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의 파기 환송심 결과에 따라 가락시장 위탁수수료 체계가 변경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탁수수료, 출하량 많은 농업인은 낮아지고 영세 출하주는 높아질 수도
고법, 담합 아냐
대법원, 담합 맞다
위탁수수료 체계 개편 불가피
농수축산신문 박현렬 기자 2022. 2. 1
대법원은 최근 2020년 서울고등법원이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에게 내린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에 대한 원심을 파기, 고법이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도매법인들이 표준하역비 제도 도입에 따라 본인들이 직접 부담해야 할 하역비를 출하자에게 사실상 전가해 위탁수수료 명목으로 징수했다”며 “출하자의 하역비 부담 감소와 하역효율화를 도모하기 위한 표준하역비 제도 본연의 도입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고 표준하역비 제도의 연착륙에 기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이 정한 위탁수수료 체계에서 경쟁이 가능한 도매법인들이 경쟁을 회피하기 위해 일률적으로 수수료율을 결정했다고 봤다.
고법이 파기 환송심에서 대법원과 같은 판단을 내릴 경우 가락시장 청과부류의 수수료 징수체계는 변경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고등법원 담합 아니다... 대법원 담합 맞다
‘출하자가 도매법인의 높은 경락가격 형성 능력을 가장 중시해 도매법인을 선택하는 가락시장 체계에서 위탁수수료 관련 공동행위는 표준하역비 제도의 도입에 따른 시장의 불안전성을 사전에 제거함으로써 소비자 후생 증대에 기여했다.
그 증대 정도는 위탁수수료 관련 공동행위로 감소한 소비자 후생보다 훨씬 크다. 위탁수수료 관련 공동행위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
고법이 2020년 내린 판결의 일부 내용이다. 고법은 위탁수수료 공동행위는 표준하역비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 필요한 제반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표준하역비 제도 도입에 따른 시장의 급격한 변동을 막았다고 봤다.
뿐만 아니라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위탁수수료를 일률적으로 정해 가락시장이 공익적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고 유통질서 또한 높여 효율성 증대에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은 위탁수수료 관련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고법이 사건 합의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으나 원심 판단에는 부당한 공동행위의 경쟁제한성이나 부당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는 게 대법원 측의 설명이다.
이에 원심파기 환송심이 고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올 상반기 중에 고법의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 수수료 변화 농업인에게 득 될까?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은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원과 같은 판단이 나온다면 수수료 체계를 변경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아직까지 확정된 사안은 없지만 가락시장의 현 상황으로 볼 때 출하량이 많고 파렛트 등으로 출하하는 농업인들은 위탁수수료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으나 영세 소량 출하주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위탁수수료가 높아질 수 있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때 사회적 합의를 통해 내린 위탁수수료를 올릴 수 없고 가이드라인을 지키기 위해 공동행위를 한 것으로 대법원이 경쟁을 피하기 위해 담합을 했다고 본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며 “시장자율경쟁이 공영도매시장에서도 이뤄져야 한다면 수수료를 자율화해야 하는데 이는 출하자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한 도매법인에 전속출하하고 출하량이 많은 농업인들은 수수료가 낮아지고 하역비 등이 더 많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영세 출하주의 경우 수수료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농림축산식품부의 정책 취지가 투영된 공동행위가 출하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매법인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영세 출하자의 비율은 전체 65% 이상이기 때문이다.
권승구 동국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도 “공동행위는 도매법인이 농업인들에게 더 많은 수수료를 받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대법원의 판단으로 본다면 출하자들을 위해 도매법인들이 위탁수수료를 4%로 내린 것도 불법 아니냐”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농식품부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출하자와 협의를 통해 진행한 것이 담합이 맞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도매법인이 농안법에서 정한 7%의 수수료를 받고 표준하역비를 내는 시스템으로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도매법인마다 표준하역비를 포함한 위탁수수료율이 다르기 때문에 담합이라고 볼 수 없다”며 “공영도매시장을 외부의 유통업태처럼 자율경쟁 시장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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