 도매유통업계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지난달 중순께 강서시장 시장도매인 60개 업체 중 앞서 감사를 실시한 20개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40개 업체의 서류를 받아갔다. 법으로 금지한 중도매인과 거래했는지를 지난 1차에 이어 이번 2차 감사에서도 중점적으로 훑어 보겠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11~12월 불시에 20개 시장도매인업체의 감사에 착수해 업계에서 표적감사 논란이 일었다. 20개 업체는 무차별 추린 것으로 거래장부 등을 제출받아 법 위반 사항이 있는지를 샅샅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감사 결과 대부분의 시장도매인업체가 중도매인에게 물건을 팔아 법을 어긴 것으로 나타났으며 시장도매인과 거래한 중도매인도 121명이나 적발됐다. 이 경우 시장도매인은 과태료, 중도매인은 업무정지 15일에 처해진다.
서울농수산식품공사는 121명이 일을 못하게 되면 강서시장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 행정처분의 적합성 여부를 놓고 서울시와 협의를 진행중이었다. 이들에 대한 처분이 채 정해지기도 전에 2차 감사에 들어간 농식품부는 나머지 시장도매인업체까지 들추어 위법사항을 적발하겠다는 태도로 업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불시의 감사가 업계를 지원하기보다 발전을 저해하겠다는 취지로 읽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서시장 시장도매인 관계자는 “나머지 40개 업체 감사한다고 해서 나도 서류를 냈다”며 “울는 죄인이 아니다. 신분증을 확인하고 사람 골라가며 물건을 팔 수도 없는데 무조건 법을 어겼다며 처벌하려고 하면 누가 공감하겠는가”고 울분을 토했다.
농식품부 표적감사 논란은 현행 농안법이 실제 현장과 맞지 않아 법을 어길 수밖에 없게 만들어진 데서 비롯되고 있다. 농안법은 경매회사에 소속된 중도매인과 시장도매인제도 하에서 농산물을 유통하는 시장도매인이 거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모두 갖출 수 없는 현실에선 다른 상인이 팔고 있는 물건이라도 사와 소비자에게 줘야만 한다. 또 시장도매인은 중도매인의 얼굴을 일일이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에 물건을 사러 오면 당연히 팔 수밖에 없다.
이 점은 법의 맹점으로 지목되며 수 년 동안 개정 요구가 빗발쳐 왔다. ‘지킬 수 없는 법’이란 사실은 시장관리자인 공사와 서울시에서도 공공연히 인정할 정도다. 그럼에도 개정요구만 빗발쳤을 뿐 법 개정 움직임은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아 그 이유에 대해서도 세간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농산 관계자는 “가락동 6개 청과부류 경매회사에서 매출의 0.1%씩 떼논 기금 갖고 정부며 국회며 로비를 하고 다녀서 정책 입안자들이 경매제 편만 드는 것 아니냐”며 “이번 감사도 시장도매인제를 폄훼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분기 탱천한 시장도매인 상인들 사이에선 농민이 출하한 농산물을 안 받는 영업거부 등 단체행동이 거론되는 모습이다. 이렇게 되면 큰 농민 불편을 초래하므로 농식품부는 농가의 원성에도 직면해야 한다.
이 관계자는 “17년 전 영등포에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겨 충실히 장사해 온 우리와 우리를 믿고 농산물을 맡겨준 농민들이 이 시장의 주인”이라며 “경매제 시장의 3분의 1에 불과한 면적에서도 2020년 7800억, 지난해 8300억 매출을 달성했다. 어려운 속에서도 성실히 시장도매인제를 성장시킨 우리를 괴롭힌다면 모두 간판을 뗄 것”이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이번 2차 감사에서도 법을 어긴 상인이 대거 적발돼 행정조치 한다면 강서시장은 문을 닫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