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 가치제고와 소득제고 방안 빠져
실천가능성에 무게 둬야
농업계서 환영할만한 공약이지만
실천가능성에 대한 고민 없어
숫자놀음·선심성 공약 비판 목소리도
농업·농촌 위기 극복 위한
구체적 내용 담은
농정공약 재수립을
농수축산신문 박현렬·이문예 기자 2022. 1. 28
지난달 25일 이재명·윤석열 대선 후보가 발표한 농정 공약을 두고 농업계의 다양한 표정들이 읽힌다. 긍정적 평가도 있었지만 공약의 실천가능성 제고, 선명성 확보 등에 대한 요구가 적지 않았다.
이에 두 후보의 농정 공약에 대한 농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
# 실효성 있는지 의문 제기...검증 필요
전반적으로는 이번에 발표된 농정 공약이 보다 실천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 방향으로 제시돼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농업계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농정공약에 고민이 부족하며, 누가 농업계에 돈을 더 많이 쓸 것인지 경쟁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두 후보 모두 농업계에서 좋아할 만한 공약을 발표했지만 실천 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며 “국민과 함께하는 농업, 국민들이 농업·농촌에 대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공약이 나와야 하는데 막연하게 공익직불제 예산을 확대하겠다는 말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일례로 선택직불제 확대를 위해서는 미국을 비롯해 선진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농지·물·생물다양성·농촌 문화예산 등 농업·농촌 자원에 대한 조사 후 예산 분배가 필요하다”며 “좀 더 자세한 공약이 나올지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구호만 좋고 실천전략은 있는지 의문인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도 “최근 발표된 농정 공약은 별생각 없이 농업계의 표를 의식한 공약으로 보여진다”며 “어떤 이유로 농어촌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어떻게 쓰기 위해 공익직불금 예산을 확대할 것인지 검토와 고민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이 후보가 농어업인과 농어촌 주민에게 연 100만 원 이내로 농어촌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했는데 이들 대상에 대한 정립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걱정”이라며 “윤 후보는 왜 공익직불제가 추진되고. 공익직불금 지급 대상에 문제는 없는지 검토한 후 예산 증액 카드를 꺼낸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농업 관련 단체의 입장도 다르지 않았다.
서용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아무리 좋은 공약들이 많이 나와도 실천으로 이어지는 건 또 다른 문제”라며 “아직 세부적인 공약들이 나오지 않아 평가를 내리기는 조심스럽지만, 중장기적으로 실천 가능한 공약들인지 반드시 검증해 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 진정성·농정철학 담긴 공약 있어야
이 후보는 ‘농어촌기본소득 연 100만 원 이내 지급’, ‘농림수산식품분야 예산 비중 5%로 확대’, 윤 후보는 ‘농업직불금 5조 원으로 2배 확충’ 등 농업 분야 예산 확충을 필요로 하는 공약들을 가장 전면에 내세웠다.
‘농업 홀대’라는 볼멘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이러한 공약들에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한편에선 ‘숫자놀음’,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과 함께 공약의 수정과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은만 한국농축산연합회장은 “농업 분야 예산을 5%까지 확대할 것을 줄기차게 요청해왔는데, 이번에 이 후보가 내놓은 공약은 농업과 수산업, 임업 등을 아울러 전체 예산의 5%까지로 확대하겠다는 것이어서 우리의 주장, 요구와는 다소 시각차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회장은 “농업 예산을 5%까지 확대하고 농업인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농업 소득 제고 방안 등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축산 관련 단체 관계자도 두 후보를 향해 “숫자로 농업인들의 환심을 사려 하지 말고 농업과 농촌의 요구사항을 세심히 들여다 봤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농업 관련 단체들도 이와 관련한 보도자료와 성명서, 논평 등을 내며 각각의 입장을 표명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지난달 26일 성명서를 통해 이 후보에게는 “(여러 공약 이전에)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추진 중단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따른 농업 피해 대책부터 마련하는 등 진정성이 나타나야 한다”고 지적하고, 윤 후보에게는 “기후위기, 식량안보 위기 속 농업의 중요성을 아는가” 반문하며 “아무런 농정철학이 없는 빈 껍데기 공약”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지난달 19일까지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5만 청원을 달성한 농민기본법 제정 요구에 응답하라고 강조했다.
농민기본법은 식량주권 실현, 농민 권리 보장, 농업·농촌·농업인의 지속가능한 발전, 국가책임 농정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로, 식량자급률 제고 대책 수립, 주요 농산물 공공수급제, 농업인 보호·육성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친환경농업협회와 전국먹거리연대는 이 후보의 농정 공약은 환영했지만 윤 후보의 공약들에 대해선 박한 평가를 내렸다.
두 단체는 특히 윤 후보를 향해 “농업·농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선 후보의 농정 공약이라고 보기엔 부족한 점이 있다”며 구체적 내용들을 담은 제대로 된 농정 공약을 다시 수립할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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