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급증세로 인력난 비상 농사규모 줄이는 농가 늘어나
콩 등 손 덜 가는 작목 대체도
경로당 폐쇄 고령자 고립 심화
농민신문 최문희 기자 2022. 2. 9
전국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다시 연장되면서 봄철 영농 준비가 본격화하는 시기로 접어든 농촌에서는 인력난 심화와 함께 농자재 확보 애로 등 각종 농작업 채비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3만5286명으로 집계됐다. 확진자 발생 추이는 설 명절 직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최근 사흘 연속 3만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 가릴 것 없이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영농철을 앞둔 농촌에선 비상이 걸렸다. 당장 영농인력 확보가 발등의 불이다. 올해로 3년째를 맞은 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인력난을 겪어온 농촌에서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자 인력 확보에 또다시 발을 구르고 있다.
이참에 아예 농사 규모를 줄이거나 비교적 손이 덜 가는 작목으로 대체하려는 농가도 부쩍 늘고 있다. 경기 여주시 능서면에서 66만1000㎡(20만평) 규모로 고구마농사를 짓는 신승호씨(46)는 올해 규모를 절반 정도 줄이거나 고구마 대신 일부를 콩으로 대체하려고 계획 중이다. 신씨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력 구하기가 가뜩이나 어려운 판국에 연일 확진자가 급증해 올해도 인력난이 이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덩달아 인건비가 평년보다 70% 넘게 오른 상황이라 영농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파장은 지방으로 갈수록 더욱 심각하다. 충북 옥천군 옥천읍 강풍리에서 시설포도농사를 짓는 곽찬주씨(76)는 일주일 뒤부터 새순 따기 등 본격적으로 농사일에 나설 참이지만 코로나19로 인력수급에 차질이 빚어져 한숨만 내쉬고 있다. 곽씨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워낙 심하다보니 예전에 일했던 작업자도 당최 일을 안 오려고 한다”면서 “농약이나 파이프 등 자재 공급도 예전보다 늦어져 무엇 하나 진척되는 일이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농자재 판매상들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아 울상을 짓고 있다. 전북 전주남부시장 농자재 판매상 김모씨(40)는 “지금 한창 3∼4월 봄농사 준비로 농자재 판매장이 붐빌 시기인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농민들 발길이 뚝 끊긴 상태”라며 “자재값도 예전보다 많이 올라 거래가 더 침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파장은 농촌사회 곳곳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무엇보다 농촌마을 고령자들은 소외와 단절 문제가 심각한 상태다. 특히 겨울철 혹한기에 지역 쉼터 역할을 하던 경로당과 마을회관 등이 폐쇄되면서 농촌마을 고령자들이 갈 곳을 잃게 돼 복지 사각지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원 정선군 북평면 신영자 할머니(78)는 “겨울마다 이웃들과 모여 지내며 음식을 나눠 먹던 모습이 먼 옛일이 돼 버렸다”면서 “백신접종을 완료한 고령자들에게 경로당 방문이 허용되면 바랄 게 없겠다”고 하소연했다.
고령자들에겐 디지털 정보화 격차로 사회와 단절되는 문제도 절박하다. 코로나19 방역패스가 확대 적용되면서 스마트폰이 없거나 사용이 익숙지 않은 고령자들은 백신접종 이력 확인이 불가능해 식당 등 각종 다중이용시설 출입마저 큰 제약을 받고 있다.
강원 춘천시 동내면 김종근 할아버지(81)는 “휴대전화 사용이 서툴러 바깥에 다니면서 당황스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면서 “요즘 같으면 도무지 갈 곳이 없다”고 한숨지었다.
언제 수그러들지 모를 코로나19의 맹렬한 기세에 지금 농촌은 막막한 한숨으로 새봄을 맞고 있다.
여주=최문희, 정선·춘천=김윤호, 옥천=유재경, 전주=박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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