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공사 문영표 호 출항 한 달···성공 방정식 쓸 수 있을까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2022. 2. 3
문영표 전 롯데마트 대표이사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으로 취임한지 한 달이 지났다. 농업유통이라는 공공성이 농후한 도매시장을 관장하는 자리에 소매유통, 그것도 대형마트 수장직을 경험한 인물이 농산물 유통의 총사령관격인 서울시공사 사장직에 오르면서 업계 내 설왕설래가 오간만큼 문 신임 사장의 행보는 연일 뉴스거리다. 특히 과거 서울시공사 사장들이 취임 후 허니문 기간 동안 도매시장법인과 소통 의지를 불태웠지만 임기 막바지에는 번번이 갈등으로 막을 내렸던 전적을 살펴볼 때 도매시장 내 문 사장에 대한 회의감 또한 적지 않다. 반면 그동안 서울시공사 사장직을 거쳤던 인물이 관료 출신이나 정치인으로 한정됐던 만큼 정통 유통 전문가 코스를 밟아 온 문 사장을 반기는 분위기도 만만찮다. 문 사장 취임 한 달을 맞아 문영표 호 성공 방정식의 변수들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문 사장 DNA는 ''유통 물류''
유통 섭렵 이력은 강점 꼽혀
문 사장은 1987년 롯데상사로 입사한 롯데맨이다. 34년이라는 세월 동안 롯데그룹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2008년은 그의 화려한 경력에 불을 당긴 해다. 인도네시아 대형마트인 ''마크로(Makro)'' 인수를 진두지휘하면서 롯데마트 해외 사업 부문에서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후 승진을 거듭하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2013년 롯데마트 동남아사업본부장, 같은 해 중국사업본부장, 이듬해는 한국으로 돌아와 전략지원본부장으로 승진, 상품본부장, 고객본부장 등 유통분야 화려한 이력을 갈아 치웠다.
2017년 롯데글로벌로지스 택배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대표이사 자리까지 꿰찼고, 물류의 디테일을 익혔다. 2019년 롯데마트 대표, 한국체인스토어협회 회장직을 맡으면서 소매 유통분야 최고 자리까지 섭렵한다. 그의 이력은 유통 물류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기에 충분했고,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통이라는 게 업계의 통설이다.
복수의 관련업계 관계자는 문 사장에 대해 "산지와 도매, 소매 유통을 섭렵한 전형적인 유통통이며 택배 사업 등 물류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서울시공사장으로 취임 후 물류, 온라인 유통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서울시공사장의 비극 ‘불협화음’ 점철
수많은 거래 얽힌 이해관계 조율 역할 충실
유통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농업계에서는 큰 기대를 하는 눈치지만 공공기관 수장 중 가장 바람 잘 날 없다는 서울시공사장이라는 직함이 당사자로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치권과 활동가로 활동하다 서울시공사장에 임명된 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장으로 둥지를 옮겼던 이병호 전 사장, 농촌진흥청장을 역임하고 서울시공사장에 임명된 후 임기를 마쳤던 박현출 전 사장, 서울특별시에서 30년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서울시공사장으로 임기를 마쳤던 김경호 전 사장 모두 비공식 자리에서 이 자리를 유독 버거워했던 것만 봐도 공공기관 중 가장 ''좌불안석'' 직책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당시 우스갯소리로 서울시공사에서 유통공사로 자리를 옮긴 이병호 전 사장은 몇 개월 후 "얼굴이 폈다"는 풍문이 나돌 정도였으니. 아무튼 서울시공사장의 자리는 수많은 거래가 얽힌 도매시장 내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관리해야 하는 고된 직책임을 이해하는 것이 첫 번째 출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유통주체와 ‘논리적, 합리적 소통’ 지속돼야
시장도매인 도입, 상장예외 확대 갈등 도화선
두 번째 성공 포인트는 ''논리적·합리적 소통''이다. 농업계에서 가장 활발한 소통통으로 불렸던 전 사장 중 한 명은 결국 임기 막바지 도매시장법인들과 대화가 단절되다시피 했다. 서로의 골이 깊어지다 못해 탈이 난 것이다. 이는 시장도매인 도입, 상장 예외품목 확대 등이 갈등에 불을 지폈는데 도매시장법인과 공사 간 소송전까지 불사하면서 갈등이 격화된 바 있다.
서울시공사는 최근 몇 년간 일부 정치권과 결탁해 시장도매인 도입에 각고의 공을 들였고 이 또한 시장 내 불협화음이 조성되며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계기가 됐다. 이는 공사의 일방적인 시장도매인 도입 추진에 반발하는 세력이 규합되면서 소통은 사라지고 크고 작은 회의 때마다 서로의 주장이 난무하는 난투장으로 변질되기에 이르렀다.
이는 고위 공무원 간 다툼으로 비화되기도 했는데 김경호 전 서울시공사장은 국정감사에서 농식품부 장관을 저격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검증되지 않은 제도 도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벌인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는 지금도 여전히 불씨가 살아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되는 지점이며 논리적·합리적 소통이 필요한 부분으로 꼽히는 대목이다.
도매시장 건립 취지 ‘출하자·소비자 보호’
민간 유통 업체 이익 추구와는 결 달라
세 번째는 도매시장 건립 취지에 대한 이해다. 도매시장은 민간 소매유통과는 전혀 다르다. 시장 활성화가 출하자·소비자 보호보다 우선될 수 없다. 공영도매시장의 탄생이 정보에 취약한 농민, 농산물 유통이라는 상징성, 소비지로의 원활한 농산물 분산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값비싼 서울 한복판 대지에 싸디 싼 시장 사용료를 내고 도매시장을 활용하게 하는 것은 이 같은 대의에서 출발하며 도매시장의 경쟁력 강화, 시장 활성화가 이 같은 대의를 거스른다면 존재할 명분이 사라진다.
대형마트와 같은 민간 소매유통이 입점 업체와의 ‘윈윈’이라는 이익 공유에 충실해 왔다면 농산물 도매시장은 이익 공유뿐만 아니라 농산물 가격 정보의 독점화를 막고 출하자와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사장 취임 후 허니문 기간 일단은 ‘합격’
칼국수 회동 끝까지 갈까 업계 이목 집중
지난 한 달간 시장 내 각 이해주체들과 스킨십을 마친 문영표 사장은 우선 업계의 합격점을 받아 1부 능선은 넘은 듯하다. 복수의 시장 관계자들은 대체로 "생각했던 것보다 소통을 잘한다"는 평가부터 "기대감이 크다"는 의견까지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어서다.
특히 도매시장법인 대표들과의 소통에 ''칼국수 회동''이 언급되며 매달 특정 수요일에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 사장의 소통 능력과 인품에 호감을 표시하는 이들도 많다는 이야기가 업계로부터 흘러나온다.
그동안 수많은 유통주체들과 파국으로 치달은 서울시공사장의 직함에 문영표 신임 사장이 그들과 새로운 관계 방정식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시장 모든 관계자의 눈이 문영표 사장에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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