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정부 4월 CPTPP 가입 신청서 제출…농업계, 피해 불보듯 ‘거센 반발’
농수축산신문 이문예 기자 2022. 1. 28
정부가 오는 4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서 제출 의사를 밝히자 농업 관련 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더 이상의 CPTPP 관련 논의는 거부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CPTPP 가입에 따른 우리 농업계의 피해 대상과 범위 등 구체적 조사와 수치들이 전무한 상태에선 CPTPP 가입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5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2022년 대외경제정책 추진전략’ 대외부문 10대 목표 중 하나로 올해 4월 중 CPTPP 가입신청서를 제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외부문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우리 경제의 회복을 견인하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농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CPTPP에 대한 대국민 홍보와 여론화 과정이 생략된 데다 거의 모든 농축수산물이 수입 농축수산물과 맨몸으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도 이에 대한 대비책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은만 한국농축산연합회장은 “CPTPP에는 후발 주자로 참여하는 것이어서 기존 회원국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관세 철폐 등을 요구할 텐데 제대로 된 영향평가도 없는 상황에서 CPTPP 가입 논의 자체가 협의와 협상이 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지역 곳곳에서 열리는 관련 간담회와 협의회 개최를 적극 저지하며 반발하고 있는데도 무작정 밀고 나가는 건 이러한 회의들이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CPTPP의 농축산물 관세철폐율은 96.3%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후발주자로 가입 시 거의 100%에 가까운 관세 철폐가 현실화될 것이라 우려되고 있다.
이에 이 회장은 “지난달 우리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고 농림축산식품부의 입장을 듣고자 장관 면담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현재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장하는 CPTPP의 긍정적인 효과들을 부각하기 위해 우리의 목소리엔 귀를 닫는 바람에 농축산업계는 말살 위기에 놓이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학구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도 “오는 5월 20대 대통령 취임 이전에 민감한 사안인 CPTPP의 추진을 마무리 하려는 건데 농업계에선 절대 이 같은 계획에 찬성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이 회장은 “과거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진행 과정에서 정부가 여러 대책들을 제시했지만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상황들을 목격하며 정부에 대한 농업계의 불신이 만연한 상태”라며 “정부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CPTPP 대책도 제대로 수립된 게 없으니 어떻게 CPTPP 가입을 수긍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CPTPP 공동대응을 결의한 한국농축산연합회, 농민의길,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 한국임업후계자협회 등 농업인단체는 앞으로도 기자회견이나 소규모 집회, 천막농성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부의 CPTPP 추진에 적극 반대 의사를 표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